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JRS 활동가 댄 코루 신부

예수회 난민봉사기구(JRS)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책임자 댄 코루(Dan Corrou) 신부가 한국을 방문했다.

영국 출신 코루 신부는 시리아 내전이 일어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시리아 난민들의 인도주의적 문제를 알렸다. 2019년 JRS로 복귀한 뒤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 그리고 국내 난민(IDP, 자연재해나 빈곤, 폭력 상황 등 이유로 국내에서 고향을 떠난 난민)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13일 예수회 기쁨나눔재단에서 만난 그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난민 상황, 그리고 결과적으로 난민이 발생 원인 제공자로서 미국 정책에 대한 이해, 난민을 수용하는 주변국 상황과 국제적 책임 분담의 필요 등을 말했다.

난민들의 상황을 알리고 지원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해 한국 예수회를 찾은 댄 코루 신부. ⓒ정현진 기자
난민들의 상황을 알리고 지원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해 한국 예수회를 찾은 댄 코루 신부. ⓒ정현진 기자

레바논 총인구 4분의 1 시리아 난민 수
유입국의 경제적 어려움, 환대는 어렵다 

코루 신부가 담당하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난민 가운데 시리아 난민이 비중이 가장 크다. 2011년 3월 15일, 시리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일어난 내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유엔난민기구, 국제 앰네스티에 따르면, 2014년까지 3년간 주변국에 유입된 시리아 난민 수는 튀르키예 약 160만 명, 레바논 118만 명, 요르단 63만 명에 달했다. 레바논은 당시 인구수가 400만 명이었는데, 난민 수가 이의 4분의 1이었다. 주변국 가운데 이라크나 리비아는 그 나라 자체 난민 문제가 크고, 부유한 산유국들은 무슬림 난민을 외면하는 상황이다.

코루 신부는 레바논과 같이 인구와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감당하기 어려운 난민이 유입되는 경우, 엄청난 사회, 경제적 부담을 짊어져야 하며, 이것이 난민 혐오 감정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리아 난민은 2013년 이후 튀르키예, 요르단, 레바논에 상당수가 머물고 있는데, 이 나라들은 난민을 위한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 부담을 지게 된다"면서, "하지만 유엔협약(1951년 유엔난민협약, 1967년 유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에 따르면, 이런 부담은 이웃 국가뿐 아니라 국제 사회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하며, 인접국에 온전히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리아 난민에 대한 레바논의 태도는 매우 우호적이고 환대 가득했습니다. 레바논 내전 당시 레바논 난민 역시 시리아에서 안식처를 찾았고, 종교, 언어, 문화적으로 시리아와 동질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변화가 생겼는데, 2019년 레바논 경제 위기가 닥쳤기 때문입니다.”

코루 신부에 따르면, 2019년 레바논 경제 위기가 일어나면서, 화폐 가치는 약 10분의 1로 폭락했고, 지독한 인플레이션을 겪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레바논 인구 4분의 1 수준인 시리아 난민을 부양한다는 것은 극도의 긴장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구체적 예로, 처음 시리아 난민을 맞았을 때, 레바논은 교육 시설을 개방해, 오전에는 레바논 학생, 오후에는 시리아 학생들이 수업받도록 했다. 시리아 난민 학생들의 교육비는 유엔과 국제민간단체가 부담했다. 이런 교육 지원사업에 JRS도 참여했다. 그러나 레바논 경제 위기가 시작되면서 정작 레바논 학생들은 교육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갈등 요소가 됐다.

또 JRS가 난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빈민 지역에서는 종교 갈등도 일어났다. 그리스도교 지역이었던 곳에 무슬림 난민들이 들어오면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고, 2019년 경제 위기가 시작되자 난민이 레바논 빈민보다 가난하지 않으며,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생기기도 했다.

