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종교가 성찰해야 할 때다

이 글은 <가톨릭평론> 40호(2023년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나는 신이다'

2023년 3월에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독교복음선교회 JMS의 정명석을 비롯한 사이비 교주 4인의 범죄 행위를 고발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이 반향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회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서 만들어졌다기보다, 성범죄 피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연출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연출 방식에 관한 선정성 논란이 일었고, 담당한 조성현 PD는 “1분 동안 무엇을 보여 줘야 믿음이 흔들리고, ‘메시아가 맞나’ 물음을 던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자신들은 다큐멘터리보다 더 적나라한 사실을 담아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1) 하지만 PD의 인터뷰는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고, 오히려 PD가 언론 재현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키웠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한 '‘나는 신이다’는 다르지 않았다: 재현의 윤리와 저널리즘을 고민하다' 좌담회에서는 “‘피해자의 증언이 포르노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신이다’는 그 증언을 포르노적으로 매개하는 작품”이라며, ‘자극적인 영상으로 만든 관심이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고 있다는 착시를 벗어나야 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2)

'나는 신이다'의 재현 방식과 저널리즘 윤리에 관한 비판은 타당하며 꼭 필요한 논의다. 그러나 한편으로 해당 다큐멘터리로 일어나는 담론이 언론 역할을 비판하고 수정하는 지점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참담한 사건이 발생한 뒤에 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도 물론 중요한 논의이겠지만, 근본적으로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신이다'의 사건을 만든 사회구조 원인을 살피지 않으면, 이러한 일들은 여전히 정상 사회 바깥 일로 인식되고, 피해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존재로 치부될 수 있다. 서울여대 박진규 교수 역시 지금까지 언론이나 대중, 기성종교 등이 충분히 다루지 못했지만, '나는 신이다'와 관련해 그 무엇보다 필요한 논의는 첫째, 사실상 우리 사회와 기성 종교가 사이비 교주들의 존재를 키웠다는 문제 제기와 둘째, 앞으로 누가, 어떻게 그 사이비 종교의 자리를 채울 것인가의 질문이라고 이야기한다.3) 그렇다면 우리 사회나 기성 종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이비 교주들의 존재를 키웠다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짧게나마 '나는 신이다'를 둘러싼 사회문화 배경, 특히 그중에서도 성폭력, 살해, 노동력 및 재산 착취 등 충격적 사건에 가려졌던 종교적 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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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예고편에서 나오는 JMS 정명석 모습.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기시감이 드는 종교 문법들

