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본당에 우리농 매장이 있습니다. 저도 가끔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많은 교우분께서 즐겨 찾지요. 교우분들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꽤 많이 찾습니다. 얼마 전 교우가 아닌 어느 할머니께서 오셔서 저에게 물었습니다. “신부님, 우리농에 소금 남아 있어요?” 당연히 재고 사항을 모르는 저는 주차장 뒤의 소금 창고에 갔습니다. 있으면 우선 가져가시고 제가 우리농 담당자께 얘기하면 되니깐요. 그런데 창고에 그렇게 많이 쌓여 있던 소금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어느 순간 다 팔리고 이제는 없어서 못 판다고 하더군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로 소금 대란이 일어났다더니 본당의 작은 우리농 매장에도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집권 여당 대표는 야당이 괴담, 공포를 조장하며 소금 사재기 같은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 냈다라고 주장합니다. 과연 이 불안감을 조장하는 주체는 누구일까요?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야기 둘

지난 토요일 학생 미사를 마치고 난 뒤에 본당에 몇 안 되는 고등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모의고사 잘 봤나?” 저도 수능세대이기 때문에 수많은 모의고사 중에서 6월과 9월에 치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의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육청이나 다른 사설 학원과는 달리 직접 수능을 출제하는 기관에서 주관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 형태나 흐름을 보고 수능을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대통령이 직접 수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지요. 겨우 5개월을 앞두고 나온 이야기입니다. 학생들에게 인생의 첫 관문이나 다름없는 수능인데, 대통령과 주무 부처인 교육부 이야기가 서로 맞지 않고 돌출적 발언과 논란, 그리고 어중간한 수습 또 이어지는 혼란.... 대입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도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이야기 셋

6월 둘째 월요일, 우리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미사’의 주제는 고리 2호기와 같은 핵발전이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로 우리 사회와 관련 국가들이 시끄러운 게 현실이지요. 이미 낡을 때로 낡은 고리 2호기를 다시 한번 수명 연장시키고, 방폐장 문제로 주민들을 불안감에 떨게 하는 정부의 정책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고리 2호기는 부산 울산 경남과 직접 관련돼 있는 문제이지요. 정치인들도 선거 때는 여야 가리지 않고 주민들 편에 있는 척하더니 이제는 중앙정부 눈치 보기 바쁜 모양입니다.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몫일진데, 우리는 왜 끊임없이 정부 때문에 불안해 해야 할까요?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이 세 가지 예시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안보, 경제 모든 측면에서 정부는 국민들을 끊임없이 불안에 떨게끔 만듭니다. 불안 속에서 서로 대립하게 만들고, 남 탓과 비난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부 때문에 불안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국민을 무서워하고 국가 권력이 국민을 보고 불안에 떨게 만들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견제하고 감시함으로써 국가 권력이 가진 두려움과 불안을 이용해야 합니다.

교회는 인간에 대한 선이 고려되지 않은 채 물질 번영과 혜택만을 생각하는 국가 정책은 결국 “단순한 기술적 요량으로 전락”(2013년 제 47차 평화의 날 담화 10항)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합니다. 그러기에 국가는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대단이 중요”(프란치스코 교황, 2014년 한국 공직자들과의 만남에서 한 연설)함을 강조합니다. 잊지 맙시다. 교회는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관련 지역 주민들의 견해를 더 많이 반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찬미받으소서', 150항)하다고 새삼스레 가르칩니다. 더 이상 국가 권력 때문에 우리가 불안해 하지 않고, 국가가 국민을 존중하고 두려워하는 세상이 오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유상우 신부

부산교구 우정 성당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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