화해와 동반
무슬림 난민 위해 밥 짓는 그리스도교 난민

이러한 갈등과 두려움, 혐오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JRS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코루 신부는 “화해는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시작된다. 이 유사성이야말로 인간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인간적 접점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난민을 위한 교육이나 건강 지원 프로그램이 중요한 것은, 그 목표가 고향을 떠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난민들이 다시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7년 IS가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을 휩쓸 당시, 많은 그리스도인이 이웃 국가로 들어가면서 무슬림과 그리스도인 사이의 긴장 상태가 있었던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처음에는 한자리에도 앉지 못했던 이들이, 일상을 나누고, 서로를 도우면서 점점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것을 봤다면서, “코로나가 닥친 어느 라마단 시기에 이라크 그리스도교 난민 여성이 무슬림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서 요리를 해 주는 것을 보았다. 이 아름다운 장면이 바로 내가 말한 인간적인 접점의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은 이 지역 난민들에게도 큰 상흔을 입혔다. JRS 시리아 지부에서 주민들을 지원하는 모습. (사진 출처 = 기쁨나눔재단)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은 이 지역 난민들에게도 큰 상흔을 입혔다. JRS 시리아 지부에서 주민들을 지원하는 모습. (사진 출처 = 기쁨나눔재단)

댄 코루 신부가 강조한 또 한 가지 이슈는 난민을 발생하도록 하는 국제 사회의 분쟁에 미국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난민 이슈는 매우 복잡한 요인과 상황으로 발생하지만, 미국의 대외 정책이 결과적으로 난민 발생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면서,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미국에 의한 정권 교체, 이에 따른 잦은 정책 변화가 난민 발생 원인이 되었다”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의 예를 들면, 시리아는 중동에서 인구수나 자원도 적은 나라지만, 지중해와 아프리카를 잇는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내전은 곧 국제전 양상으로 번졌고, 시리아는 미국과 러시아 세력 대결의 장이 됐다.

이런 맥락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위한 JRS 활동의 두 축은 “화해와 동반”이다. 무엇보다 시리아와 레바논, 종교적으로는 무슬림과 그리스도인 사이의 올바른 관계 정립, 그리고 어떻게 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느냐는 문제를 풀어간다.

코루 신부는 난민들을 불쌍한 존재, 시혜를 베풀어야 할 존재로 봐서는 안 된다면서, 멀게는 예수회가 시리아와 레바논에 진출한 1656년 이후, 가깝게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계기로 JRS 활동이 시작된 2008년부터 “동반과 화해”를 위한 여정을 이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JRS는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요르단 등지에서 교육과 심리상담, 사회복지, 한센병 환자를 위한 의료 서비스 등을 통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난민 발생은 전 지구적이고 지속적 상황
누구나, 어디에서나 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댄 코루 신부는 중동을 비롯한 각 지역 난민이 유럽으로 대거 몰려드는 현상, 기후 난민 발생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난민 발생과 유입, 유입국에서 일어나는 문제 등은 어느 국가든 피해 갈 수 없는 문제가 됐다면서, 국가 간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문제는 난민 자체의 분산이 아니라 난민들로 일어나는 부담 분산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국제법에 따라 난민을 어느 곳에서든 환대하는 것이 궁극 목표다. 난민들 상황은 저마다 다르고 물리적으로 분산시키거나 강제 송환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난민을 받아들이는 인접국에 끼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이웃 나라들이 난민을 지속적으로 수용하고 지원할 방법과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는 오늘의 난민을 세계의 짐 덩어리로 봐서는 안 된다. 난민은 폭력, 경제 불안정을 일으키거나 사람들을 내쫓기게 만드는 불의한 세상 구조를 반영하는 존재다. 사제로서 나는 그것이 하느님의 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난민을 환대할 때 그리스도의 상처를 환대하고, 상처 입은 하느님을 우리의 삶 속으로 초대하고 환대하는 것이다. 형제자매를 그 자체로 온전히 받아들일 때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