다큐멘터리에서 정명석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어떤 경로로 정명석을 만나게 되었는지’에 관한 질문에서 공통으로 증언하는 바가 있다. 이는 ‘원래 만날 수 없는 종교 지도자’를 만나게 해 준다는 말을 듣거나, 종교 지도자가 자신을 불렀다는 것이다. 이때 핵심은 종교 지도자가 상징 권력을 독점했다는 점이다.4) 반 JMS 활동가 김도형 교수는 “일반 신도들은 단독 면담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면담하는 것이 보통 경쟁률이 센 것이 아니죠”라고 이야기하는데, 이처럼 종교 지도자가 상징 권력을 독점하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그와 만남을 꿈꾸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종교 지도자와 면담은 신자들이 긴장감을 느끼게 하지만 기대감도 갖게 한다. 즉 피해자들이 피해 장소까지 가게 되는 원인은 ‘이성으로 이해되지 않는 신앙’에 너무 빠지거나, 개인이 무지해서가 아니다. 신이라는 초월적 대상을 매개로,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독식하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민중신학자 김진호는 1990년대 중반 이전에 성장한 교회를 선발대형교회라고 부르며, 그 특징을 목사의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목사를 향한 신자들의 팬덤 현상이라고 이야기한다.5) 이 맥락에서도 목사는 절대 권위를 가지며, 대형교회일수록 종교 지도자를 만나기 어렵기에 신자들은 목사와 대면하기를 갈망하게 된다. 이러한 종교 문법은 개신교계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개신교나 개신교계 신종교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특히 한국의 종교는 카리스마 있는 종교 지도자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설령 그 종교 지도자가 악인이 아니라고 할지언정, 자타가 상호 인정하는 상징 권력이 한 점으로 귀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구조는 마치 왕의 인성에 국가의 흥망을 맡겨야 하듯, 종교 지도자의 인성이 신자들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나 많은 신자가 종교 지도자를 직접 만나지 않은 채 그의 상징 권력을 인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신이다'에 나오는 사이비 종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신자들을 ‘위계화’해 그들을 관리한다. 이러한 체계를 가시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가 만민중앙교회의 ‘믿음의 분량’ 단계다. 만민중앙교회는 신자들을 단계로 나누는데, 1단계는 천국에 갈 수만 있는 ‘낙원’, 2단계는 천국에서 아파트를 주는 ‘일천 층’, 3단계는 단독주택을 제공하는 ‘이천 층’, 4단계는 성을 제공하는 ‘삼천 층’, 5단계는 궁궐 같은 성을 가질 수 있는 ‘새 예루살렘’이다. 교인들은 헌금을 많이 내고,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해 이 단계를 올릴 수 있다. 다큐멘터리의 인터뷰 참여자들은 자신이 만민중앙교회를 다닐 때 몇 단계였는지 이야기하며, ‘4단계 3퍼센트’, ‘3단계 60퍼센트’라는 표현을 쓴다. 이는 신자들을 위계화할 때, 단순히 단계로만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줄 세워서 구체적인 순위를 매겼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러한 위계화는 신자들 상호 간의 서열화된 인정 체계를 구축한다. 고액자 우대 사항으로 교회의 앞자리에 앉게 하고, 교주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등의 혜택은 다른 신자의 부러움을 사게 하는 행위다. 실제로 다큐멘터리에서는 돈을 많이 내면 ‘선망 대상이 된다’거나 ‘스타가 된다’ 같은 표현이 나온다. 누가 상징 권력을 더 가질지에 관한 상징 투쟁을 통해 신자들을 관리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면, 집단 내 중심부로 가기 위한 욕망이 만들어지고 구체적 행위를 강제하지 않더라도 결속이 단단해진다. 물론 이때 신자 간에 만들어지는 상징 권력은 종교 지도자가 독점하는 상징 권력과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다. 심지어 이제는 만민중앙교회를 다니지 않는 인터뷰 참여자에게 “돈을 많이 내서 맨 앞자리에 앉으면 뭐가 좋아요?”라고 묻는 질문에 “목사님을 맨 앞에서 볼 수 있어요”라고 대답하듯이, 종교 지도자의 상징 권력을 분배받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인정은 종교 지도자를 향해 있고, 그 종교 지도자에게서 나오는 인정을 통해 타인에게 인정받는 ‘중앙집 권적 종교체계’가 구축된다.

만민중앙교회의 ‘믿음의 분량’ 체계는 생소하지만, 위계화 양식은 어느 집단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우리는 일상적으로 만들어지는 위계화에 익숙해 있다. 종교계 역시 성역은 아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혹은 목사, 장로, 집사 등 도식은 위계를 목적으로 나누어진 ‘계급’이 아니지만,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마태 20,28)는 예수의 가르침을 뒤로하는 순간, 위계로 작동할 수 있다. 문제는 종교적 위계가 노골적으로 구축되어 도표면으로는 그 의도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섬김을 이야기하면서 성서에 나오는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 같은 개념을 활용해 피라미드형 리더 체계를 갖추는 교회도 있다. 제도종교 안에서도 섬김을 위한 시스템이 종교 지도자의 권위와 만나 위계화를 만들고, 강력한 중앙집권 체계를 만들어 내는 사례를 우리는 이미 많이 보아 왔다. 이러한 종교적 구조는 '나는 신이다'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상 현상이 아니다.

이렇게 중앙집권적 종교체계가 구축되면 체계 밖 사회와는 단절될 수밖에 없다. 체계 안에서 인정을 받아 왔고, 그 인정을 토대로 자신의 문화 행위를 구축했으며, 가치관과 기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만민중앙교회 신자들이 MBC를 습격한 사건이나, 아가동산 김기순 교주가 수배 중인 상황에서도 신자들은 흔들리지 않았던 것을 신자들의 신앙 차원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물론 신앙과 가치관도 사이비 교리를 따랐겠지만, 옳고 그름의 윤리적 차원뿐 아니라 좋고 나쁨의 기호를 결정짓는 습속, 즉 부르디외 식으로는 아비투스가 형성된 것이다.6) 따라서 '나는 신이다'에 나오는 신자들의 종교 정체성과 문화 실천은 그들의 ‘비정상적’ 교리로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 기성 종교와 사회가 용인했던 ‘종교 지도자 중심의 종교문화’와 ‘위계화의 문법’ 위에서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지점이 우리 사회와 기성 종교가 성찰해야 하는 지점이다.

