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평화증진의 기본적 토대는 남북관계

이 글은 <가톨릭평론> 36호(2022년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

들어가며: 신냉전의 파고와 한반도

러시아의 불법적이고 반인도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열전의 땅 우크라이나에선 매일 수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있고, 신냉전의 문턱에 있었던 세계에는 냉전 시대에 버금가는 불안감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군비증강 열기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치면서 더욱더 뜨거워지고 있다. 그래서 묻게 된다. 앞으로 세계는 어디로 가게 될까? 불안과 우려가 증폭되는 지구촌의 미래를 달리 설계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는 존재할까?

이 글을 쓰는 현재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진행형이기 때문에 이 전쟁의 원인, 배경, 성격, 영향을 논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쟁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나토의 동진이 본격화되고 급기야 러시아의 심장부에 가장 가까운 우크라이나마저 나토 가입을 타진하면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선택했다. 예방전쟁은 무력을 사용해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위협을 미리 제거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는 푸틴이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5월 9일에 한 연설에서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러시아는 (서방의) 공세에 대한 선제 대응을 했다. 이는 불가피하고 시의적절하며 유일하게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궤변이다.

나토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공격 징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취해지는 일방적인 전쟁 개시라는 점에 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더구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임박한 것도 아니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인 공격과 학살을 자행하는 것은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에 해당된다. 군사주의에 찌든 미국의 책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국들은 동유럽 체제 전환, 독일 통일, 냉전 종식 과정에서 나토의 동진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수십 차례에 걸쳐 러시아에 확약했다. 이러한 내용은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국가안보문서고(National Security Archive)가 미국, 소련(러시아),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당시 핵심국가들의 비밀해제 문서들을 입수해 공개한 것에 명확히 드 러난다.1)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전쟁 발발 직전까지도 “나토는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러시아를 자극하고 말았다.

이러한 미국의 위선은 대외정책의 숨은 기조인 군사주의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미국은 나토 확대를 자유민주주의의 자연스럽고도 정당한 확산으로 미화해 왔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군사주의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펜타곤은 1990년에도 동유럽 국가들의 나토 가입에 “조금은 문을 열어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훗날 네오콘의 핵심으로 불리게 되는 딕 체니였다. 체니를 비롯한 강경파들은 클린턴 행정부 시기에 ‘미국의 새로운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이들은 군수산업체들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아 행정부, 군부, 의회, 싱크탱크, 언론 등을 상대로 광범위하고도 치밀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미국 외교정책을 ‘군사화’하는 데에 앞장섰다. 이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로비스트에서 정책 결정자가 되었고, 나토의 동진과 미사일방어체제(MD) 배치도 급물살을 탔다. ‘민주주의의 확대’는 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수사로 남용되었다.

실제로 미국 행정부 내에선 나토 확대와 민주주의 증진을 동일시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의견도 있었다. 나토 동진보다 동유럽 국가들에게 유럽연합의 가입을 권유하고 기존 유럽연합 회원국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민주주의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미국 주류는 나토 동진을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 미국 고위 외교관 출신인 제논 워커(Jenonne Walker)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주류의 대다수는 나토를 통한 방식을 선호했다. 왜냐하면 이것이 미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2)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의 안보와 경제를 비롯해 거의 모든 방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냉전의 유산을 청산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냉전의 파고까지 맞는 한반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미지 출처 = Flickr)
(이미지 출처 = Flickr)

