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의 다리에서 유가협 ‘한울집’까지 이소선 여사의 삶 따라 걸어
추모객들, 이제는 그 길 우리가 걷겠습니다

‘어머니’, 이소선 여사. 
굳이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라는 수식도, 이름 석자를 붙일 필요도 없었다. 그는 누구에게나 ‘어머니’였고, 함께 하는 이들에게 ‘어머니’는 그 사람 단 하나였다. ‘어머니’는 41년동안 이소선 여사가 살아온 이름이었고, 정신이었고, 바로 그 존재 자체였다. 우는 자식들을 품어 안았고, 누군가를 죽음의 절망에서 끌어올렸으며, 주저앉은 자식들을 일으켜세웠다.

9월 5일 오후 7시, 아들 전태일 열사의 동상이 있는 전태일다리에는 300여명의 추모객들이 모여들었다. 지난 3일 타계한 이소선 여사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는 전태일다리와 청계피복노동조합 자리, 많은 시간을 유족들과 함께 한 한울삶(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사무실), 마지막까지 지낸 창신동 셋방 그리고 연건동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까지 걸으며 이소선 여사의 삶을 되새기는 시간을 마련했다.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품고 있는 전태일 열사 흉상앞에는 평소 이소선 여사와 함께했던 아들과 딸 그리고 전태일 열사와 그 어머니를 기억하는 이들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 41년이 지나서야, 어머니는 아들을 만나러 먼길을 떠났다. 먼저간 아들은 거리의 흉상이 되어 어머니의 영정을 품었다.

 

▲ 양 마리비안네 수녀는, "이소선 어머니와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함께 했다. 아들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그대로 받아서 앞장서고 함께했던 분이다. 힘을 주시고, 어디든지 어머니가 오시면 힘이 됐고,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골롬반 외방선교회 오기백 신부(뒷줄 가운데)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신 분"이라고 하면서, "젊은이들도 포기하기 쉬운 길을 끝까지 걸으신 분"이라고 이소선 여사를 기렸다.

 

▲ 신신애 씨는 "지금 상복을 입고 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실감할 수 없다. 그동안 어머니께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이, 또 제가 바보인생을 산 것 같아 죄송하다."라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먼지가 쌓인 밥도 감사하게 먹으면서, 열심히 일하면 삼일빌딩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바보였다. 그러나 전태일 동지와 어머니를 만나면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 수 있었다. 후배들에게도 바보로 살지 않기를, 내 권리를 내 스스로 찾기를 당부한다."라고 전했다.

  

▲ 전태일 열사가 분신을 할 당시의 평화시장은 밝은 불을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그 속의 노동자들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추모객들은 평화시장의 불빛을 바라보면서 '어머니'를 외쳤고, 새로운 세상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 '어머니'의 영정은 그를 기억하는 이들과 함께 살고 숨쉬었던 길을 마지막으로 걸었다.

  

▲ 어머니의 영정이 지나가는 길, 평소 약을 지어먹었던 약국앞에 이르자, 약사가 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2층 왼쪽의 불꺼진 창. 그곳이 어머니가 마지막까지 기거하던 방이었다.

  

▲ 어머니가 생의 대부분을 함께 했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사무실 '한울삶'에 이르렀다. 유가족들의 활동과 생활을 위해 어머니는 집을 만들자고 했고, 이곳에서 수많은 자식들이 어머니의 품에서 위로를 받았다.

  

▲ 유가협 사무실이자 공동체인 '한울삶'에 이르자,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어머니의 영정을 눈물로 맞았다.

  

▲ "어머니, 이대로는 못 보내드립니다."

  

▲ 연건동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추모 행진.

  

▲ "걱정마라,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내가 너의 뜻을 이룰테니"

 

▲ 장례식장 한 벽에는 어머니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한가득 붙어있었다.

전태일의 다리에서 창신동 한울삶까지 순례를 마친 추모객들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한 후, 함께 조문을 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이어서 9월 6일에는 희망의 버스를 타고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고 싶었다는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에 따라 오전 11시, 어머니의 영정을 싣고 한진중공업으로 향하는 희망의 버스가 출발한다.

9월 7일 장례 당일에는 서울대학병원에서 오전 8시 발인예배가 진행되며, 오전 10시 대학로 영결식, 오후 1시 청계천 전태일 다리 노제가 열리며, 오후 5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 아들의 옆자리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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