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성적 규정에서 자유로웠다.
-예수는 가부장적 가족 반대해..새로운 관계 요청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가 성경 안에서 전혀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후대 가부장적 교회의 산물이며, 예수는 가족제도를 비난했다는 입장이 나왔다. 지난 6월 7일, 한백교회 안병무홀에서 열린 테드 제닝스 초청강연회에서 "동성애 혐오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교회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성서학 이야기가 나누어졌다.

▲테드 제닝스 교수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에서 주관한 이번 초청강연회에서 발제한 테드 제닝스는 시카고 대학(CTS)에서 '성서와 구성신학' 교수로 있는데, 특별히 성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퀴어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교회가 예수의 복음에 더 충실할 것을 요청하는 게이와 레즈비언에 대한 차별철폐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으며, 호모포비아에 맞서기 위해 2001년부터는 LGBT연대 인권그룹과 함께 일해왔다. 그는 동성애 혐오 문제와 관련해 교회가 증거와 선포의 진실성에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나자렛 예수를 구세주로 따르기보다 오히려 예수의 제단 위에 번영과 권력의 우상을 올려놓고 있다는 것이다.

제닝스 교수는 "교회는 성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것에 대해 겁에 질려 있다"고 말한다. 교회는 그저 동성애 등의 문제에 "No!"라고 반복적으로 말할 뿐이다. 결혼관계 외에는 성관계하지 말라는 기계적인 답변을 하고 있지만 성서적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콘스탄티누스 황제 이후부터 '죄'에 대해 말하길 주저해왔으며, 이는 성서에서 죄는 억압과 불의, 탐욕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그동안 사회 지도층(권력자)의 죄를 공격하는데 주저하거나 겁을 집어먹고, 수천 년 동안 성 문제 등 단지 사소한 것들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용서를 구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이를 두고 제닝스 교수는 "이처럼 교회가 죄의 교리를 왜곡한 것은 우리가 예언자들의 하느님, 또는 예수의 아버지가 아니라 세속적 성공이라는 맘몬을 숭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한다.

특별히 교회가 성에 대해 부정직하게 된 것은 "결혼과 가정의 가치를 치명적으로 복음과 결합했기 때문"이라는데, 그들은 동성애를 죄로 지목함으로써 결혼과 가정의 신성함을 거듭 상기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음서에서 예수는 "놀랍게도 가족이라는 제도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수의 가족이 예수에게 왔을 때, 예수는 그들이 자신의 가족이 아니라면서, 그의 유일한 가족은 하느님 나라의 가치에 헌신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복음서는 구절구절마다 예수는 복음이 소위 가족적 가치들과 화해할 수 없는 상충관계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한다. 그러나 교회는 이러한 가치들을 절대적인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하면서, 예수는 제자도를 설명하면서 어머니와 형제, 누이 그리고 배우자와 아이를 미워하지 않는 누구도 예수와 하느님 나라를 얻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가족을 절대화시킴으로써, 교회는 더 이상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침묵하게 되었고, 그래서 가정 내 폭력과 학대, 근친상간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더구나 동성애와 관련해 게이와 레즈비언, 양성애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교회는 '성은 죄악'이라는 신화를 영속화했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많은 청소년들이 자살하고 있는데, 레즈비언 청소년들은 교회로부터 어떤 지지와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 채, 그들이 가진 욕구와 욕망의 양상 때문에 신과 공동체에서 영원히 단절된다는 말을 듣고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사느니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고 고발했다. 

이는 성서에서 말하는 하느님의 자비와 정의에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예수가 철폐했던 율법의 종교가 되었음을 알려준다고 말한다. 동성애에 대한 지나친 정죄로 말미암아, 정작 성서가 죄라고 판정한 탐욕과 교만과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희미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제닝스 교수는 "사랑은 죄가 아니라 오히려 율법 본질을 완수해주는 유일한 수단이고, 하느님을 기쁘게 하는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며, 사랑이 없는 정의로는 누구도 하느님을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구약성서는 삼손과 데리라, 다윗과 밧세바 이야기에서 보듯이 성생활에 개방적인 문헌이며, 동성 간의 놀라운 이야기도 담고 있다고 소개한다. 다윗과 사울 그리고 요나단은 흥미로운 삼각관계를 보여주는 드라마이며, 사울과 요나단은 다윗의 사랑을 얻으려고 경쟁하며, 사울은 다윗이라는 사랑스러운 젊은이의 애인으로서 제 자리를 요나단이 차지한 것에 질투를 느낀다. 룻과 나오미 사이에 오가는 사랑의 말은 이성 간의 결혼을 축하하는 예전에서 종종 등장하던 말이다. "나더러 당신 곁을 떠나라고 하지 마세요. 당신의 겨레가 내 겨레입니다…."(룻기 1,16)

하느님은 남성인 이스라엘에게 여자 옷을 입혀 결혼하고, 사막의 하느님 대신에 위풍당당한 바빌론의 기병장교들을 사랑하는 이스라엘에게 질투와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라고 초대한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예언자들 역시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동성애적 표현으로 말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마태오 복음에서 예수가 성매매여성과 간통녀의 자손으로 나오고, 예수는 심지어 성매매여성이 종교지도자들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가게 될 것이라고 선언한다. 예수는 성적 규정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예수에게 한 소년의 치유를 간청하는 백부장 이야기에서, 백부장이 치유를 부탁한 소년은 남자애인을 뜻하는 그리스어 '파이스(pais)'라고 표기되어 있다. 결국 백부장은 주변의 평판과 안전을 염려하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던 남자애인을 위해 예수를 찾아온 것이고, 예수는 마다하지 않고 이 소년을 치유해 주었다. 

한편 동성애 혐오론자들이 주장하기를, 동성애가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하지만, 예수는 전통적으로 여자의 역할이었던 봉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었다. 그리고 제닝스 교수가 자신이 쓴 <예수가 사랑한 남자>라는 책에서 말했듯이, 요한복음은 '예수가 사랑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남자가 상대방의 무릎 또는 가슴에 누워있는 자세는 육체적 친밀감의 표시라고 한다. 즉 두 사람은 '애인'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닝스 교수는 예수가 죄인이 아니라면, 결국 '동성애혐오'가 죄라고 결론짓는다. 예수는 사랑과 성실함으로 성적인 친밀함을 갖는 능력과 그것이 주는 위로를 그리워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하느님이며 진정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이는 "정통인 교회의 고대 신조"이며, 동성애 혐오는 바로 이 전통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교회가 그동안 외면하고 단죄해 왔던 수많은 게이와 레즈비언,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이 여전히 하느님을 신뢰하며 예수를 헌신적으로 따르는 것은 하느님 은총에서 빚어지는 '기적'이라며, 이는 그들이 믿고 있는 예수가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박해와 억압의 희생자"였다는 복음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제닝스 교수는 "교회야말로 자비와 공평의 종교로 회개하고 거듭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촬영 및 편집 /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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