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교구 학생회 교류 넘어, 실천 프로그램 운용

한국가톨릭대학생연합(한가대연) 학생들이 4대강 사업의 현실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순례에 나섰다. 지난 7월 19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유스센터'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20일은 경기도 여주의 남한강 일대를 돌았고, 21일 오늘은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를 순례한다.

▲ 한가대연 학생들이 4대강 사업의 현장을 7월 19일부터 21일까지 2박 3일동안 순례한다. (사진/고동주 기자)

한가대연은 2008년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에 두 번의 모임을 통해 국제가톨릭학생운동의 체계와 각 교구의 가톨릭 학생회의 활동과 현황을 공유해왔다. 이번 4대강 순례는 단지 친목을 나누는 교류를 넘어 대학생으로서 신앙을 함께 실천할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2002년 여름대회를 끝으로 전국가톨릭대학생협의회(전가대협)는 모임이 이뤄지지 않았다. 가톨릭 학생회의 국제조직인 국제가톨릭학생운동(IMCS)의 한국 대표는 그동안 서울대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서가대연)에서 임의로 맡아왔다. 한가대연은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서 명실 공히 한국의 가톨릭 대학생의 대표 조직을 만들자는 제안에서 출발했다.

한가대연을 담당하는 이승민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담당신부)는 "주교회의 승인을 먼저 받고 번듯하게 출발하고 싶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승인은 그 다음에 받아도 늦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한가대연의 주체인 학생들의 자발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신부는 가톨릭 학생회의 전국 조직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몇 차례 무산된 이유를 학생들의 의지 부족에서 찾고 있다. "지금 각 교구의 사제들과 의견을 나누며 학생들을 지원하자고 의지를 다지지만, 결국 학생들이 나서지 않으면 다시 흐지부지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 신부는 한가대연에서 이번 여름에 4대강 순례를 떠나게 된 것도 학생들의 의견임을 강조한다. 처음에는 기존에 있는 프로그램으로 성지순례를 떠나자고 제안했으나 교회 안에서 4대강 사업이 두드러지면서 학생들이 4대강 순례를 떠나자고 의견을 모아갔다. 그러나 전국 교구의 의견을 수렴하기는 쉽지 않았고, 이번 순례에는 광주, 서울, 안동, 전주, 제주, 청주 6개 교구의 학생 36명이 참가하게 됐다.

가톨릭대학생청주교구연합회의 송지은 씨(그라시아, 3학년)는 "대학생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같은 생각으로 하느님을 믿는 친구들이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배울 점도 많아지고, 친구들도 사귀게 되는 것이 좋았다"며 "특히 교회 안에서 대학생으로서 신앙실천 활동을 한다는 게 의미 있다"고 뿌듯해했다.

▲ 환경운동연합 정나래 간사가 여주 지역 남한강 일대의 사진을 펼쳐 보이며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동주 기자)

▲ 4대강 사업에 대해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학생들의 눈이 빛난다. (사진/고동주 기자)

환경운동연합의 정나래 간사의 안내를 따라 한가대연 학생들은 이포보와 여주보, 부처울습지 등의 공사 현장들을 돌아봤다. 성당에서 주교와 사제들에게 이야기로 듣기만 했던 4대강 사업에 대해 직접 눈으로 보고 활동가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은 종종 탄성을 자아내며 안타까워했다.

병원 실습 중에 금강 공사장에서 일하다 다쳐서 입원한 아저씨를 봤다는 홍혜선 씨( 미카엘, 간호학과 2학년, 광주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는 "그분이 '내 몸을 다치는데 4대강 사업이 무슨 소용이냐'라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하며 "왜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가며 사람도 다치게 하고 자연도 죽이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서가대연 학생이라고 모두 서울 출신은 아니다. 다른 지역의 연합회 학생들도 꼭 그 지역 출신의 학생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승민 신부는 "가톨릭 학생회는 태생적으로 지역에 묶일 수 없고 교류가 필요하다"며 "각 교구 연합회가 가진 자원을 서로 나눴으면 한다"고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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