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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기쁨’은 아파레시다 문헌의 교황 버전교황 권고에서 주로 사용한 단어는 ‘하느님’…연설에서 주로 쓰는 단어는 ‘가난’

대전가톨릭대학에서 지난 10일 ‘<복음의 기쁨>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는 대전가톨릭대학의 김유정 신부와 안소근 수녀, 한정현 신부,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상병 신부와 몽골 울란바토르 지목구의 바타르 엥흐 등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을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오중석 부제 등이 ‘<복음의 기쁨>이 성소자들에게 건네는 소명의 의미’를 다루었다. 이 자리에서 김유정 신부는 <복음의 기쁨>의 특징과 구조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김유정 신부는 서론을 겸한 제1발제에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직무와 관련한 윤곽을 교회에 제시하는 문헌”이며 “현실에 대한 예언자적이고 긍정적인 전망을 되찾기 위한 초대”라고 소개했다.

단순하고 친숙한 용어지만 ‘파격적 내용’ 담아내
<복음의 기쁨> 서론, ‘기쁨’으로 시작해 ‘기쁨’으로 맺어

   
▲ 김유정 신부 ⓒ홍성옥
이 문헌의 특징으로 ‘단순하고 직접적인 언어’를 지적하며, 이 때문에 독자들은 대화하는 느낌으로 문헌을 읽을 수 있으며, 이는 “교황의 깊은 사목적 감각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교황은 논문을 쓰려는 의도가 아니라 교회 구성원과 대화하는 가운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열매를 맺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 문헌은 “단순하고 친숙한 용어에 비해, 내용은 대단히 파격적”이라며, 교황은 본당, 개별교회, 교구는 물론 교황직까지 모두 쇄신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문헌은 “참된 복음화를 위해 세상을 복음적으로 식별할 뿐 아니라 성령의 움직임을 선택하고 악한 영의 움직임을 거부하는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김 신부는 이 문헌에서 “교황은, 불평등을 영속시키며 인간이든 환경이든 연약한 대상을 ‘먹어치우는’ 세계 경제 시스템과 자유시장의 ‘독재’를 비난하는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인용했다.

그런데도 이 문헌은 ‘기쁨’을 강조하는데, “교황 권고의 서론격인 1~18항은 기쁨으로 시작해 기쁨으로 맺고 있다”고 말했다.

“복음의 기쁨은 예수님을 만나는 모든 이의 마음과 삶을 가득 채워 줍니다.” (1항)
“이렇게 우리는 날마다 일하며 다음과 같은 성경의 권고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주님 안에서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필리 4,4).” (18항)

교황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가난’
<복음의 기쁨>에서는 ‘하느님’ ‘교회’ ‘사람들’

한편 김유정 신부는 <복음의 기쁨>에 사용된 단어들에 대한 흥미로운 결과를 소개했다. 이 문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하느님(God)’, ‘교회(Church)’, ‘사람들(people)’ 순이다. 또한 이 문헌에서 ‘사랑’은 154회, ‘기쁨’은 109회, ‘가난한 사람’은 91회, ‘평화’는 58회, ‘정의’는 37회, ‘만남’은 34회, ‘존엄성’은 23회, ‘공동선’은 15회 등장한다고 한다.

크리스 워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취임 후 104개의 공식 연설과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취임 후 102개의 공식 연설을 분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사용한 단어는 ‘가난’(poverty)이다. 이어서 ‘십자가’, ‘성인’, ‘셋’, ‘원하다’, ‘생각하다’, ‘앞으로’, ‘하게 하다’, ‘살’, ‘여성’, ‘여인’, ‘가난한’, ‘제발’, ‘용기’, ‘가다’ 등의 단어들이 뒤를 이었다.

   
▲ [왼쪽] <복음의 기쁨> 영어본에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들 (출처/http://www.stbridgeteastfalls.org/pope-francis-and-the-joy-of-the-gospel/ [오른쪽]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설 중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들.(출처/http://vizynary.com/2013/12/03/gods-word-pope-francis-new-vocabulary/

<복음의 기쁨>은 간결하고 실천적인 언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풍부하고 다양한 교회 전통이 인용되고 있다. 이 문헌에는 성 이레네오, 성 암브로시오 등 교부들과, 성 토마스 아퀴나스, 토마스 아 켐피스 등 중세 신학자들, 그리고 복자 존 헨리 뉴먼과 앙리 드 뤼박, 로마노 과르디니 등의 현대 신학자와 더불어 조르주 베르나노스 같은 저술가의 글도 인용되고 있다.