남북한의 상반된 입장과 이구동성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북한과 국경을 접한 우방국이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는 한국과도 우호협력 관계에 있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면서 대러 제재와 고립화를 주도하는 미국은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이자 북한과는 적대국이다. 미국 및 러시아와의 이러한 관계의 차이는 남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상반된 입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면서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북한은 3월 초 유엔 총회 결의에 반대표를 던진 5개국 중 하나다. 결의안 반대 연설에 나선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전적으로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정책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서방은 법적 안보 보장을 제공해 달라는 러시아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면서 더욱더 노골적으로 나토의 동진을 추구하고 공격무기 체계를 배치함으로써 조직적으로 유럽의 안보환경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또 “우리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국제 평화와 안보라는 구실하에 어떻게 미국과 서방에 의해 침해됐는지를 분명히 기억한다”며,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미국과 그 추종자의 압제와 제멋대로 식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후에도 이러한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은 2019년 하반기 이후 대미·대남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와중에 러시아와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되는 와중에 고위급 회담을 가진 바 있다. 2월 7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 알렉산더 마체고라와 북한의 외무성 부상 임천일이 만나 우크라이나와 한반도 정세를 비롯한 “지역 및 국제정세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앞으로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적 협조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주목할 점은 남북한이 상반된 입장만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에 있다. ‘힘만이 살길’이라는 이구동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었던 2월 24일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지구 반대편 나라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21세기 국제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대한민국도 냉정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냉정한 선택”은 “말로만 외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결코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며 “확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억지력만이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한미동맹과 국방력을 강화해 “힘에 의한 안보”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북한의 국제정세 인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 다. 우선 북한은 신냉전이 더욱더 고착화할 것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이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작년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국 제관계구도가 ‘신냉전’으로 변화”된 것이 “주요 특징”이라고 일컬으면서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는 국제정치정세와 주변 환경에 주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면서 우리의 국권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철저히 수호하기 위한 사업”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김정은이 말한 “신냉전”과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는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은 타이완 문제를 중심으로 한 미중 전략경쟁을 의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0월 23일 박명호 외무성 부상이 담화를 통해 “우리는 타이완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패권주의적 행태를 조선반도 정세와의 연관 속에 각성을 가지고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 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북한의 국제정세 인식은 더욱더 경직되고 있다. 김정은은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 연설에서 “힘과 힘이 치열하게 격돌하는 현 세계에서 국가의 존엄과 국권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진정한 평화는 그 어떤 적도 압승하는 강력 한 자위력에 의해 담보된다”고 하면서 “우리는 계속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5일 후 군 지휘관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러한 정세 인식을 거듭 강조하면서 “가공할 공격력, 압도적인 군사력은 우리 국가와 인민의 안녕과 후손만대의 장래를 담보하는 생명선”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남북한 모두 ‘힘에 의한 안보’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한반도 군비경쟁과 군사적 긴장이 더욱더 격화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선 대다수 전문가와 언론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회로 삼아 핵과 미사일 활동을 크게 증가했다고 본다. 실제로 북한의 각종 미사일 시험 발사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미사일 시험 발사 횟수가 2020년 4회, 2021년 8회였던 반면에 2022년 들어서는 5월 10일까지 모두 14회에 달할 정도다. 또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활동은 한때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미국, 러시아, 영국의 안전보장 약속(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을 받고 핵무기를 포기했다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것을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분석과 연결된다. 또 전 세계의 시선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모 이면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단합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도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실질적인 억제 능력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대략적인 내용은 인수위원회가 작성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담겨 있다. 우선 “한국형 3축체계 능력을 확보해 대북 억제·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인수위가 밝힌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 징후가 명백한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킬 체인’,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다층 미사일방어체계’, 북한 전쟁지도부와 핵심시설에 대한 고위력·초정밀 타격을 의미하는 ‘압도적 대량 응징보복’으로 구성된다. 또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도 공언하고 있다.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실질적으로 가동하고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추진하며 한미연합훈련을 강화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3)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미지 출처 = Pixabay)

한반도 전쟁위기 오나?

남북한 당국이 ‘힘에 의한 안보’를 강력히 추구하려는 1차적인 취지는 전쟁을 억제하고자 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우크라이 나 전쟁을 거치면서 더욱더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결코 답이 될 수 없다는 점이야말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주는 핵심적인 교훈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통해 안보를 강화하려던 시도도, 러시아가 무력을 통해 이를 저지하려고 하려는 시도도 모두 자국의 안보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 자명해지고 있다.

