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에선 "그들이 알아서 할 일" 모르쇠 반응

“한국천주교회는 더 이상 상처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광고가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 지난 7일 동시에 게재되었다. 이 광고는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전국협의회, 천주교 뉴라이트 전국협의회, 천주교 북한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기도회의 명의로 나왔는데, 이 단체들은 기본적으로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기본기조를 따르는 천주교 보수우익세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은 정의구현사제단의 “사제 200여 명이 ‘미사’의 형식을 빌어 촛불시위를 한 것은 성제(聖祭)를 길거리 정치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비난하고, 촛불시위는 미국소 수입 문제에서 촉발되었지만 “2007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현 정부를 반대하는 정치시위로 변질”되었다고 주장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평화적 시위‘를 유도했다고 하지만, 이것도 촛불시위를 이어가기 위한 행동”이기 때문에 “사실상의 반정부 정치활동”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 단체들은 정의구현사제단이 천주교를 대표한 단체도 아니고 주교회의에서 인정하는 단체도 아니라면서 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의 반성을 촉구하였다.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전국협의회’라는 애매한 이름, 이 단체들도 임의단체

지난 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5월 19일에 창립한 천주교뉴라이트(상임의장 김현욱, 상임대표 김태우)는 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의 종교조직으로서, 당시 김현욱 상임의장은 "좌파정권에 짓밟힌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쓰러지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에 가톨릭뉴라이트가 앞장 서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민정당과 자민련 국회의원을 역임하기도 했던 김현욱씨는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모임’의 대표이기도 하다.

물론 ‘천주교뉴라이트’와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모임’ 역시 교회의 인준을 받지 않은 단체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에 문의한 결과 “그런 단체는 알지도 못하며, 교회주소록에도 나오지 않는 임의단체”라고 한다. "한 때 김현욱씨가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한 적은 있지만 현재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 광고에는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전국협의회’라는 명의를 사용함으로써 두 단체가 서로 이름이 비슷하고 신문에서도 ‘평신도협의회’라고 줄여서 부르는 바람에, 듣는 이들에게 혼선을 야기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하였다.

한편 이 광고에 조응이라도 하듯이, 이날 한진희 서울청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하여 “종교행사는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종교행사라도 도로를 장시간 점거하거나 그 위에서 연좌하는 것은 집시법 적용대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 “종교행사 차원에서 열린 촛불집회의 경우에도 문화제를 명목으로 한 다른 촛불집회와 원칙적으로 같은 잣대로 판단해 위법성 여부와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지난 한 주일 동안 종교계에서 주관한 시국미사, 법회, 기도회를 문제삼고 사제, 목회자, 스님들에 대한 협박성 발언을 하였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지난 6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있던 천막들을 철거하고 광장을 또다시 봉쇄하였으며, 수배중인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은 조계사에서 농성중이다.

사제들이 개인적으로 한 것이라고...

지난 주 월요일에 시청앞 광장에서 시국미사를 갖고 단식에 돌입한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인 전종훈 신부와 사무처장 나승구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이다. 시국미사 및 서울경찰청의 형사처벌 검토 가능성 운운에 대하여 서울대교구 사무처에 문의한 결과 “우리는 그 분들(사제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뭘 하는 지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하였으며, 교구 소속 사제들에 대한 대책이나 의견이 있는지 묻자 “그분들이 개인적으로 한 것이지 우린 아무 것도 모르고, 그분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답할 뿐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한상봉 200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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