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시작

코로나19 감염병이 시작되고 만 3년을 채워가던 지난해 가을, 햇수로 5년째 맡고 있던 본당사목위원 임기도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후임으로 일할 봉사자를 찾는 동시에 새롭게 사목회가 꾸려지게 되면, 코로나 3년 동안 위축됐던 본당(성당) 활성화를 위해 동아리 모임을 신자들에게 제안해 보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었다. 신임 사목위원들이 얼추 다 꾸려졌다는 소식이 들릴 무렵 주임 신부님 연락을 받았다. “안드레아 형제님! 새 사목위원들이 다 구성이 됐는데, 교육분과장을 못찾았네요. 이번에는 놔드리려고 했는데, 연락하는 사람마다 못하겠다며 거절을 하니 주임신부 하기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부탁드려야 할 거 같아요. 거절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결국 거절하지 못했고, 제안했던 동아리 활동은 교육분과의 일로 결정됐다. 부랴부랴 동아리 활동을 조직하기 위해 선호도 조사를 진행하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1년이 지난 지금 마두동 성당에는 17개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본당의 달이 속한 이번 달에는 거의 매주 행사가 이어지는데, 음악제에는 첼로와 색소폰, 기타, 오카리나 동아리가, 전시제에는 캘리그라피와 어반스케치, 사진/영상 동아리가 참여한다.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60명이 넘는 인원으로 가장 활성화된 자전거 동아리, 격월로 순례 일정을 떠나는 성지/역사 순례 동아리, 당구 동아리가 활발하게 모이는 중이다.

마두동 성당 자전거 동아리. ⓒ차미현<br>
마두동 성당 자전거 동아리. ⓒ차미현

동아리 모임 참가 기준은 간단하다. 신자가 아닌 회원 비중이 절반을 넘지 않는 선에서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동아리 모임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모임을 해 오던 ‘마당회(마두동 당구 모임)’의 경우, 당구 치러 왔다가 신자가 됐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곤 한다. 자전거 동아리에 참여하는 회원 중에도 예비자 교리반에 속한 예비 신자가 몇 분 계시다. “성당 생활이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마두동 성당은 너무 재미있어요” 하면서 동아리 활동이 교리반 활동을 포함해 신앙생활에도 큰 활력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에 동아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동아리에서 동아리 소공동체로

지난해 연말 첫 모임을 시작으로 10개월 동안 모임을 해 온 오카리나 동아리는 요즘 본당의 날 음악제 본공연과 은총제(묵주기도 성월) 때 몇 차례 진행 중인 소공연 준비로 분주하다. 도레미파~ 운지법 연습하던 시간이 얼마되지 않았는데, 30매짜리 악보에 곡을 다 채우고, 새로운 악보파일을 구해 연습을 하고 있으니, 장족의 발전이 이런 게 아닌가 싶다. 합창이나 합주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합(合)을 맞추는 일’이다. ‘합’이라는 말은 ‘여럿이 모여 하나가 되다’, ‘만나다’, ‘틀리거나 어긋남이 없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서로 다른 목소리와 노래 실력, 서로 다른 연주 실력을 지닌 이들이 함께 모여 하나가 되려면 정말 부단한 연습과 조율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동아리 회원들은 잘 안다. 아직 초짜인 우리들이 어느 수준에까지 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동아리’라는 이름 뒤에 ‘소공동체’를 붙여 ‘동아리 소공동체’라 이름 붙인 이유는 우리의 목적지가 관심사를 공유하고 취미생활을 함께하는 동아리에서 출발했지만, 교회 공동체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 교회 공동체는 단순한 동아리나 동호회와 달라서 우리의 궁극적인 비전인 ‘하느님나라’를 이 땅에서 살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기본 사명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기본 사명, 바로 하느님나라 실현을 위한 ‘봉사(diaconia)’, 하느님나라를 누리기 위한 ‘친교(koinonia)’, 하느님나라를 선포하기 위한 ‘증거(martyria)’, 하느님나라의 신비를 기념하기 위한 ‘전례(liturgia)’ 사명이 동아리 소공동체 활동 안에 녹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으로 너무 성급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출발점을 잊었을 때 생겨날 수 있는 불협화음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꼭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마두동 성당 오카리나 동아리 공연. ⓒ김영주
마두동 성당 오카리나 동아리 공연. ⓒ김영주

오카리나 합주를 하면서 우리는 참과 거짓 멜로디를 구별하는 법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점차 그 음악에 익숙해지고 거의 직관적으로 언제 조화를 이루게 되는지, 조화를 이루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공동체를 통해 하느님과 친숙해지기 위해, 하느님의 목적과 일치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목적과 일치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습 체계가 본당 공동체 안에서 얼마나 잘 작동되고 있는가 존재 여부가 성숙한 본당 공동체인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동아리 소공동체 활동은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이러한 연습 체계를 복원하려는 작은 실험인 셈이다.

경동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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