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랬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화가 나다 못해 헛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 나라 정부가 대한민국을 위한 정부인지 아니면 일본이나 미국을 위한 정부인지 그 정체성이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그로부터 10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삼일절 기념사의 논란이 이를 예견했던 것같이, 그 이후에 벌어지는 현실은 처참합니다. 대통령과 내각의 의전상의 실수나 사소한 논란거리는 이제 눈길도 잘 가지 않습니다. 인사, 외교, 안보, 국방 어디 하나 무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 없습니다. 3권 분립에 따라 행정부의 견제도 필요한 국회의 여당 역시 자타공인 ‘친윤’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앞두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 지난 3월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촉구 시국미사’를 지난 4월 10일 시작으로 매주 전국을 순회하며 ‘월요시국기도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 당시 미사 강론과 성명서를 꼭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런데 이 미사가 시작되니깐 많은 분께서 왜 종교가 정치에 참여하냐고, 왜 신부님들이 성당에 있지 않고 거리에 나오느냐고 물으시며, 심지어 이를 비난하는 분도 계십니다. 이것 때문에 자기는 냉담을 한다며 핑곗(?)거리를 찾은 분도 심심치 않게 만납니다. 이것 때문에 냉담하신다는 분들은 우선 자신 마음속에 하느님이 계신지부터 묻고 싶습니다.

교회의 사회교리는 현실의 나그네인 교회가 현실 문제에 대해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끊임없이 주장합니다. "공공의 일에 대한 사람 등의 관심과 참여가 더욱 깊이 뿌리내려야 합니다."(베네딕토 16세, '진리 안의 사랑' 24항 참조) 여기에 말하는 사람 중에서 성직자는 예외일까요? "우리는 구체적인 가르침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 실천적인 결론, 교회의 사목자들은 인간 생활과 관련되는 모든 것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종교가 사적인 영역에 국한되어야 하고 오로지 영혼이 천국에 들어가도록 준비하기 위해서만 종교가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프란치스코, '복음의 기쁨', 182항) 이와 같이 함께 기도하며 진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올바른 참여의 모습일 것입니다.

4월 10일 시청광장에서 봉헌한 시국미사에서 두 수녀가 각각 '일본영업사원 1호 윤석열 탄핵', '약자는 안전하게 강자는 정의롭게'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배선영 기자
4월 10일 시청광장에서 봉헌한 시국미사에서 두 수녀가 각각 '일본영업사원 1호 윤석열 탄핵', '약자는 안전하게 강자는 정의롭게'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배선영 기자

요즘 집권 여당과 한 목사님과의 관계가 복잡해져 아직까지 시끄럽습니다. 집권 여당에서는 자기들이 필요할 땐 그 목사님의 영향력이 필요했고, 그 목사님 역시 그 영향력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에 서로 윈윈(?) 하는 관계였지요. 근데 그 목사님이 조금씩 선을 넘는 상황이고, 여당의 당대표부터 많은 사람이 이제는 그 목사님이 부담스러운 모양새입니다. 독자 여러분, 이게 정치가 종교를 이용하는 것이 종교인이 정치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나는 하나님의 보좌를 딱 잡고 살아요. 딱 잡고.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사실 정치에 대한 시각을 떠나 하느님과의 관계를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무슨 종교인인가 싶습니다만은, 아직도 많은 분들이 이 목사님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지난주에는 "대한민국 정치인들도 미국 정치인처럼 종교인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며 모두가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전에도 일본군 위안부를 옹호했고, 특정 지역을 빨갱이라고 비난하고, 자기가 직접 당을 창당했던 과거도 있었지요.

얼마 전 박근혜 씨가 대구 동화사를 방문했던 것이 보도되었습니다. 동화사의 큰스님이 박근혜 씨에 대한 업적을 찬양하는 발언을 하자 밝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하지요. 그러다 갑자기 “"박근혜 대통령은 비선 실세 하신 게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수십 명, 수십만 명, 수백만 명이 그냥 비선 실세"라고 말하자 표정이 굳어졌다고 했습니다. 주위에 사람들은 환호하고 박수 쳤다고 했지요. 과연 본당 사제가 이런 비슷한 발언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그 신부님의 핸드폰부터 본당 홈페이지, SNS 난리도 아니었겠지요. 신앙인은 시대의 유행과 사람을 따라 하느님을 찾는 존재가 아니라, 시대와 사람 그 속에서 하느님을 찾아야 하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유상우 신부

부산교구 우정 성당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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