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 "코로나19 위원회 2차 코로나 팬데믹 대응 세미나"

교회의 팬데믹 대응, 좀 더 절박하고 절실해야 한다.
팬데믹은 이미 교회 안에 있었던 문제를 심화, 확대시킨 것일 뿐
공동식별, 공동책임, 공동합의성에 따른 공동체 재건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와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선교사목국이 28일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전망과 대응”을 주제로 2차 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5월 진행한 “팬데믹 시대의 신앙의식 조사”에 이은 두 번째 설문 조사로, 1차 조사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신자들의 신앙의식과 신앙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물었던 것과 달리, 교구 사제, 수도자, 평신도 봉사자(사목평의회장, 단체장) 등 일선 사목현장에 있는 이들 1957명의 답을 들었다.

질문 내용은 크게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와 신앙생활의 변화, 교구 차원의 대응 지침과 노력 평가, 본당 대응 활동 평가, 코로나19가 교회에 던진 도전과 과제, 코로나 이후의 교회 전망”이었다.

조사 결과에 대한 첫 번째 분석 결과를 발표한 경동현 연구원(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초빙)은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보다 변화된 상황에 대한 사목자들의 인식을 파악하는 일이며,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 신자들의 의식 변화를 사목자와 협조자들이 어떻게 보는지 알아보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일상의 신앙실천 과제 명료화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팬데믹 장기화가 가져온 사목 여건 위기는 “본당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약화, 교회 재정의 어려움, 봉사자를 구하는 어려움” 등을 꼽았다. 변화의 움직임 가운데 주요한 것으로 코로나19의 발생과 확산이 지구 환경 파괴와 생태적 위기와 관련됐다는 인식에 따라 교회 내 생태적 회개, 지구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장됐다고 봤다. 지난 1차 조사에서 신자들이 일상에서의 신앙 생활과 실천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답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목자들 역시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는 일상의 신앙실천이라는 과제가 명료해졌다”고 인식했다.

경동현 연구원은 신자와 사목자, 봉사자들 모두 일상생활에서 신앙생활과 실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중요한 과제고 꼽고 있지만, ‘일상’의 의미가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짚고, “일상이 본당 외 가정과 직장이라는 공간, 전례를 하지 않은 성당 밖의 시간이라는 의미 그리고 코로나 이전 자유롭게 본당에서 신앙 활동을 하는 것을 일상으로 보는 두 관점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 징후가 드러나는 현 시점에서 교회가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탈성장에 따른 사목 패러다임 전환, 공동합의성 중심의 사목 원리,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신앙생활을 위한 교육과 양성” 등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가 던진 도전과 과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응답자들은 "신자들에게 더 다가서려는 자세와 구체적 노력, 본당 공동체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고민, 시대를 읽을 줄 아는 지성과 식별 능력, 타성적 사목활동의 성찰, 스스로 신앙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 일상 중심 신앙" 등을 들었다.

의정부교구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새로운 일상을 위한 전망과 대응을 제시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 제공 = 의정부교구)<br>
의정부교구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새로운 일상을 위한 전망과 대응을 제시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 제공 = 의정부교구)

코로나 팬데믹 이후, 종교의 의미 묻는 "의미 위기" 도래

두 번째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정상, 그 전망과 대응”을 주제로 발표한 박문수 연구원(사목연구소 초빙)은 “아직은 팬데믹 상황을 다루고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지금을 놓치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직면한 위기는 새로운 측면도 있지만 대부분 이전부터 존재했던 위기가 팬데믹을 통해 심화, 확대된 것”이라며, “이후에 맞게 될 새로운 일상은 전체적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회복 전개도 개인, 집단, 국가별로 모두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회복은 코로나19 종식과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서서히 복귀하게 될 것이며, 이 시간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겉으로는 큰 변화는 없더라도 구조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개인은 이미 내적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에 따른 내적 폭발은 아주 서서히 일어날 것이라면서, “겉으로 변화가 없다고 적당히 대처해서는 안 된다. 특히 종교인들의 내상은 이탈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위기는 향후 2년에서 5년까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며, 교회는 이같은 정상화 과정을 고려해 사목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회, 문화, 경제적 위기는 오히려 종교의 위상과 종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지만, 팬데믹 이후, 교회가 했던 치유와 위로, 돌봄의 영역은 국가와 의료체계로 넘어갔고, 그것은 이른바 사람들이 종교의 의미를 묻는 '의미 위기'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가톨릭 교회의 ‘새로운 정상’을 위해서는 현재의 위기와 회복 과정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파악하고 사목 대상 확립, 중기적 사목 계획 수립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면서, 교회에 닥칠 '의미 위기' 극복, 비대면 사목이라는 새로운 상황, 경제적 위기 등을 고려한 새로운 사목을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새로운 본당 공동체, 어떻게 꿈 꿀 것인가

세 번째 발표는 노주현 연구원(사목연구소 초빙)이 “포스트코로나 시대, 본당 공동체성 회복 - 새롭게 묻고 함께 꿈꾸기” 주제를 이어 갔다.

노주현 연구원은 “팬데믹 시대의 징표, 교회 공동체의 자각과 식별, 본당 공동체성 회복 방향, 현재 본당 공동체가 겪고 있는 어려움, 본당 공동체성의 신학적 원리와 사목적 실천 방향, 실천의 일환으로 소공동체 운동” 등을 제시했다.

