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연, 무슬림 유학생 압둘 예킨 씨, 박성민 목사와 대화 마련

대구에서 이슬람사원 건축을 두고 일부 주민과 건축주인 무슬림 유학생들 간 갈등이 계속돼 1년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22일 저녁 우리신학연구소는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경북대 무슬림(이슬람교도) 유학생과의 대화를 마련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연대할지 모색했다.

경북대에는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여러 나라의 무슬림 학생들이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압둘 예킨 씨도 박사과정에 있는 대학원생 150여 명 가운데 한 명이다.

유학생들은 2012년 경북대 서문 근처 공간을 임대해 기도실로 쓰다가 공간 마련을 위해 매달 모은 돈으로 2014년 북구 대현동에 있는 오래된 주택을 샀다. 이렇게 마련한 다룰이만경북이슬라믹센터(이하 이슬람사원)는 오래된 만큼 비가 새고 난방이 잘 안 되는 등 불편했다.

2020년 센터 바로 옆 건물도 매입해 사원을 확장, 재건축하기로 했다. 그해 9월 28일 대구 북구청에서 건축 허가 통지를 받았고,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는 기초 단계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러나 2021년 2월 15일 주민들이 구청에 이슬람사원 건설 반대 청원서를 냈고, 바로 다음 날 북구청은 공사 중지 통지서를 보냈다.

주민들은 주택단지인 마을 한복판에 다중이용시설이 들어오는 자체가 괴롭다는 입장이다.

사원에 많은 사람이 오고 소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무슬림 유학생들은 소음과 냄새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건물을 설계하고 라마단 기간에도 사원 안에서만 지내겠다고 제안했으나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반대는 더욱 격해졌다. 이슬람사원이 들어오면 무슬림 마을이 될 것이고, 이슬람의 본거지가 될 것이다,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라는 표현 등 무슬림을 모욕하는 내용의 인쇄물이 붙었다. 그러나 압둘 예킨 씨는 “이곳 사원을 이용하는 대부분이 학생이기 때문에 교육과정이 끝나면 한국을 떠난다. 본거지가 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압둘 예킨 씨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를 비롯해 무슬림 유학생의 아이들은 자신의 학교 주변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해서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그는 무슬림 유학생의 아이들이 무슬림을 모욕하는 내용의 벽보를 보고, 부모들에게 엄마, 아빠도 이런 사람이냐고 묻기도 해 가슴 아프다며, 아이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무슬림이 기도하는 이미지. (이미지 출처 = Pixabay)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북구청에 이슬람사원 건축 공사를 재개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고, 무슬림에 대한 혐오 표현 광고물을 제거하라고 권고했다.

원만한 해결이 어렵게 되자 무슬림 유학생들은 북구청을 상대로 집행정지 소송을 냈다. 12월 1일 대구지방법원은 원고(건축주) 승소 판결을 내렸고, 공사 중지 처분 취소를 명령했다. 항소가 불가하다는 법무부 지휘에 따라 북구청은 항소를 포기했지만,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한 일부 주민들이 항소한 상태다.

주민들은 계속해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으며, 사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차로 막아 놓았다.

압둘 예킨 씨는 “어제도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했지만, 희망을 품고 가능한 이른 시일 안에 화해하고 싶다”며, 법적 조치는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지, 좋게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건축을 반대하는 이는 일부 주민이고, “우리(무슬림)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재건축을 반대하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살기 좋은 곳이고, 그동안 만난 한국인들은 우리를 환영했다. 이곳 갈등 때문에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웃에 대한 믿음이 있고, 이웃에게 잘하지 않으면 믿음이 있는 무슬림이 아니며, 사랑하지 않으면 믿는자가 아니라고 쿠란(이슬람 경전)에 나오기 때문에 상호이해를 통해 화해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무슬림 유학생들과 연대하고 있는 박성민 목사(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NCCK 총무)는 북구청이 주민들이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내자마자 중재 과정 없이 바로 공사 중지를 명령한 것은 ‘차별’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슬람사원이 아니라 교회, 절, 성당이었다면 달랐을 것이라며, 북구청의 공사 중지 행정명령으로 반대와 갈등이 깊어졌다고 봤다.

그는 이전까지 동네 사람들은 무슬림 학생들과 문제없이 이웃으로 살았다며, 이 갈등에서 “우리의 이웃이 누구인가? 종교와 인종이 다르면 이웃이 될 수 없는가?”가 핵심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불교 등 다른 종교인과 이웃으로 살았는데, 이슬람인에 대해서만 담을 쌓으려고 하는 것은 이슬람 혐오가 가장 큰 문제임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그는 “무슬림 유학생을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리 공동체를 깨트리는 것과 마찬가지며, 다양성을 가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경북대 총장에게 서신을 보내고, 북구청과 대구시에 중재를 요청하고 있지만 이들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권영진 대구시장은 국정감사에서 이슬람사원 건축과 관련해 “해결점을 찾는 데 대구시도 나서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날 한 참가자는 시리아인 가족과 2년 정도 교류한 경험을 나눴다. 그들은 매우 열린 태도였으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때맞춰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같은 종교인으로서 닮고 싶고,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건축을 둘러싸고 주민들과의 갈등 뒤 한국 사람에 대한 마음이 어떤지 궁금했는데, (압둘 예킨 씨의) 이야기를 듣고 감탄했다며, 오늘 세미나로 무슬림에게 더욱 신뢰가 쌓였다고 고마워했다. 

지난 2월 17일 대구참여연대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에 이슬람사원 공사가 원만히 재개되록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사진 출처 = 대구참여연대 홈페이지)<br>
지난 2월 17일 대구참여연대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에 이슬람사원 공사가 원만히 재개되록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사진 출처 = 대구참여연대 홈페이지)

한편, 지난 2월 17일 대구참여연대 등 대구 시민사회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가 원만히 재개되도록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수행하라고 대구시에 책임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이슬람사원 공사가 사원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에 의한 공사방해로 전혀 진척되지 못해 공사대금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심각한 재산상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대구시가 앞장서서 경북대 서문 주민, 무슬림 유학생과 그 가족 등 모두에게 깊게 자리 잡은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며 무슬림 유학생에게 가해진 혐오, 차별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이주민에 대한 혐오, 차별을 막기 위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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