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신학생 사회사목 실습, 전국 노동사목 관심 신학생 연수

6월 20일-27일 서울대교구 신학생 사회사목 실습과 전국 신학생 노동사목 신학생 연수가 진행됐다.

두 프로그램은 매년 진행됐지만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었다.

먼저 서울대교구 신학생 사회사목 실습은 신학과 4학년 22명이 참여했으며, 20일 ‘카리타스 영성’, ‘가톨릭 사회교리의 원리’에 대한 강의와 사회사목국 소개로 시작해 21일부터 27일까지 각 사목 분야 체험에 나섰다.

실습은 사회사목국 8개 위원회 5개 팀으로 나눠 이뤄졌다.

정의평화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환경사목위원회 팀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성주 사드 기지, 가톨릭농민회 순창 분회, 영주댐 현장 등을 찾았다. 노동사목위원회와 이주사목위원회 팀은 20-23일 ‘전국 노동사목 관심 신학생 연수’에 참여한 뒤, 24-27일에는 각 이주민 소공동체와 쉼터 등을 찾아 함께 했다. 또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팀은 명동밥집 활동과 노숙인 방문을 진행했으며, 단중독사목위원회 팀은 알코올중독자 주간보호시설, 중독치료 병원 등을 방문하고 피정 등에 참여했다. 사회교정사목위원회 팀은 구치소와 소년원을 방문하고 수감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영주댐  현장을 찾은 신학생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영주댐 현장을 찾은 신학생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삼척, 영주, 성주 등은) 살면서 처음 간 곳들이었고,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한반도 남한은 좁은 땅인데도 모르는 문제와 과제가 많고 답도 명확하지 않아 연대성과 공동선 측면에서 더 노력하고 배우고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분들에게 (사제로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싶습니다.”

“명동밥집을 체험하면서 재작년부터 했던 요셉의원, 빈민사목 체험이 이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올해까지 3년간 만났던 이들을 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학교의 삶과 본당의 삶은 부족함이 없고, 스스로 돈을 벌어 학교에 다니는 것도 아니며, 본당에서도 받고만 살아갑니다. 그러니 부족함이 없는 이들만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부족한 이들,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말라는 섭리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독자 회복 피정 중 (중독자) 자신이 ‘낙인찍혔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중독은 본인 책임도 있지만, 주변의 시선이 부정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했습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중독 회복을 위해서 노력하고 회복하려는 이들을 사회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교정 사목 실습을 하면서 제일 많이 느낀 건 표면적으로 모든 인간이 죄에서 멀리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사목 대상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눠어 있기에 ‘용서’라는 말의 무게가 무거웠습니다. 그동안 피해자의 입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고, 그들의 아픔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이 본당이나 사회에 나와 살아가는 데 관심 갖지 않고, 찾지 않으면 더 숨어들게 되고 강론에서 말하는 용서는 가볍게 느껴질 것입니다.”

실습에 나선 신학생들은 신학교와 본당 밖의 세상을 직접 보고 들으며, 그동안 관심 없고 몰랐던 것이 너무 많았고, 그로 인해 세상일들에 편견도 있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이들은 “그동안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이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의 노력과 활동으로 이뤄진 것임을 알았다”며, “언론 등을 통해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는 것이 중요하고, 어떤 사목을 하든 생태 문제나 인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제가 되려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고,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실습을 통해 배운 것들을 활용해 최선을 다해 미래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시끄러운 사람들”로 치부했던 시위하는 이들이 자신의 삶과 터전을 지키고 공동선을 지키려는 하느님 사업을 하는 이들로 달리 보게 됐다고 말하고, 특히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노숙인, 수감자들, 범죄 피해자, 노동자들도 우리 각자와 똑같은 삶과 역사를 가진 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실습은 가톨릭농민회 순창분회에서 진행됐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실습은 가톨릭농민회 순창분회에서 진행됐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전국 노동사목 관심 신학생 연수, "편견이 깨지고, 공감하는 시간" 

“이번 실습을 요약하자면 편견이 깨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노동사목 연수에서 ‘모든 사람은 하느님 앞에 노동하는 인간'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노동자라는 말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같은 노동자라는 것이지요. 노동사목 연수 둘째 날 전태일 열사 기념관, 꿀잠을 방문하며 새로 지은 건물들이지만 아픔의 자리에 세워졌음을 느꼈고, 새로이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주사목 실습에서 만난 이주민의 아이는 외국 이름을 가졌지만 자신이 한국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한국이 모국이라고 여기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정 가운데 노동사목위원회 실습은 ‘전국 노동사목 관심 신학생 연수’로 진행됐다.

3년 만에 진행된 이번 연수는 서울, 부산,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함께 마련했으며, 전국 13개 교구 신학생 22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8일간의 연수 일정 동안 노동사목위원회와 이주사목위원회 실습에 각각 4일씩 참여했다.

먼저 노동사목위원회 연수는 ‘교회의 가르침으로 본 노동’(박동호 신부), ‘한국 가톨릭교회의 노동사목 역사’(한상봉) 강의를 시작으로 전태일 다리,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농성장, 구로공단, 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 등 노동 역사 현장을 찾았다. 이어 이주노동자들 소공동체 활동, 이주민 쉼터 방문, 각국 공동체 미사 등에 함께했다.

연수에 참여한 한 신학생은 “체험을 통해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알았다. 또 학교와 본당 생활만 알았는데, 사회사목 활동이 이렇게 활발하게 이뤄지는지도 알게 됐다”면서, “사제가 된다면 신자들에게 교리보다 삶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사람들을 만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신학생은 “교회의 노동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알거나 공감하지 못하고 놓치는 것에 대해서도 깨닫게 됐다”며, “왜 신부가 되고 싶냐는 물음을 들었는데, 낮은 이들을 위한 삶이 바로 사제의 삶이며, 그들과 함께하는 사목자, 실무자들의 모습처럼 살아갈 때, 그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수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사람으로 사람이 치유된다는 말이었다”는 한 신학생은 “노동에 대해 아는 것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공감하고, 노동자들의 어려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힘들어하기보다는 어떻게 옆에 있고, 그들의 말을 들을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국 노동사목 관심 신학생 연수. 전태일 다리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신학생들. ⓒ정현진 기자
전국 노동사목 관심 신학생 연수. 전태일 다리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신학생들. ⓒ정현진 기자

신학생들은 자신의 일자리와 삶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해 본 적이 없어 이번 기회를 무척 감사해했다. 또 현장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 알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면서, “각자 가진 자기 노동의 소명, 노동의 본질을 어떻게 깨달을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 사목자를 준비하는 우리가 노동자와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교회 안에서 노동의 가치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습 마지막 평가 자리에서 이승현 신부(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는 “사회사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다가서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먼저 찾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이들이고 이런 거리감은 사제가 되면 더 심해진다”고 당부했다.

이 신부는 사회에서 가장 약한 이들을 만나는 것은 한편 불편하고 무력감을 느끼게 하지만, 용기를 내야 한다면서, “할 수 있는 것은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는 우리를 통해 사람들은 교회를 느낀다. 반면 가장 쉬운 방법은 불편함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