그는 본당공동체성 회복의 원리와 동력은 “친교의 관계적 존재, 만남과 연대의 문화, 이타적인 관계적 존재”에 있으며, 그 회복의 표징과 증거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인간 구원의 역사”를 통해 다시 확인해야 한다면서, 구원의 성사로서 교회는 ‘사랑의 실천’ 여부에 따라 식별되며, 또 코로나19 시대에 본당 공동체 역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과 나눔으로서 ‘야전병원’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데믹 상황에서 본당 공동체의 새로운 지평은 '생태적 회개와 실천, 보편적 친교와 형제애'로부터 시작된다며, 그 사목적 실천 방향의 중심에 ‘공동합의성 실천’을 뒀다.

노주현 연구원은 의정부교구가 지난해 공동합의성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사목교서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정하고 이해와 공감대 확산, 실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공동합의성 실천의 방향과 내용, 활동은 본당의 공동체성 회복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본당 공동체 실현 노력의 하나로 ‘소공동체 중심의 본당 공동체 사목’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본당 공동체성 회복은 “이미 조직된 구역반에서 자발적, 능동적으로 성장하고, 획일화되고 속지주의적 구역반 조직에서 다양한 속인주의 작은 공동체, 경청과 대화로 공동책임 아래 참여하는 공동체”를 꿈꾸며 실현할 것을 제안했다.

공동합의성 실현은 공동식별, 공동책임 통해
본당 구성원들의 다양성과 풍요로움 발견하고 존중해야
과제 제시 보다는 살아움직이는 성령에 기댄 희망
사목자뿐 아니라 모든 교회 구성원이 합의와 식별의 주체

이어진 토론에서 신중호 신부(중산 성당 주임)는 앞서 제시된 내용을 실현하는 데 현실적 장애에 대해, “특히 젊은이들이 자신의 신앙을 의심하고 신앙이 정말 필요한지 묻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위기”라면서, “종교 안에서도 욕구와 요구가 예전보다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에 사목자와 봉사자들이 응답할 수 있을 것인지 성찰하면서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사목자와 봉사자를 넘어 공동체 자체가 가진 다양성, 풍요로움을 잘 발견하고 존중한다면 이러한 갈망에 더욱 잘 응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글라리사 수녀(의정부교구 수녀연합회장)는 “신자들과 소통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사제의 강론 등을 통해 전해지는 메시지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희망보다는 과제를 주면서 끊임없이 의지를 요구하는 것 같다”며, “특히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이제는 단순히 기도하면서 온전히 성령에 의탁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고, 교회가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살아 움직이는 성령의 힘에 의탁하도록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상의 신앙생활, 실천에 대해 김영욱 신부(통합사목국장)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자신의 신앙이 약해졌다고 여기는 경향이 큰데, 이는 본당 활동 외에 일상의 신앙 실천이라는 부분이 약한 고리였고 코로나로 증폭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일상에서 신앙 실천은 참으로 많은 노력, 다양한 차원의 질문이 필요한데, 일상에서 신앙을 실천하고 식별하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이 파악됐다. 나아가 평신도 양성, 봉사자 양성에 대한 교구 차원의 통합적 계획이 부족했다”면서, “이 문제 해결을 고민하면서, 기존의 양성, 교육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가진 신앙 감각, 실천, 그리고 현실적 맥락에서 출발하는 것이 일상의 신앙실천을 강조, 강화하는 데 도움될 것이다. 또 일상 실천이 전례, 미사, 성사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연계되고 상호 상승 효과를 내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동합의성 실현과 관련해 김영욱 신부는 “코로나로 인한 사목적 대응방안을 모색하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동식별이다. 공동합의적 교회는 공동식별하는 교회”라며, “공동합의성의 요소들 중 공동식별이 가장 부족하고 체험도 부족하다. 전반적 영역에서 위기가 드러나고 있는데 많은 과제 가운데 우선할 것을 찾고, 해결하는 과정이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이뤄진다면 이미 그 실천은 동력을 상실한 껍데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본당에서도 사제의 결정을 따르기만 하겠다는 등의 태도는 “능동적 참여, 공동책임, 공동식별, 합의의 길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지루하고 어렵지만, 공동합의성에 기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선적 과제를 논의하는 데에는 기본 설계가 상당히 중요하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을 위한 설계를 하는 것이다. 우리 교구 내 공동합의성을 바탕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새롭게 설계해야 하고, 코로나위원회를 비롯한 사제, 신자들 모두가 중요한 주체”라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이기헌 주교는 본당 사목 방문을 통해 본 교구의 현실을 전하면서, “이번 세미나의 목적은 사목 현안 성찰, 정책 비전 수립이고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라며, “교구의 사목 구조도 보다 활성화 되어야 하며, 통합사목국의 마련은 그런 의미에서 큰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주교는 팬데믹을 바라보는 여러 학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해법 제시는 바로 “형제애와 돌봄의 문화”라고 강조하고, “또한 기도와 미사도 계속되어야 한다. 성체조배와 각 가정의 공소예절도 많이 강조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제가 먼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진행된 세미나 동영상과 자료집은 의정부교구 홈페이지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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