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 여성 노동,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
26년 된 제도지만 관련법 없어

“오전에는 코로나가 안 걸리고 오후에는 코로나가 걸린다? 궤변이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몇 시간 차이로 코로나가 발병을 한다는 얘긴데, 그거는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거는 학교에서 귀찮아서 운영을 안 한다는 거밖에 생각이 되지 않아요. 아이들을 위한 학교지 선생을 위한 학교는 아니거든요.”

“저는 일이 없이 이제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잖아요. 3월부터 개강한다, 개강한다, 2~3주 간격으로 계속 그러니깐 저희들은 아이들을 만날 기대에 다른 알바를 하다가 우리가 슈퍼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집콕을 미친듯이 했어요. 친구도 안 만나고 가족만 만나고 밥도 집에서만 먹고 전 혼자 살기 때문에 우울증이 걸릴 정도로 정말 집콕을 했거든요.”

“정말 우리 방과후 강사들은 우리나라에 존재하고 있지만, (존재감이 없다). 하루아침에 교장이 미리 말해 주는 것도 아니고 당장 이번 달에 나가라고 하면, 계약 자동 해지가 되고....”

지난해 말 코로나19 상황을 1년간 겪은 방과후 강사들의 목소리 중 일부다.

1995년 “수요자 중심의 특기적성 교육 활동, 사교육비 경감”을 강조하며 시작된 방과후학교 제도는 올해로 26년째를 맞았고, 현재 전국 방과후 강사 수는 약 12만 명, 2019년 기준 방과후학교는 전국 초중고교 98퍼센트에서 실행되고 있다.

하지만 방과후 강사들은 여전히 특수고용노동직으로 학교와 위수탁계약을 맺거나 민간위탁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으며, 관련 법 조항 하나 없이 일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1년이 지난 지금, 방과후 강사들의 상황은 위태롭다.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만난 ‘전국 방과후 강사노동조합’ 김경희 위원장은 최근 출간한 방과후 강사들에 대한 책 제목을 “꿈꾸는 유령”이라 지었다고 말했다.  그는 슬픈 제목이지만 현실은 훨씬 슬프다고 했다. 

김경희 위원장은 노조필증을 받고 법안 마련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삭발을 두 번 했다. 그는 "3일이면 나오는 노조필증을 받는 데 477일이 걸렸다. 근거 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전국 12만 명. 아이들을 가르치며 꿈꾸지만 유령으로 존재하는 이들, 방과후 강사들. 지난해 말 방과후 강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조사를 보면, 직접적으로 이들의 처지를 알 수 있는 수치 하나가 216과 13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 방과후 강사들의 월평균 급여는 216만 원이었다. 그러나 2020년 2학기 월평균 수입은 약 13만 원으로 떨어졌다. 10명 가운데 8명은 방과후 학교로 인한 월수입이 전혀 없었다.

지역적으로 보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이 훨씬 심각하다. 수도권 지역의 방과후학교 유지 상황은 약 30퍼센트였다. 나머지 70퍼센트는 계약을 하지 못했거나, 계약을 했지만 무한정 기다리거나, 다른 임시직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상황이다. 수입이 없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한 달을 하든 두 달을 하든 고용보험에 들게 되면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경희 위원장은 방과후 강사 문제 해결 요구와 관련, “방과후 강사뿐 아니라 점점 특수고용직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기본적 제도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로 드러난 것이다. 한시적 지원이나 또 다른 처우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방과후 강사의 노동 문제는 여러 상황이 조합된 복잡한 문제다. 기본적으로 특수고용직 문제, 강사의 80퍼센트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 문제, 그리고 26년째 공식적으로 실행되는데도 아직 관련 법 조항이 없다는 법적, 제도적 문제, 일터인 학교에서 정규직 교사와 학교장으로부터 받는 처우 문제 등이다.

“사실 수입 면에서는 방과후 강사들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어요. 오후 수업이니 오전에는 자기 전문 분야와 관련된 다른 강의를 할 수 있고, 학교도 많으면 4-5개씩 계약하니까요.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국제적 재난이 일어나니, 상황은 한순간에 뒤집혔어요. 그런데 어려움은 비단 수입 문제뿐이 아닙니다.”

김경희 위원장은 “지난해 2월부터 방과후 수업은 멈췄지만, 계약이 된 상황에서 언제 학교에 나가야 할지 모르므로 다른 일들을 할 수가 없었다. 수업 없이 계약만으로 급여가 지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 방역과 감염 예방 차원에서 방과후 학교를 중단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 이면의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 거의 정규 과정처럼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그것이 이뤄지는 학교는 방과후 수업을 기피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교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업무 중 하나가 방과후 학교 관리에요. 민원사항도 많고, 정규 교과 이후 새롭게 열리는 학교이다 보니 부담스럽게 여기는 것도 이해를 합니다. 그렇다면 교육부에서 방과후 학교 관리를 위한 전담 인원을 배치해야 하는 건데, 그것을 위해 예산을 쓰지 않으려고 해요. 광주지역이 유일하게 전담교사제를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아니라면 지역 교육감의 의지에 달린 것인데, 현실적인 문제와 제도, 법적 문제가 모두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어렵습니다.”

