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의 동성애 이야기 다룬 <예수가 사랑한 남자> 출간

▲ <예수가 사랑한 남자> / 테오도르 W. 제닝스 지음 / 박성훈 옮김 / 동연
“예수는 게이였는가?”라는 질문을 듣게 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대부분 그리스도인은 질문의 답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기보다는 질문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한국 사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 할 때 보수 개신교 단체의 압력으로 ‘성적 지향’ 등의 7개 항목이 빠진 것도 같은 맥락을 가진다.

미국에서는 게이나 레즈비언 십대 청소년들이 “동성애라는 죄를 짓느니 차라리 자살하라”는 말을 듣고 실제 목숨을 끊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예수가 사랑한 남자>를 지은 테오도르 W. 제닝스(이하 제닝스) 박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복음이 두려움과 혐오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복음은 오히려 동성 간의 사랑 역시 축복하는 소식임을 책에 담고자 했다. 저자는 시카고신학교 교수이자 퀴어 신학(Queer Theology•동성애 신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2003년 출간된 이 책이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의 기획으로 동연출판사에서 번역되어 출간했다. 출판기념회에 초청된 제닝스 박사는 “여섯 구절밖에 되지 않는 동성애 혐오적인 성서 본문에 대해 방어하는데 힘쓰기보다 성서 전반에 걸친 동성애 친화적인 텍스트를 소개한다”고 밝혔다.

베드로가 돌아서서 보니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가 따라오고 있었다. 그 제자는 만찬 때에 예수님 가슴에 기대어 앉아 있다가, “주님, 주님을 팔아넘길 자가 누구입니까?” 하고 물었던 사람이다. 그 제자를 본 베드로가 예수님께,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 할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하고 말씀하셨다. (요한 21,20-22)

▲ 제닝스 교수는 "이 책은 위험하다. 그러나 이 책은 사람들이 성경을 두려움과 혐오로 읽지 않고 사랑으로 읽게 하는 시도"라고 말했다. (사진/ 고동주 기자)
제닝스 박사는 우선 요한복음에서 예수와 예수가 사랑한 제자로 나타나는 그 남자의 관계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남자는 예수의 무릎과 품에 기대어 있었고(요한 13,23; 21,20), 십자가 증인 중 유일한 남자였으며, 죽기 전 자신의 생모인 마리아와 가족으로 연결된(요한 19,25-26) 사람이다. 저자는 여기에 고대 사회의 동성애적 관습 등을 참조하면 신약성서가 재현하는 예수의 모습에서 동성애자로서의 모습이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예수가 "동성애자였다", "동성애자가 아니었다"로 결론을 내지는 않는다. 또한 오늘날 예수를 이성애자로만 보고 동성애를 멸시하듯이 예수를 동성애자로 보고 이성애를 멸시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동성애를 죄악시해 왔던 전통적인 성서 해석에 대한 문제 제기고, 이에 대해 침묵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창락 소장은 축사를 통해 “교회가 권력자들의 죄는 눈감아주면서 개인의 성생활을 죄악시해왔다”며 “그 중에도 동성애를 가장 혐오스러운 죄로 낙인 찍어 왔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명예교수 서광선 박사는 이러한 교회의 눈으로 볼 때 ‘위험한 책’인 <예수가 사랑한 남자>가 성서에 근거한 동성애 혐오를 없애는 데 공헌할 것으로 기대했다. 서 박사는 “동성애자 역시 민중 중의 민중”이라며 민중신학의 주제로 삼으라고 요청했다.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백소영 교수(HK연구교수)는 “창세기 1장에서의 ‘열매를 많이 맺고 증식하라’는 명령은 신약에서 ‘선포하고 제자들을 만들라’는 명령으로 전환된다”는 제닝스 박사의 읽기 방식이 흥미롭다고 서평을 통해 밝혔다. 백 교수는 예수가 열두 명의 아들이 아니라 열두 명의 제자를 둔 것도 예수에게서 실현될 새로운 약속이 ‘자손에 대한 약속의 도구’가 아니라 ‘믿음의 새로운 창조의 시작을 위한 도구가 되는 것’이라면, “그 연합에 동성애적 성애를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제닝스 박사의 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CBS의 정혜윤 PD는 서평을 발표하며 “예수가 게이였느냐는 질문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정 PD는 “남의 성생활에 일일이 간섭하는 교회”도 자신이 존중받기를 바라는 동성애자도 예수가 게이인지 아닌지에 집착하기보다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 예수가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 살펴보기를 청했다.

▲ <예수가 사랑한 남자> 출판기념회에는 30여 명이 참가해 책을 구매하고 제닝스 교수의 사인을 받기도 했다. (사진/ 고동주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