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 사진/한상봉 기자

창세기 55장 9절

- 박춘식

1 아으 그 옛날 하늘님이 시로써 세상을 만드셨다
2 시의 첫 구절은 경이로운 빛줄기였고
3 보기 좋고 듣기 즐겁게 여섯 구절까지 읊은 다음
4 일곱째에는 쉼표를 찍었다
5 흙덩이로 첫 사람을 빚을 때에
6 사람도 시를 지을 수 있도록
7 시혼(詩魂)을 감싸는 오관 안에 뜨거운 기운을 불어넣어
8 시는 사랑임을 깨닫기 원하였다
9 첫사랑 하늘님은 신비스러운 시인이셨다
10 삼라만상을 시 제목으로 정리하면서
11 모든 것 안에 시심을 숨겨 두었다 그리하여
12 우주는 하늘님의 새맑은 시집이 되었고
아담은 에덴에서 시를 감상하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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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창세기55장9절, 박춘식, 연인M&B, 50쪽


구약성경의 첫째 권인 창세기는 50장 밖에 없습니다. 하느님은 신비스러운 시인이심을 밝히고 싶은 마음으로 55장으로 말했고 내용을 따르다보니 9절이 되었습니다. 시의 정의는 시인마다 다르고 문학 이론가들마다 다릅니다. ‘창세기 55장 9절’ 시를 기준으로 시의 정의를 내린다면, 시는 모든 사물 안에 숨어있는 하느님의 마음을 찾아 감동적으로 표현하는 글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우리 주위에 詩는 모든 존재 안에서 창조주를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은 ‘시는 곧 기도이며 동시에 기도는 시이다’라는 말을 이해하는 멋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박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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