하지만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상황에서 방과후 학교를 중단한 것 역시 그런 맥락에서 중단의 빌미가 된 것일 뿐, 중단할 충분한 이유는 없다. 오히려 수업을 해야 할 이유가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방과후학교 운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피켓팅. (사진 제공 = 김경희)<br>
방과후학교 운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피켓팅. (사진 제공 = 김경희)

김경희 위원장이 말하는, 코로나 상황에서 방과후 학교를 더욱 중단하면 안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아이들이다. 그는 학부모 요구, 아이들 상태, 강사들 상황을 두루 생각하면 더 좋은 방법이 있지만 학교는 ‘안전’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수업이 끊겨 당장 강사들의 생계 위협이 생기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공교육 현장의 문제고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야 한다. 활동도 못하고 집안에서 갇혀 있는 상황에서 보다 정서적이고 문화적인 것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그 몫을 방과후 학교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과후 프로그램 중에 아이들을 정서적, 문화적으로 돌볼 수 있는 과목들이 많습니다. 그런 것을 이용해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쳐야 하고, 할 수 있어요.  특히 저소득층 아이들 상황이 심각한데, 학교가 문을 닫아도 저소득층 아이들은 등교해서 따로 교육을 이어 나갈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것을 부담이라는 것을 앞세워 회피하는 겁니다."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 근본적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김 위원장은 “방과후 강사는 제도적으로, 법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국가적 책임으로 특수고용직이나 임시직은 계속 정책적 보장 대상에서 계속 빠진다는 것이다. 방과후 학교 역시 여전히 공교육인지 사교육인지 정립조차 되지 않았고, 관련 법 규정도 없다”면서, “제도적, 법적 근거가 생길 때, 현재 겪고 있는 계약 문제, 지속적 교육 여부, 학교 내 처우 등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방과후 학교에 대한 제도적 근거는 17개 시·도 교육청과 한국교육개발원이 만드는 ‘방과후학교 길라잡이’뿐이다. 이에 따라 실행하더라도 최소한 해당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방과후 학교에 대한 의견을 묻고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방과후 수업을 결정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당장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3월 방과후강사노동조합에서 진행한 “방과후 수업 운영 중단에 따른 학부모 의식조사”(수도권 초등학생 학부모 1058명 대상)에 따르면, 방과후 수업 운영 결정에 학부모와 학생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임의 결정을 하는 경우는 47.3퍼센트였다. 또 방과후 수업에 대한 인식과 관련, 71.4퍼센트가 “방과후 수업 중단으로 사교육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또 방과후 수업 중단으로 자녀 돌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답변이 79.3퍼센트, 방과후 수업 전면 재개 요청이 52.6퍼센트였다.

김경희 위원장은 “학생들의 교육 맥락, 학부모의 의견에도 학교는 장소는 제공하겠지만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방과후 강사는 학교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이고 학교라는 공간도 공공의 공간이다. 학교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면 방과후 강사들의 의무와 책임도 똑같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표 출처 = '방과후 수업 운영중단에 따른 학부모 의식조사', 민주노총서비스연맹_방과후강사노동조합, 2021.4.1)
(표 출처 = '방과후 수업 운영중단에 따른 학부모 의식조사', 민주노총서비스연맹_방과후강사노동조합, 2021.4.1)

모든 결정권은 교장에게
사투리를 쓴다는 이유로도 해고, 보드마카 준비도 강사가

김경희 위원장은 자신과 다른 강사들이 학교에서 겪었던 부당한 대우, 끊임없이 방과후 강사들을 주변화시키려는 분위기를 말하며, “학교 주차장에도 주차하지 못하거나, 수입이 많다는 이유로 인당 강사료에서 시간당 강사료도 바뀐 일, 3개월 단위 계약 등은 특수 사례가 아니라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과후 강사들이 강사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목적처럼 저렴하게 아이들이 다양한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며, “그렇다면 오히려 정규 제도화해 확대, 안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방과후 수업은 이제 여러 측면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지만 강사들은 여전히 학교에서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이라며, “현재로서는 학부모들의 관심과 요구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과후 강사들은 사실 전에는 노동자로서의 인식이 없었습니다. 스스로 프리랜서, 개인사업자로 인식했기 때문에 노동 문제에 무관심했죠. 하지만 코로나로 그런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또 자신이 있던 현장을 잃어 봤기 때문에 이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면 정말 열심히 가르치겠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의 관심을 호소하면서, “고용형태는 강사들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도 제대로 정착되고 안정되어야 한다”며, “방과후 돌봄 관련 법안이 입법돼 정책적 뒷받침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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