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공무원 현미혜 씨 ‘바보 추기경’ 집필
-소아마비·유방암 모두 이겨낸 아마추어 작가…11월 첫 공연

“생전의 김수환 추기경님을 딱 한마디로 축약하긴 어렵지만 굳이 표현한다면 ‘소금 같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애들과 있으면 어린이들 눈에 맞춰서, 노인들과 있으면 노인들과 딱 맞게 상대해주시는 항상 열린 분이었습니다”

▲현미혜 씨(43)는 현재 제주시청 세무과 소속 공무원이다. 세례명 레지나인 현 씨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사진/제주의소리)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지난 해 선종에 든 故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는 연극 ‘바보 추기경’을 올 11월15일 서울가톨릭청년회관 무대에 올릴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김 추기경의 일생과 수도자로서의 삶을 반추하게 될 이번 연극대본을 제주의 한 아마추어 작가가 써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제주시 세무과 소속 공무원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현미혜 씨(43.세례명 레지나). 그는 소아마비를 앓는 2급 지체장애인이다.

지난 2003년 2.6cm의 악성종양을 도려내는 유방암 수술로 생사의 고비를 경험하기도 한 그이지만 어느 한 구석도 ‘그늘’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항상 씩씩한 일꾼이다.

사실 현미혜 씨는 연극 대본 집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천주교제주교구(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사도 바오로 탄생 2000주년인 ‘2008 바오로해’를 기념해 특별 제작한 뮤지컬 ‘이마고데이’(각본 차지성, 연출 지성구)의 원작을 써 천주교계와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다.

당시 제주에서의 개막공연과 순회공연은 물론,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 공연을 비롯해 부산.광주 등 전국 순회공연이 매번 성황을 이뤄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故 김수환 추기경을 조명할 ‘바보 추기경’은 ‘이마고데이’를 무대에 올린 당시 기획팀이 아예 가톨릭 문화기획사인 IMD(대표 현요한 신부)를 설립해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과 함께 만들고 있다.

현미혜 씨는 5일 <제주의소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대본 집필은 제 친동생이자 IMD의 대표를 맡고 있는 현요한 신부의 집요한 ‘압력(?)’에 의한 것”이라며 “생전에 직접 뵌 적이 없는 추기경 님의 이야기를 집필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이것도 제게 주어진 짐이라고 생각하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뭐에 홀린 듯이 한 달 보름 만에 집필을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대본은 지난 2009년 2월 김 추기경님이 병원에서 선종을 앞두고 있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다 다시 1922년 출생 당시로 장면을 옮겨 시간 순서대로 김 추기경님의 생을 되짚는 연대기 방식으로 썼습니다”고 설명했다.

▲ 현미혜 씨는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지체장애인이다. 한때 유방암이 발병해 큰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엔 한시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호탕한 성격으로 항상 주변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씩씩한 그녀다. (사진/제주의소리)

현미혜 씨는 지난 2월 중순부터 집필을 시작해, 퇴근 후 매일 4~5시간 씩 늦은 새벽시간 까지 노트북과 씨름하기를 한 달 보름여 만에 A4용지 45쪽 분량(200자 원고지 300장)에 이르는 ‘바보 추기경’ 대본을 완성, 지난 4월3일 기획사 IMD에 넘겼다.

“정말 쉽지 않더군요. 무식한게 용감한 거라고, 집필에 들어가기 전 추기경께서 생전에 남기신 구술자서전과 ‘혜화동 할아버지’ 등 김수환 추기경님을 조명한 책들을 섭렵하는데도 한참이 걸렸습니다. 인터넷에서도 사소한 자료까지 모두 발췌해 추기경님의 내면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서려고 애썼습니다”

현미혜 씨는 특히 김 추기경의 인간적 면모를 읽어내려 많이 노력했단다. 그래서 김 추기경과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연 등도 에피소드 방식으로 풀어냈다. 특히 김 추기경이 1987년 민주화 운동 당시 명동성당의 공권력 투입을 온몸으로 막아선 일, 김 추기경의 각막을 기증받은 노인이 감사해 하는 장면 등 한평생 사회적 약자들과 같은 자리에 서있던 추기경의 일대기를 담았다.

현미혜 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집필 과정서 추기경님이 살아계셨으면 여쭤보고 싶은 대목이 여러 가지가 있었기에 아쉽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생전에 추기경님을 비록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집필을 마치면서 그분의 육신은 비록 돌아가셨지만 그 분이 남긴 가르침과 메시지는 진리처럼 우리 곁에 살아있음을 깨달으면서 그 아쉬움은 버렸다. 이천년 전의 예수님을 만나뵙지 못했지만 늘 우리 곁에 있음과 같은 이치 아닌가. 그 분도 바보, 나도 바보…”라면서 활짝 웃었다.

한편 가톨릭 문화기획사인 IMD는 연극에 출연할 배우를 홈페이지(www.ccpimd.com)를 통해 공개오디션을 거쳐 모집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과 평화방송, 평화신문 등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바보 추기경’ 연극은 서울 공연을 오는 11월 15일부터 내년 5월 30일까지 가톨릭청년회관 CY씨어터 무대를 통해 선보인다. 문의전화 02-2253-9191. 

[기사제휴] 제주의 소리-2010년 8월 6일 김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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