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시사비평-양운기]

양육강식 정글의 법칙은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고 사회를 양극화시키면서 소외계층을 더욱 소외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고약하게도 몇몇 특정 자본의 이해를 철저하게 관철시키며 무자비하게 소외계층을 코너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대책 없는 한국 자본주의는 무능한 민간 독재정치권력과 손잡고 지구화를 소리치며 소외계층을 확장시키는 부정적 모습으로 깊게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인권의 여러 목록을 거론하지 않아도 먹는 것은 가장 기본적 권리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먹을 권리가 당연히 있는 것입니다. 먹고 살아갈 권리야 말로 당연히 천부 권리이며 이 같은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일 때만이 민주주의 역시 우리 사회 안에서 건강하게 발전할 것입니다.

3월 7일 30대 여성이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부산 지하상가를 배회하며 노숙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강하게 저항하며 아이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지만 경찰들이 담요를 빼앗아 확인한 바는 아이가 숨진 지 20여일이 넘어 부패한 상황이었습니다.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이 여성은 지난 1월에 7개월 된 미숙아를 낳았고 병원에 갈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은 남편이 커피 캔을 반으로 잘라 날을 예리하게 만들어 탯줄을 잘랐다고 합니다. 부부는 여러 해를 건설현장 일용노동자로 일했으며 남편이 최근에 일자리를 잃어 고시원에서 쫓겨나 지하상가에서 노숙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남편이 아이를 묻어주자고 했으나 부인은 “제대로 먹지 못한 아이가 불쌍하다”며 아이를 품에서 놓아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국민소득이 몇만 불이며 OECD 가입국, G20 등등 세계 속의 한국을 소리치며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먹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상황, 어린 생명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삶을 마감한 이 현실은 우리의 치욕입니다. 인간의 기본 권리도 지키지 못하는 인간 존엄의 근본을 뒤흔드는 이런 상황이 있는 한, 사람다움을 설명할 수 없는 이런 현실은 우리의 야만성을 낱낱이 고발하는 것이며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되고 있지 않음을 폭로하는 사건입니다.

이것은 살인입니다. 장애를 앓고 있는 모정의 품에서 공권력이 빼앗아야 할 것은 끌어안고 있는 그의 어린 아이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지 못하는 강박적 경쟁논리입니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우리들의 욕망입니다. 사회적 약자의 삶의 터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 정책입니다. 생명을 적대시하고 무한 성장만을 소리치는 야만적인 독재 권력과 어울리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자본입니다.

도대체 우리 사회에서 가난하고 힘없이 굶주린 백성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입니까? 우리가 정말 문명이 발달된 세상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려면 ‘잘 먹이지 못해 영양실조로 죽은 아이가 불쌍해서 품에서 내놓지 않는 모정’에 정직하게 답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답이 없다면 우린 분명히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MB와 정부가 답해야 할 때입니다. 당신들은 진정 민주주의자인가? 당신들의 정체가 무엇인가?

<기사제공/ 천주교인권위원회>

양운기 /페르디난도,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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