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에 성경, 다른 손에 교리서]

한국교회는 잃은 양 찾기, 새 양 찾기 운동을 펼치며 선교 열정에 불타는 본당들이 많다. 그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입교한다. 그들에게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삼위일체의 하느님이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믿는 신자답게 사는 방법은 잘 안 가르쳐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신앙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안 되면 쉽게 냉담하고, 설령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라도 실제 사회생활과는 전혀 무관하게 사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다.

물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은 우리 인간의 지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신비이다. 하지만, 우리는 통공신앙생활을 통하여 그 신비에 좀 더 접근할 수 있고, 세상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그 신비를 보여줄 수 있다. 그러므로 일부가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우리나라에서 통공신앙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통공이란 말에는 친교와 일치, 공유와 나눔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우리는 영성체를 통하여 영원한 친교 자체이신 삼위일체 하느님과 완전한 일치를 이루고, 하늘의 온갖 축복과 은총을 받고 서로 나눈다. 그래서 사제는 이 거룩한 영성체가 이루어지는 미사 때마다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성체를 모시는 사람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이것을 어려운 말로 성사적인 친교와 일치, 성사적인 공유와 나눔이라고 부른다.(가톨릭교회교리서 949-951,1077-1112항 참조)

이 같이 하늘의 온갖 은총과 축복을 받은 우리 신자들은 세상에 파견되어 사회생활을 한다. 하늘의 은총을 받은 한 신자로서 동시에 지상의 축복을 받은 한 국민으로서 가정생활과 직장생활과 학교생활을 한다. 하늘의 은총을 보장받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늘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살아야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를 보다 하늘나라와 같은 나라로 만들 소명이 있는 것이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평화가 넘쳐흐르는 보다 공정한 사회, 보다 평등한 사회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지상의 축복인 재화를 서로 나누는 사회가 되어야한다. 일부만 독식하지 말고 서로 합당하게 나누는 온갖 법과 제도를 만들어서 정책으로 시행해야한다. “참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모든 사람의 공동소유로 여겨야하며, 가난한 이와 이웃의 불행을 도와 줄 준비와 열의를 가지고 있어야한다.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재산관리인이기 때문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952항)

그러므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믿는 우리 신자들은 자신부터 모든 국민들과 함께 열심히 일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서로 합당하게 나누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그것이 시행되도록 보다 올바른 정당후보자들을 뽑아야한다. 참고로 간추린 사회교리 413항에서는 “시민사회의 열망을 간파하고 정치적 통합과 입안능력을 가지면서 민주적으로 조직된 정당은 공동선의 일부이다. 국민의 직접적 정치참여의 기회를 열어주는 국민투표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선택해야한다. 이 세상에는 최선이 없기 때문이다.

조성학/ 신부, 청주교구 증평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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