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 조성만 열사의 유품

오월의 어머니

-박춘식

옹가슴에 박힌 크막한 못을 뽑지 못하고
허접한 군생(群生)을 멸시하는 톱날은 목에 걸려 있고
흙 속 깊이, 아직도 파묻지 못한 오만방자
역방향 집착과 불만을 멀리 내던지지 못하고
매운 양념으로 익은 걱정들은 소화되지 않고

하늘이 차가운 암흑물질로 보일 때
땅에서 흙냄새가 나지 않을 때
흐르는 시간을 껴안고 쳇바퀴 도는 수차(水車)같은 하루
그 다음날도 매양 판박이 하루
해변의 파도가 쉬지 않고 심장을 갉아 먹을 때
목울대를 길게 추어올리면서
그윽이 불러봅니다

하늘 어머니 —
오월의 어머니 —
살따가운 못을 뽑아주시고
녹물 엉킨 그 자리에 꽃봉 심어 주소서
새맑은 하늘꽃봉을


<출처> 박춘식 반시인의 미발표 신작 시 (2011년 5월)



잡다한 일 때문에 마음이 갈라지거나 생각이 어지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짜증을 내거나 어디로든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 깊이 박혀 있는 아픔이 도지거나 꿈틀거리면 그날 하루는 무거운 짐을 메고 있는 듯 몸과 마음이 짓눌리게 됩니다. 그때 꼭 성모님을 불러야 하고 성모님께 도움을 청한다면‥‥ 이러한 투정이나 하소연을 받아주기 위한 존재로 하느님께서 마리아님을 만드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월이 집 밖으로는 화사하지만 집 안으로는 짜증스럽고 고된 나날로 힘드는 달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조금 희생하면 주위가 더욱 밝아진다는 지혜를 이번 오월에 한 번 더 깨닫기 원합니다.

나모 박춘식/야고보. 경북 칠곡 출생으로 가톨릭대학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선교 및 교육활동을 하였고 신일전문대학에서 퇴임한 다음 현재는 스스로 반(半)시인이라고 부르며 칠곡군 작은 골짜기에서 기도와 시에 단단히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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