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인 문종권 씨를 만나다

 

장애인 인권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인 문종권(43세)씨는 1989년 인천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1980년대를 살아갔던 방식 그대로 그는 민주화 학생운동을하고, 수배받고 감옥에 가는 과정을 거쳤다.

별 일 없이 대학을 다녔다면 1993년도에 졸업해야 했지만, 수배 이후로 1996년 9월까지 학교에 남아 있다가 감옥에 갔다. 그후 1998년 3월에 출소하여 통일운동 단체에서 2002년까지 일했다.

2002년 12월, 노동운동을 하기위해 조그만 영세 공장에 들어간 문종권 씨는 그곳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맡이한다. 2003년 오른쪽 손목이 기계에 잘려 나가는 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그래서 문종권씨는 20대를 마냥 행복한 시절로 기억하지 않는다. 평소 엄하기만 했던 아버지가 충남 당진에서 삼촌과 함께 올라와 학생운동을 그만 두라고 종권 씨에게 눈물까지 보였지만, 끝내 그는 학생운동을 접지 않았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겠다던 종권 씨, 결국에는 한 쪽 손목이 없는 장애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구김살 없이 뜨거운 열정으로 장애인 운동을 한다. 그의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삶을 원망할수도 있는데, 무슨 힘으로 살아갈까?

그는 동료 장애인을 만나면서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2004년도 민주노동당 인천 부평지역 장애인 실태 조사에 참여하면서 장애인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들은 대부분 사람 만나기를 꺼립니다. 친가족들 조차도 장애인이 같은 마을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바라지 않죠. 장애인은 집안 행사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왕따를 당하기도 합니다. 장애인은 가족과 사회의 무관심 때문에 인간존엄성을 잃어버리고 의존적으로 살게 됩니다."

문종권씨는 평소 오른손에 의수를 끼고 생활한다.

문종권씨는 2004년 뇌병변 중증 장애인 공소구 씨를 만나면서 새로운 성찰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는 식사도 어려운 동갑네기 공소구 씨. 하지만 그는 자립생활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공소구 씨가 보여준 삶의열정과 자립의지는 종권  씨에게 희망을 주었다.

"양손이 있을때 쉽게 할수 일이 어렵게만 느껴지고 불편할때, 자꾸 나 자신을 원망했죠. 저는 신경질적으로 날카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소구 씨를 보며 저의 장애는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후 장애인 운동을 제 삶의 소명으로 받아들였지요."

장애인운동을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하는 문종권 씨, 비록 다시 생각하기 싫은 사고로 오른쪽 손을 잃었지만 그것을 계기로 그는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단체 활동을 통해 많은 장애인들을 만났습니다. 처음에, 사람 만나기를 주저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생활하던 사람들이 조금씩 밝아지면서 삶의 목표를 세워 갈 때 저도 기뻤습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꿈도 부정당하고 억눌려 살던 사람들이 자신감을 찾아가고 저에 대한 신뢰를 보여줄 때 감동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종권 씨는 "정부가 장애인지원 정책 중 어떤 한 가지를 줄일 때마다, 장애인들은 죽기 살기로 싸운다"라고 말하며, 생존문제를 두고 온 몸을 던져 싸울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의지만큼은 비장애인들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가 없는 비장애인들이 삶에 대한 의지나 열정 없이 살아가는 것은 종교적으로 보면 '죄'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문종권 씨에게는 자신이 안고 있는 불편한 장애가 더 이상 삶의 장애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생활은 여전히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현재 진행형처럼 보였다.

문종권 씨가 생활하는 인천 부평 장애인자립지원 센터 '자립선언(http://www.bpil.org), 후미진 골목에 옛날 보일러 가게를 개조해 만든 사무실이다. 여러 대 놓은 컴퓨터는 너무 옛날 것이라 전원스위치를 눌러도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는 빠듯한 살림살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겨울에는 다음 아고라에 겨울 난로가 필요하다는 온라인 청원을 넣어 큰 난로를 지원받았다고 한다. 덕분에 이번 겨울은 추위 고생을 하지 않았다는 종권 씨, 빡빡한 살림살이지만 그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장애인 권익실현을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장애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문종권 씨, 자신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중증 장애인들의 치열한 삶의 의지를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들은 삶을 비경쟁적으로 바라보고 함께 사는 공동체를 지향한다고 설명하는 종권 씨, 그는 “장애인들이 행복할 때 우리 사회 모두가 행복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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