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uario di Poggio Bustone

프란치스코 성인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성지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마을을 끼고 있는 곳이 바로 포지오 부스토네이다. 마을 골목을 지나다보면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리에티 (Rieti)를 중심으로 라 포레스타, 포지오 부스토네, 그레치오, 폰테 콜롬보가 위치해 있는데, 포지오 부스토네는 라 포레스타를 먼저 방문하고 가는 것이 편하다.
 


포지오 부스토네는 1209년 처음으로 프란치스코 성인이 동료 수사들과 함께 고향의 반대자들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Assisi로부터 나와 도착한 곳이다. 이곳 산위에서 성인은 기도하였다. 성인은 이곳에서 만나는 주민들에게 “좋은 사람들, 안녕하세요”라는 단순한 인사를 나누곤 했다. 수 세기 동안 프란치스코의 이 인사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단다. 

 

 성지 뒤편 높은 산에 있는 외진 두 동굴에서 성인은 기도하며 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인은 신적 명상 중에 자신의 모든 죄를 사함 받았으며 동료 수사와 지원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계시 받았다.

라 포레스타 성지에서 한참 들판 길을 굽이굽이 가다보면 멀리서 포지오 부스토네 산위 마을이 한 눈에 보인다. 성지가 위치해있는 산꼭대기 중간에 있는 놀이터 중앙에는 평야를 내려다보며 두 팔을 벌리고 있는 프란치스코 성인 동상이 세워져있다. 당시 동료수사들을 피해 이곳에 온 프란치스코 성인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가시나무가 성인의 다리를 칭칭 감고 있다. 동상 주위에 동네 젊은이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가 외지인인 우리가 다가가자 ‘차오!’ 하며 인사를 한다. 이탈리아 젊은이들은 놀이터, 광장은 물론 동네의 후미진 작은 공간이라도 상관없이 모여 주로 입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이곳을 지나 버스가 서는 공간 맞은편에 있는 벤치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나와 한담을 하고 있었다. 경사가 심한 길을 차가 낑낑대며 오르자 막바지에 확 트인 공간이 보이며 성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가 이곳 성지를 방문했던 날은 이곳에서 마을 주위에 사는 젊은이들을 위한 사순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피정에 참석하려고 젊은이들이 한두 명씩 무리를 지어 성지로 올라왔다.

성지순례는 지상에 있는 성당을 거쳐 내부 경당, 지하 동굴 등을 지나서 건물 밖으로 나오면서 끝나는데, 바로 그 순간 눈앞에는 절벽이 나타나고 그 아래에 펼쳐진 녹색의 들판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건물 외벽으로 난 계단을 올라오면 성지입구와 다시 만난다. 경당을 지나고 경사진 복도를 내려가다 보면 프란치스코 성인이 기도했던 겨우 한 사람이 들어갈듯 말듯 한 동굴이 있다.
 

성당

동굴


 


성지 왼편에 있는 동산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십자가의 길을 할 수 있도록 14처가 설치되어 있다. 각기 다른 작가들이 한 처씩 맡아 제작했다. 십자가의 길이 끝나는 동산 꼭대기에는 하느님께서 엎드린 프란치스코 성인을 다정하게 당신 품에 안는 동상이 있는데, 그 아래에는 “네 죄는 용서받았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땅에 철퍼덕 앉아서 하느님과 성 프란치스코의 팔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면 그대로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품속인 듯 푸르른 하늘로 빨려들어 갈 것 같았다. 이 순간을 포착하려고 카메라로 한 컷 찍었다.

 

십자가의 길


 

네 죄는 용서받았다

하느님의 자비

동산에서 내려오는데 성지 마당에 고백성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자전거를 타고 사진도 찍었다. 동네 아저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에 찍은 사진들을 옮기면서 보니 날씨가 흐려 바깥 풍경사진들이 너무 민민했다. 해서 시간을 내어 한 번 더 성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두 번째 방문한 날은 날씨가 청명하였으나 우리가 성지로 출발한 시간이 늦은 오후여서 제발 구름이 하늘을 가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다행히 성지에 도착했을 때 아직도 하늘은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오상을 받았던 베르나 성지를 빼고는 다른 성지를 방문할 때마다 한 번에 원하는 장면들을 찍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최소한 두 번 같은 곳을 가야했다.

/최금자 김용길 2008-05-23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