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오후 3시,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 500일째 되는 날

▲ 하루도 거르지 않고 두물머리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한 지 벌써 500일.사정은 더 악화되고 있지만, 생명의 강을 노래하던 이들의 마음은 더 다부지다.(사진/한상봉 기자)

7월 1일이면 두물머리에서 유기 농지 보존을 위해 생명ㆍ평화미사를 봉헌한지 꼭 500일째 되는 날이다. 미사가 500일째 되었다는 것은 두물머리 유기 농지를 지키려는 농민들의 투쟁도 그 만큼,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명박 토건 독재정권에 의해 두물머리 지역이 한강 4대강 토건 공사 1공구에 포함되며 땅을 잃게 된 농민들이 그 땅과 농사를 지키기 위해 500일 넘게 투쟁해오고 있다. 사실 그동안 유기 농지를 지키기 위해 농민들은 안 해 본 것이 없다. 삼보일배로 경기도 양평에서 서울 명동 그리고 조계사까지 기어 기어가 농민들의 뜻을 알렸고, 유기 농지를 침탈하려는 시공사 직원들을 막다가 경찰들에 게 질질 끌려가야만 했다.

유기 농지 보존에 뜻을 담아 주교님과 신자들과 함께 감자를 심었다가 그것이 불법경작이라 하여 경기도에 의해 고발도 되었다. 그렇게 구속과 고발 등으로 나온 벌금이 진즉 1천 만 원이 넘었다. 이런 농민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전해들은 신부님들은 농민들과 뜻을 같이 하며 단식하며 경기 도청 앞에서 김문수도지사의 회개를 기도하며 삭발까지 했었다.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님도 양수리 성당에서 생명ㆍ평화미사를 봉헌하고, 농민들과 함께 두물머리 까지 순례하였다. 생명의 강과 유기농지와 농민들을 지키기 위한 종교인들의 투신이며 동참이자 기도순례였다. 그리고 매일 매일 단 하루도 빠짐없이, 단 한명의 신자가 올지라도 오후 세시면 어김없이 남한강과 북한강의 머리가 만나는 그곳 비닐하우스 성당에서, 싹 튼 나무 십자가 앞 강변에서 생명ㆍ평화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그러나 두물머리 농지는 오늘도 비어가고 있다. 경기도의 압박과 회유 그리고 보상으로 떠나간 농민들의 하우스는 비닐이 벗겨지고, 하우스 철골은 잘라져 트럭에 실려 나간 후 쓸쓸한 적막만이 맴돌고 있다. 주말이면 엄마 아빠 손잡고 딸기 체험하러 온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재잘거림도 이젠 더 이상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다. 그리고 이제 남은 농민 다섯 명. 김병인, 임인환, 최요왕, 서규섭, 이주향 농민.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는 우리네 옛말 하나도 틀린 거 없다. 한명, 두 명 뜻을 같이했던 사람들이 두물머리를 떠난 뒤 그 농막들이 하나씩 철거되어 사라질 때 그리고 이윽고 남은 황량한 농지를 바라 볼 때, 이들 농민들의 가슴은 찢어지듯 아팠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두물머리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하는 불안한 마음에, 불안한 앞날 생각에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하얗게 지새워야 했을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집으로 날아오는 벌금 고지서와 출두 명령서, 형정 대집행 계고장까지 수도 없이 가슴 덜컥 덜컥 했으련만, 이농민들, 언제나 만나면 웃으며 걱정하는 우릴 더 걱정하며 농사지은 상추와 딸기, 호박 한 개라도 더 챙겨주려 안달이다.

한진 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는 김진숙 위원이 174일째 투쟁하고 있다면, 두물머리에는 김병인, 임인환, 최용왕, 서규섭, 이주향 다섯 명의 농민들이 500일 넘게 투쟁하고 있다. 두물머리 유기 농지와 이를 지켜내려는 두물머리 다섯 명의 농민들에게 점점 더 사회적 관심도, 언론의 관심도 사라지고 있어 보이지만 오늘도 이들은 묵묵히 땅에 머리 숙여 농사지으며 두물머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의 무관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크레인이자, 농성장이자, 성지(聖地)인 두물머리 유기 농지를 지키고 있다. 이제 우리가 이들 다섯 명의 두물머리 농민들에게 희망버스를 보내줄 차례다. 우리가 버스가 되어 달려가자. 우리가 농민들의 꿈과 희망이 되어줄 차례다!

맹주형 / 아우구스티노, 4대강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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