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청문회가 열렸던 지난 8월 18일. 한진중공업 조합원들과 가족대책위 회원들은 청문회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노상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엄마, 아빠를 따라온 예닐곱살의 아이들은 그나마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것이 좋은지 국회 앞 도로를 뛰어다녔다.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니, 냉큼 뛰어가 피켓 하나를 잡는다. "아빠, 목욕하러 가요"라고 쓰인 피켓이었다. 숱하게 보아온 것이 피켓시위인지라 아이들은 저들대로 놀다가도, 누군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그 앞에서 피켓을 든다고 한 조합원은 가슴을 치며 말한다.

경찰에 유난한 관심을 보이는 아이, 꾸깃한 종이에 '조남호는 살인이다'라고 써보이는 아이, 경찰과 싸우는 모습에 놀라 우는 아이...어른들이 싸우는 이유는 이 아이들 때문인데, 날이갈수록 아이들 가슴에는 오히려 상처가 깊어진다. '해고는 살인'이고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우리의 미래를 멍들게 한 것이다. 이 모든 일을 시작한이가 반드시 제 몫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하는 이유다. 

▲ 사진/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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