'나는 신이다' 예고편에 등장하는 만민중앙교회에서 환자 집회 여는 모습.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예고편에 등장하는 만민중앙교회에서 환자 집회 여는 모습.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갈라파고스화된 신종교, 꼬리 자르기 대상이 되다

사이비, 이단, 신종교. 여러 이름으로 부르는 그들의 세상은 늘 수면 아래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더더욱 손쉬운 비판 대상이 되곤 한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다. '나는 신이다'의 신드롬은 재현 윤리에 관한 논쟁을 낳았지만, 종교적으로는 ‘비이성적인 사이비’의 ‘특수한 문제’로 인식되었고, 그들의 행태는 공분 대상일 뿐이었다. 기성 종교는 이번 사태에서 아무런 타격도 성찰도 없었다. 오히려 코로나19 상황에서 신천지에 대항해 종교의 정상성을 강조했던 것처럼,7) ‘저 악하고 이해되지 않는 존재들’과 대비해 정상 종교의 위엄과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전국 각지의 그리스도교 교회에서는 사이비 종교에 관한 설교가 많이 나왔을 것이다. <국민일보>를 대표로 언론에서도 사이비 집단을 사회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논의들이 제기되었다.8) 종교의 구조 문제는 성찰하지 않으면서, 일종의 꼬리 자르기를 시전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와 기성 종교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 사이비를 더욱 악마화하는 행태는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 메커니즘을 떠올리게 한다.9) 물론 지라르가 이야기하는 희생양 메커니즘에서는 무고한 희생물이 나오는 반면, '나는 신이다'에서 나오는 사례들은 전혀 무고하지 않다. 이 글은 그들의 행위를 옹호하거나, '나는 신이다'에서 제기한 윤리 문제의 논점을 흐리려는 것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강조한다. 범죄를 저지른 사이비 교주들과 신자들은 법적,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바라보면서도 갈라파고스화된 신종교의 특수한 문제로만 인식한다면, 지금도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이나 위계로 인한 폭력 같은 문제를 성찰할 수 없으며, 박진규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얼마 뒤 또 이런 고발을 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종교가 어떤 문법을 만들고 있으며, 그것이 하느님의 사랑을 지향하는지, 지금이 성찰할 기회다.

1) 김소연, '“JMS 정명석 실체...수위 충격적? 실제 10분의 1 수준” [인터뷰]', <한국경제>, 2023.3.6.
2) 강푸른, '“‘나는 신이다’, 자극적 관심을 문제 해결 열쇠로 착각”', <KBS> News, 2023.4.27.
3) 박진규, '[바이블시론] ‘나는 신이다’로 말하지 않은 것', <국민일보>, 2023.4.7.
4) 이 글에서 사용하는 상징 권력은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개념을 따른다. 부르디외는 상징 권력을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한다. 하나는 상대에게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권력이면서 인정을 하게 만드는 권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한 것을 믿게 만들고, 그들을 동원할 수 있는 권력이다. 이 두 가지 차원은 연결되어 있는데, 인정을 받음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세계에 대한 시각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세계를 만드는 권력’이라고 볼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피 에르 부르디외·로익 바캉, 이상길 옮김,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 부르디외 사유의 지평"(그린 비, 2015)를 참조.
5) 김진호, "대형교회와 웰빙보수주의: 새로운 우파의 탄생", 오월의봄, 2020.
6) 아비투스는 ‘지속적인 성향들의 총체’로, 인간의 실천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무의식이다.
7) 졸고에서 코로나19 상황 가운데 신천지에 관한 묘사들이 어떠한 권력을 행사하는지 다루었다. 서도원·하태현,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신천지 보도에 대한 비판적 담론 분석', <언론과 사회>, 29(2021), 35-111쪽.
8) 임보혁, '교계 “이단·사이비 집단 사회서 퇴출해야”', <국민일보>. 2023.3.31.
9) 르네 지라르, 김진식 옮김, "희생양", 민음사, 1998.

서도원

연세대 미디어문화연구 박사과정. 문화사회연구소-물질 연구원. 가나안 성도, 신종교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종교, 미디어, 문화, 출판, 게임 등의 분야에서 사회적 인정과 인정욕구를 연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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