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톨릭 노동장년회 회원 장성기(비오)


경기도 김포시 농협(축협)에서 은행관련 업무를 담당 했던 장성기(비오, 53세)씨. 노동운동을 하다가 해고된 지 2년, 경제 생활도 마음도 점점 메말라 가는 것 같다. 집안에는 기도문과 성경구절이 눈에 잘 보이는 거실 벽에 붙어 있다. 힘겨운 시절 성경구절을 외우며 위로를 얻는다. 모태신앙으로 줄곧 다녔던 성당, 장성기 씨는 성당에서도 비교적 열심한 신자로 여러 가지 직책을 맡아 일을 해왔다. 그러나 해고 이후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본당에서 맡은 직책은 모두 내어 놓았다. 하지만 가톨릭 노동장년회(이하 가노장) 회합은 열심히 다니고 있다.

일반 가정집 같은 부천 노동사목에서 드리는 미사, 십여 명 가노장 회원들과 같이 기도하고 함께 식사하는 모습은 장성기 씨에게 초대교회를 떠올리게 한다. 미사시간 자신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기도하고 이겨낼 힘을 하느님께 청한다. 미사와 성경공부가 끝나고 이어지는 생활나눔 시간, 가노장 회원들은 저마다 자신의 생활을 이야기 한다. 미싱사로 일하는 사람, 보건소에서 방역원으로 일하는 사람, 대형마트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는 사람, 모두 여유롭지 않은 환경에서 고용불안을 느끼며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가노장 회원들은 자신의 노동으로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며, 예수님의 일을 돕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모두 밝게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은 모습으로 하느님 일에 열정을 내는 사람들, 장성기 씨는 이들 속에서 위로를 얻는다고 말한다.

본당에서 레지오 단장을 15년간 해 왔던 장성기 씨, 레지오 피정 중에 지도신부는 ‘자신이 일생 추구하는 한 분야를 정할 때 영성이 만들어 진다’라고 말한다. 일생동안 추구해야 할 분야가 무엇일까? 그는 노동운동을 자신의 영성으로 삼기로 작정했다.

2002년도 봄, 전국 축협노조 김포시 지부장을 맡던 시절, 이때 40일간 파업을 하게 되었다. 생활비가 없던 노조원들은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충당했고, 노조가 갖고 있던 돈도 점점 없어졌다. 30여명의 노조원들은 언제 싸움이 끝날지 모두 불안해했다. 지부장이었던 장성기 씨가 휴대전화를 받으면 노조원 모두가 장성기 씨를 처다 보았다. 노조원들은 혹시나 싸움이 끝나는 연락을 받는지 모두가 궁금해 했다.

점점 막다른 벼량끝으로 몰리는 느낌이다. 장성기 씨는 다른 노조원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는 위치, 자신의 어려움을 쉽게 다른 노조원들에게 말할 수 없었다. 작은 소문 하나가 노조원 전체를 불안에 빠뜨릴 수도 있다. 이때 처음 자살을 생각해 봤다는 장성기 씨, ‘사람이 절망속, 막다른 길에서는 자살할 수밖에 없다.’라고 그는 생각한다. 힘겨운 모습을 동료 노조원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혼자 골방에 있던 장성기 씨, 주님의 기도를 드리며 마음의 평화를 얻곤 했다.

힘겨운 시간 앞뒤로 막힌 어둠속에 홀로 남겨졌다고 느껴지는 순간, 기도는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 노조의 싸움으로 남녀 임금차이도 없어지고, 여성 생리휴가를 비롯해 출산휴가 등 노동환경이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농협 조합장이 바뀌고, 노조를 탈퇴하면 더 나은 대우를 해 준다는 제안에 노조원들이 하나 둘 탈퇴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노조원 세 명 그나마 지부장인 장성기 씨와 사무장이 해고되었다. 노동조합을 탈퇴하면 승진을 시켜 준다는 제안도 거절한 장성기 씨, 그에게 노동운동은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는 일이며, 신앙의 양심을 지키는 일이였다.

사람들은 노동을 육체노동, 정신노동으로 사람을 노동자, 경영자로 가른다. 하지만 노동은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것이고, 하느님 입장에서는 모든 사람의 노동이 존엄하고,  노동하는 사람들이 천대받지 말아야 한다.

장성기 씨 거실 벽에 붙여진 성경 구절과 기도문 마음이 메마를 때 성경구절을 읽으며 위로를 얻고 있다.(사진/두현진 기자)

노동운동 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라며 차별하는 사회분위기가 가슴 아프다는 장성기 씨, ‘30년을 일 해온 직장 안에는 친한 친구도 있지만 연락도 없어 슬프다.’고 말한다.

2009년 10월 프랑스 낭트에서 가노장 세계총회가 열렸다. 인천교구 대표로 참석한 장성기 씨는 여러 나라의 가노장 회원들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 세계 그룹별 총회를 비롯해 동아시아 지역회의 등 다른 나라 가노장 회원들 이야기를 들었다.

노동 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가난이다. 부유할 것처럼 보이는 포루투칼 회원들은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작은 기도초를 만들어 팔아 회의에 참석했다. 그 밖에 스리랑카, 아이티 등 다른 나라 회원들도 여유 없는 상황 속에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프랑스 방문 중에 파리외방선교회 본원을 방문할 수 있었다. 파리외방선교회 지하 박물관에는 김대건 신부 친필 기도문을 비롯해 순교자의 유골이 전시되어 있었다. 옛날 선교사들은 부임지로 떠나는 것이 죽음을 맞으러 가는 길이였다. 죽을 것을 알고도 떠날 수 있는 선교여행, 장성기 씨에게 순교자들의 유품은 신앙의 신비를 새롭게 묵상하는 기회가 되었다.

요사이 장성기 씨는 부천노동사목에서 성경공부를 하고 있다. 그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성경을 배우는 재미를 느낀다는 장성기 씨, 그의 책상위에는 성경공부 관련 자료들이 쌓여 있다.

해고자 장성기 씨는 지금 복직 싸움중이다. 노동운동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가 노동운동이 신앙의 양심을 지키는 수단이였기 때문이다. 신앙이 없었으면 노동운동도 포기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성기 씨는 신앙에 대해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노동운동에서, 가노장 활동에서 가슴 아프고 슬픈 일도 있었지만, 그만큼 아름답고 함께 있고 싶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말한다.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양심에 떳떳하다는 자부심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힘겹기도 하지만 주위에 좋은 사람들, 저보다 저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에게서 위로를 받고 희망도 얻습니다.’ 라고 장성기 씨는 말한다.  

장성기 씨(전국축협노동조합 김포시 지부장)는 2008년 사용자측의 노조사무장 폭행 및 임단협 해지를 당 하면서 노조사무장과 함께 해고 되었다. 2010년 현재 경기지방 노동위원회, 중앙 노동위원회, 등에서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사측(김포시 농협)의 이의제기로 현재 고등법원에서 소송이 진행중이다. 행정법원에서는 부당해고가 인정받았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