또한 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에 따른 역대 교황 권고들이 인용되고 있는데, <평신도 그리스도인>, <가정 공동체>, <현대의 사제 양성>, <아프리카 교회>, <아시아 교회>, <오세아니아 교회>, <아메리카 교회>, <중동 교회>, <유럽 교회>, <주님의 말씀> 등이 그것이다. 이 문헌에는 <푸에블라 문헌>과 <아파레시다 문헌>을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 주교들의 목소리, 인도, 미국, 프랑스, 브라질, 필리핀과 콩고 주교회의의 목소리도 들어 있다.

김유정 신부는 특히 13회나 인용되고 있는 교황 바오로 6세의 <현대의 복음 선교>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권고의 10항은 <현대의 복음 선교>를 인용하며 왜 제목이 복음의 ‘기쁨’인지를 밝혀주는 듯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열정을 되찾고,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려야 할 때에도 즐거움과 위안을 주는 복음화의 기쁨을’ 되찾고, 이를 더욱 키우도록 합시다. ‘때로는 불안 속에서 때로는 희망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현대 세계에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이, 낙심하고 낙담하며 성급하고 불안해하는 선포자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기쁨을 먼저 받아들여 열성으로 빛나는 삶을 살려는 복음의 봉사자가 되기를 빕니다.’” (<현대의 복음 선교> 80항)

   
▲ <복음의 기쁨>은 일차적인 복음 선포자인 사제들과 신학생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이날 부제와 신학생들은 “이 문헌의 수취인은 분명히 온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지만, 특별히 사제직을 지향하는 성소자들에게 생생한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홍성옥

교황 “<아파레시다 문헌>은 라틴 아메리카의 <현대의 복음 선교>”
낮은 데서 높은 데로, 하느님 백성과 더불어

한편, 추기경 재임 시절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 주교회의 제5차 정기총회에서 <아파레시다 문헌>의 최종 편집 위원회를 직접 주재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파레시다 문헌>은 라틴 아메리카의 <현대의 복음 선교>이며, 감히 <현대의 복음 선교>와 같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음을 상기시켰다.

교황은 추기경 재임 시절 인터뷰를 통해 <아파레시다 문헌>의 요점을 정리한 바 있다. 첫 번째는 ‘낮은 데서 높은 데로’인데, 미리 작성된 기초 텍스트를 보지 않고 열린 대화로 제5차 주교총회를 시작했다. 당시 교황은 “우리의 자세는 아래로부터, 하느님의 백성으로부터 온 의견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우리는 종합을 하기보다 조화를 이루려 했다. …… 교회 안에서 조화를 이루시는 분은 성령이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요점은 주교회의를 성지에서 개최하였고 이에 따라 순례자들,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기도했다는 것이다.

“하느님 백성과 함께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것은 우리 주교들끼리 따로 하는 것과 다릅니다. 이는 우리에게 우리 백성에 대한 소속감, 하느님 백성으로서 걷고 있는 교회에 대한 감각을 되살려 주었고, 우리 주교들이 하느님 백성을 섬기는 사람들임을 생생하게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세 번째 요점은 선교 정신이다. <아파레시다 문헌>은 문헌으로 끝나지 않고, ‘선교를 여는 개막’이라고 표현했다. “복음 선포는 제자들의 증언”이며, “복음에 충실히 머무르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게 <아파레시다 문헌>의 정신이다. 김 신부에 따르면 “<아파레시다 문헌>은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것과 선교사가 되는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 즉 모든 그리스도의 제자는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김유정 신부는 <복음의 기쁨>이 3장의 ‘복음 선포’를 중심으로 2장과 4장에서는 복음화되어야 하는 구체적인 현실에 대해, 그리고 1장과 5장에서는 교회와 복음 선포자의 역할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별히 2, 3, 4장은 현실-과업-대안의 귀납적 성격을 띠고 있는데, 이것은 현실 분석에서 시작하는 귀납적 방법을 사용하는 <메데인 문헌>이나 <푸에블라 문헌> 등 “상대적으로 더 실천적인 문헌들로 일컬어지는 교회 문헌들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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