[시사비평]

이명박 정부의 4대강 파괴사업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10월 중에 모든 공사가 끝나리라고 한다. 정부는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정부기관과 건설업체 관계자 2,906명에 대해 대대적인 포상 잔치를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또 막대한 예산을 들여 10월 22일 대대적인 완공기념 행사를 치를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공문 상에 “22조 원 규모의 대규모 공사를 착공 2년 만에 완료하는,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사업”이라고 자찬하면서 “야당과 환경·종교단체의 지속적인 반대로 인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당초 목표대로 흔들림 없이 사업 추진 중임을 (포상에) 고려하라”고 명시했다.

10월 중  4대강 파괴사업 완공을 ‘자축’하는 그들만의 초대형 잔치

▲수도자들이 낙동강 공사 구간을 걷고 있다. 갈 길이 아득하다.
이명박 정부의 계획대로 10월에는 4대강 파괴사업 완공을 ‘자축’하는 초대형 행사로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되었다. 어쩌면 1972년 ‘시월유신’ 이래로 이 나라의 청명한 가을 한복판인 시월을 가장 무참하고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4대강사업 완공기념행사’는 그만큼 역사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 찬란한 행사로 요란하게 치장을 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자연을 유린한 참상, 상실과 파괴와 죽음의 실상 위에서 펼쳐지는 잔치는 한낱 ‘죽음의 축제’일 뿐이다. 갖가지 거짓과 오도와 무리와 억지가 뒤범벅된 그 ‘바탕’은 그대로 어둠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말은 그럴듯하게 ‘완공기념행사’이지만 ‘완공’이라는 말 자체도 어불성설이다. 애초 완공될 수 없는 사업이었다. 자고로 파괴사업은 완공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는 법이다. 그것을 이명박 스스로 실증해 주고 있다.

박정희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상회할만 한 ‘업적’에 집착을 하게 된 이명박은 4대강사업을 시행하면서 갖가지 장담과 확언을 펼친 바 있다. 그중의 하나가 4대강 준설 효과에 대한 발언이다. 그는 4대강을 대대적으로 준설하면 모든 지류지천의 홍수 문제도 자동으로 해결된다고 했다.

확신에 찬 새빨간 거짓말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서 우리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4대강을 대대적으로 준설하면 모든 지류지천의 홍수 문제도 자동으로 해결된다”고 한 것은 과연 이명박이 확신을 갖고 한 말일까? 확신을 했다면 그 확신의 근거는 무엇일까? 무지와 오판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4대강의 대대적인 준설로 말미암아 역행침식 등 모든 지천들에서 파괴현상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토건마피아들을 더욱 배불릴 수 있는 지천정비사업까지 염두에 둔 나머지 거짓으로 그런 확언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것까지 알 수는 없다. 토건마피아들을 극진히 배려하는 ‘꼼수’ 여부는 정말 알 수 없지만, 4대강사업 시행 당시 이명박의 ‘준설 효과 - 지류지천홍수 자동해결’ 발언은 확신에 찬 말이었음이 거의 분명하다. 그러므로 그 말은 이제 새빨간 거짓말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류지천홍수와 역행침식 등 지천파괴 현상은 그 거짓말의 명백한 증거다.

그런데 지류지천홍수 문제와 역행침식 등 지천파괴 현상을 인식한 탓인지 이명박은 지난 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역발전주간 개막식 참석 후 지역발전 전시회장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내년도에는 돈을 들여서라도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해야 한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현재 정부와 한나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에 필요한 약 20조 원을 편성할 예정이어서 올해 말의 예산국회도 일대 파란이 예상된다. 결국 이명박의 4대강 파괴사업에는 총 42조 이상이 투입되는 셈이다.

이명박 스스로 내년도에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행 방침을 밝힌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 예산안이 올해 말의 예산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뜬금없는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에 대한 이명박의 발언은 그대로 4대강사업 ‘완공’은 결코 완공일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4대강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의 서두에 4대강 파괴사업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말을 적은 것이다.

무려 20조 원이 투입되리라는 4대강 지류지천 사업도 속전속결식으로 내년에 강행해서는 안 된다. 국민과의 계약 기간이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이명박 정권에게 그 사업까지 계속 맡길 수는 없다. 사업을 하더라도 다음 정권이 해야 할 일이다. 좀 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환경평가 등 포괄적인 검토와 논의 과정을 거친 다음 해도 해야 하는 것이다.

4대강 사업과 지류지천 사업 사이에 한 가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국회 차원의 ‘4대강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 일이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과연 얼마만큼의 사전 조사와 환경 평가 등을 했는지, 왜 그렇게 속전속결로 사업을 추진했는지, 4대강 사업의 득실은 과연 무엇이고 손실의 경우 그 파장과 후유증의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소상히 밝히고 되새긴 다음 지류지천 사업을 해도 해야 한다는 얘기다.

‘4대강사업 청문회’를 하게 되면, 낙동강 12개 전체 구간 중에서 이명박의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 출신 건설업자들에게 무려 10개 구간 공사권이 돌아간 것 등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10월 말로 4대강 사업은 공사가 완료된다고 하지만, 자연은 늘 복원을 꿈꾸며 신비한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는 차원에서도 4대강 사업은 늘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 국면 속에서 자연의 복원력은 알게 모르게 점점 더 새로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베른하르트 교수의 ‘눈물’

지난달 내한했던 독일의 국제적 하천 전문가인 베른하르트 교수의 ‘눈물’을 기억한다. 8월 12-15일, 3박 4일 동안 남한강과 낙동강의 공사 현장들을 직접 조사했던 그는 4대강사업을 일러 ‘자연에 대한 강간’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면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한국 4대강 사업이 모델로 삼은 독일 라인 강의 어제와 오늘의 산 증인이기도 한 그는 라인 강의 복원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경험에 근거하여 ‘생태적 환경공학’의 관점에서 여러 가지 의미심장한 지적과 조언을 해주었다. 그리고 강들의 참상 앞에서 끝내 눈물을 흘린 것이다.

나는 베른하르트 교수의 눈물을 보면서 더욱 절절히 가슴이 아팠다. 비록 남의 나라 강들일망정 자연에 대한 애정과 외경심을 안고, 50년 전의 라인 강이 모델이 되어 오늘날 마구 파괴되고 유린당한 한국 4대강의 참상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노 교수를 보며 참담한 부끄러움과 미안함, 그리고 존경심과 고마움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제가 한국에 2년 늦게 온 것 같습니다”는 말을 하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동시에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복원을 위한 일에 애써 주십시오. 그 첫걸음은 보의 수문을 닫지 않고 물이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막힌 강을 흐르게 하는 것, 그것이 독일에서 온 생태 하천공학자 노 교수가 눈물을 흘리며 제시한 복원의 첫걸음임을 되새긴다. 16개의 대형보가 가로막은 4대강의 물길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것이야말로 4대강 상실의 엄청난 아픔을 끌어안고 살게 된 수많은 국민을 그나마 위안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복원의 첫걸음임을 오늘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복원 열망을 뜨겁게 다짐한다.

지요하
막시모, 소설가, 대전교구 태안성당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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