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 발표에 따라 전공의 사직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교회의가 '생명 존엄' 중시를 가장 중심에 두고, 돌파구를 찾을 것을 정부와 의료계에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는 2035년 의사 1만 명 부족, OECD국가 평균 의사 수(1000명 당 3.7) 대비 한국 2.6명 등을 근거로 지방의대 중심 2000명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지난 20일부터 주요 수련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과 병원 이탈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3일 오후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 34명(80.5퍼센트)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병원 이탈자는 9000명을 넘었다. 전공의 이탈에 따라 진료 일정이 취소, 보류되고 있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응급실을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태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26일 낸 성명에서 정부와 의료계는 서로의 주장 관철을 위해 한 치 양보도 없이 위협적이고 극단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우려하고, “여러 계층의 합리적 의견을 수렴해 돌파구를 찾도록 지혜를 모을 때”라고 말했다.

이 주교는 “하지만, 현재의 의료대란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은 정부와 의료계 인사뿐만 아니라,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 절박하게 수술을 기다리는 이들, 내원하는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안겨주고 있다”며, “‘의료 공백’ 현상으로 인해 당장 불편함을 겪게 될 환자뿐만 아니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이용훈 주교는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지만 그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강조하고, “국가도 의료계도,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와 목적은 국민을 보호하고 그 생명을 안전하게 유지시키는 일이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불가피한 갈등과 타협을 이유로 환자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게 하거나 볼모로 잡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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