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하느님을 시인이라 한, 그래서 예수님 역시 시인이라 한, 사제들이 시공을 넘나드는 성령을 닮아 시인이 되길 갈망한,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을 갈망하는 세포가 되어 사뭇 다른 눈으로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길 기원하는 박춘식 선생님이 한 주에 한번씩 '기도하는 시'를 올려줄 예정입니다. 그 중엔 당신의 시도 있고 당신이 흠모하던 이들의 시도 있을 것입니다. 일일이 사전에 시인들에게 허락을 받아 게재하겠다는 박춘식 선생님의 마음을 매주 월요일 여러분에게 전달해 드립니다. -편집자

▲ 아주 고적한, 마음이 밀물처럼 죄 빠져나간 새벽녘..그분 나 몰래 곁에 와 누우신다. (사진/한상봉 기자)

별 1

-정지용

누어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고나.

아스름 다치랴는 눈초리와
금(金)실로 잇은듯 가깝기도 하고,

잠 살포시 깨인 한밤엔
창유리에 붙어서 였보노나.

불현 듯, 소사나 듯,
불리울 듯, 맞어드릴 듯,

문득, 령혼 안에 외로운 불이
바람 처럼 일는 회한(悔恨)에 피여오른다.

힌 자리옷 채로 일어나
가슴 우에 손을 념이다.

<카톨닉靑年 4호. 1933년 9월호>


1933년 ‘가톨릭청년’ 9월호에 실린 정지용 프란치스꼬 시인의 작품으로, 한밤중에 멀리 보이는 별을 하느님의 눈빛으로 생각하면서 하얀 잠옷 차림으로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그린 시입니다. 요즘 언어가 아니여서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멀리 있는 별을 가까이 끌어당겨 아픈 마음을 치유받고저 하는 모습을 느낄수 있습니다. 신앙이 매우 깊었던 정지용 프란치스꼬 시인(1902.5~1950.9)을 잊지 말기를 바라면서 77년전에 발표된 그분의 시 한 편을 오늘 만나보고 있습니다. <정지용전집 1>(민음사) 110쪽에서 옮겨왔습니다. #박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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