한반도도 마찬가지다. 고삐 풀린 군비경쟁과 남북 양측에서 나오는 ‘선제공격론’은 오히려 안보 딜레마를 격화시키고 전쟁위기를 야기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이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틈타 남한을 침공할 수 있다거나 남한이나 미국이 북한을 선제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가 걱정해야 할 전쟁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남북한에 우발적 국지충돌이 발생해 확전될 가능성이고, 또 하나는 타이완 해협 등에서 미중 무력충돌이 발생하고 그 불똥이 한반도로 튀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지만, 5년간 남북한 사이의 무력충돌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러한 배경에는 9·19 군사합의와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이 주효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등장으로 이 두 가지 성과가 유지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남북한의 군비경쟁은 역대급으로 치달았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접경지역의 비무장화와 군사적 완충지역 설정을 골자로 하는 9·19 합의가 우발적 충돌 방지에 크게 기여해 온 것이다. 이는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도 강조한 바다. 그는 3월 10일 상원 청문회에서 “우리는 남북한이 2018년에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들을 확립한 이후 비무장지대의 긴장이 완화된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역시 비무장지대 일대 지역에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혹자는 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 9·19 합의의 무용성을 주장한다. 또 대북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의 주요 인사들이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능력이 강화되고 한반도 군비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에 9·19 군사 합의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졌다. 대북 전단 살포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예전에도 전단 살포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었다. 그런데 코로나19와 북한의 국경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대북 전단 살포가 재개되면 북한이 더욱더 강력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플라스틱에서 4일 정도 생존할 수 있는데, 대북 전단의 재질로 플라스틱의 일종인 비닐이 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북 전단 살포 재개시 북한은 고사총을 동원해 요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남북한의 우발적 무력충돌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이처럼 9·19 군사합의와 대북 전단 살포 금지는 그나마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소중한 씨앗이다. 이는 거꾸로 군사합의 파기와 전단 살포 재개가 안전핀을 제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북한의 핵무력과 미국의 핵우산이 드리워진 한반도에서 작은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상상할 수 없는 상황, 즉 핵전쟁의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북한이 전술 핵무기 개발을 공언하면서 선제 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시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킬체인’을 공식화하고 있기에 더욱더 그러하다.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불리는 타이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한반도에게도 ‘바다 건너 불’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타이완 방어 의지를 분명히 하는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대응에 나설 것이고, 이 과정에서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한미군 투입, 제주 해군기지 및 경북 성주 사드 기지의 활용 등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어떤 형태로든 중국을 지지하고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한이 자칫 동맹의 체인에 엮여 미중 충돌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KBS뉴스는 미국과 중국이 타이완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군사활동을 통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지 출처 = KBS News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br>
지난 26일 KBS뉴스는 미국과 중국이 타이완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군사활동을 통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지 출처 = KBS News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나오며: 한반도 평화의 기본 토대는 남북관계 정상화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반도 정세에도 다방면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러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양국 간 주요 협력의제 가운데 하나였던 한반도 비핵화가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도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응에 제동을 걸면서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주장했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치면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더 강화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증강을 세력균형의 관점에서 보고 이를 묵인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신냉전의 격화는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더욱더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인 관리와 평화 증진의 기본적인 토대는 남북관계에 있다. 억제력을 추구하더라도 상호간의 오판과 오인,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서 거론한 9·19 군사 합의와 대북 전단 살포 금지가 이에 해당된다. 이를 바탕으로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는 국제질서에서 한반도의 생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남북한 당국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소통구조도 만들어가야 한다.

 

1)   “NATO Expansion: What Gorbachev Heard”, National Security Archive.
2)   Jonathan Guyer, “How America’s NATO expansion obsession plays into the Ukraine crisis”, Vox, Jan 27, 2022.
3)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 정부 100대 국정과제', 2022년 5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1999년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를 설립해 핵 없는 세상과 평화를 연구, 전파하는 평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5월부터는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다. 평화군축, 미사일방어(MD)와 핵문제, 한미동맹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안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진실을 드러내고 공론화해 평화의 필요성을 전파하는 시민활동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아 2020년 제8회 리영희상을 수상했다. 최근에 쓴 책으로는 "한반도 평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조건", "흥미진진 핵의 세계사", "핵과 인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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