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종 10주년 즈음,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세미나

프란치스코 교종 즉위 10주년인 2023년을 마무리하며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가 15일 콘퍼런스를 열고, 교종의 문헌과 활동, 신학적 배경을 살펴보며, 한국 교회의 역할을 모색했다.

박상훈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는 “'만남'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각을 가장 잘 드러내는 언어 가운데 하나”이며, “언어일 뿐 아니라 신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만남의 신학을 바탕으로 한 “교황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우리의 영적 감수성을 일깨우고 사회적 상상력에 힘을 주는지” 이야기했다.

“교황은 우리가 ‘자신을 넘어’설 수 있는 두 종류의 길, 즉 두 가지의 ‘초월(transcendence)’로 초대한다. 하나는 기도와 성찬례를 통한 하느님과의 만남이며, 둘째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의 도움으로 가장 취약한 이들에 대한 염려에서 시작하는 이웃과의 만남이다.”

박 신부는 “만남의 원리를 단순하게 말하면, ‘자신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예수께서 교회 바깥으로 나가 세상으로 들어가라고 하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앙은 내가 모르는 이웃의 죽음, 그 하나가 인간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각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교황은 가난한 이들과의 만남을 강조하곤 하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긴급함’이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과 주변으로 버려진 이들과의 만남’을 지금, 시작하라"고 촉구한다.

박 신부는 “교황에게 ‘주변’이란, 사회적 권력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사람들, ‘잊힌 사람들,’ 생산이나 소비에 기여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의 잉여로 취급받는 사람들이며, 실제로 교회 때문에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라고 설명하고, “그러나 교황은 주는 자와 받는 자의 범주를 부수고, 대신 우리가 모두 주고받는 만남의 범주를 설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밖으로 나가 자신을 세상에 개방하는 사람은 불편한 충돌을 겪을 수밖에 없지만, 교황은 제의실에 갇혀 있는 병든 교회보다는 세상과 충돌하는 교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가 15일 콘퍼런스를 열고, 프란치스코 교종의 문헌과 활동, 신학적 배경을 살펴보며, 한국 교회의 역할을 모색했다. ⓒ배선영 기자<br>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가 15일 콘퍼런스를 열고, 프란치스코 교종의 문헌과 활동, 신학적 배경을 살펴보며, 한국 교회의 역할을 모색했다. ⓒ배선영 기자

김민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부소장)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크게 영향을 끼친 아르헨티나 민중신학(푸에블로 신학, Teología del pueblo)을 이야기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민중신학은 식민지 시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즉 식민 제국 아래 억눌렸던 민중의 종교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신학은 문화 즉 가난한 이들, 민중의 문화를 중심에 두고 있다.

“이탈리아 이주민의 후손이자 라틴 아메리카의 스페인 식민지 기억을 물려받은 아르헨티나인으로서 프란치스코는 정체성의 문제에 예민했다. 그런 점에서 아르헨티나 민중신학에서 강조하는 ‘민중’의 개념, 즉 역사와 문화의 주체이자 오랜 역사를 통해서 독자적인 문화와 언어/방언을 형성해 낸 민중은 프란치스코에게 굉장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방신학자인가?’, 김민,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웹진 <인연>)

그는 특히 아르헨티나 민중신학은 한국의 민중신학과는 달리 해방신학에 선을 긋고 있다며, 둘을 구분했다. 해방신학은 경제적, 구조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상태를 어떻게 해방할 것인지에, 민중신학은 민중이 입고 있던 문화적 뿌리를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아르헨티나 민중신학의 정신은 2007년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 주교회의 제5차 정기총회에서 반포한 ‘아파레시다 문헌’에 잘 드러나 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당시 추기경 재임하면서 이 문헌의 최종 편집위원회를 주재했고, 교황이 된 뒤 발표한 '복음의 기쁨'에서 이 문헌을 언급했다. 김 신부는 여기에 각각의 삶과 문화 속에서 고유한 방식으로 스며들고 깊어지면서 발전한 종교성에 맞춰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중신학의 핵심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그는 이주민 환대에 관해 이야기하며, “다양성에서부터 나오는 풍요로움이 있다. 우리가 서로에게 좀 더 관대하고, 개방적이어야 하고, 그래서 다양성을 장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정형준 위원(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이 돌봄 사회와 교회에 관해 발표했다. 그는 돌봄이 시장 자본주의로 파괴되고 있으나, 재건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돌봄이 없는 사회는 ‘무관심’이 만연한 것이며, 돌봄의 진정한 의미를 상호의존과 상호관심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작은 국가’, ‘그림자 국가’는 무관심한 국가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렇게 ‘돌봄의 위기’가 온 것은 신자유주의적 교리 때문이며, 사회서비스가 점점 민영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이 우선시 되면서 인간의 생명도 착취와 투기의 대상이 되었고, 돌봄은 부차적이고 수익성 없는 경제 활동으로 치부됐다. 최근 부상하는 플랫폼 기반 돌봄 사업은 건강과 교육 같은 비시장 영역까지 시장 논리로 끌어들이고 있고, 보건의료, 교육, 주거 시설 같은 기본 공공재 공급과 유지에 필요한 인력, 즉 돌봄 부분 전반이 공동체의 책임에서 시장으로 이동하게 만든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돌봄 사업이 아니고 보편적 돌봄”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해 돌봄 문화를 강조했다.

“돌봄의 문화는 오늘날 매우 만연해 있는 무관심과 버림과 대립의 문화에 맞서 싸우는 길이 됩니다.”(제54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그는 돌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의존과 연대, 형제애, 공동체는 복원하고 증진시킬 우리 시대의 과제라고 강조하며,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것이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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