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후쿠시마 핵사고 10주기입니다.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과 해일 그리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대폭발의 참사는 지구별의 큰 충격이었고, 재앙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후쿠시마는 죽음의 땅이 되었고, 지구별 곳곳에서 탈핵을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녹색당이 창당되었고,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을 통해 ‘탈핵’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는 10년 전의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nbsp;현재 진행형의 이야기입니다. ©️장영식<br>
후쿠시마 핵사고는 10년 전의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입니다. ©️장영식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부’를 선언했습니다.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윤보다 안전을 외쳤습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로 문명사적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화두로 자리매김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문재인 정부는 문명사적 전환을 선택하는 대신 반혁명의 상징인 과거 시대의 토건을 선택했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10주기를 맞아 거대 정당들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부산시장의 후보들조차 침묵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밀집 지역인 부산에서조차 침묵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와 관련된 가짜뉴스들이 차고 넘쳐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거대 정당들은 국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생태문명의 시대를 거슬러 기후위기의 상징인 토건 쿠테타가 국회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부산, 경남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라며 이번 보궐선거에서 “심판을 하겠다”라고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차별과 희생의 시스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nbsp;©️장영식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차별과 희생의 시스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영식

오늘 우리는 후쿠시마 핵사고 10주기를 맞고 있지만, 다수를 위해서 소수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희생의 시스템’에 대해 성찰하지 않습니다. 도시의 전기를 위해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다수의 편리를 위해 길을 닦고, 철도를 놓고, 비행장을 건설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길과 철도와 비행장을 위해 자연생태계와 원주민들의 폭력적 희생의 시스템에 대해 성찰하지 않습니다.

저는 후쿠시마 핵사고 10주기를 맞아 가덕도를 걷습니다. 가덕도에서 밀양 할매들의 모습과 같은 외양포 할매들의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억은 기록입니다. 기록은 기억입니다. 아무도 무의미하게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사진을 찍고 기록합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투하했던 클로드 이덜리 소령의 ‘불타는 양심’을 기억하며 걷고 있습니다.1) 망각을 요구하는 핵마피아들의 죽임의 길과 정반대의 길을 걷습니다. 그 길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그리고 밀양과 핵발전소가 있는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생명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탈핵의 길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그리고 밀양과 핵발전소가 있는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생명의 길입니다.&nbsp;©️장영식
탈핵의 길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그리고 밀양과 핵발전소가 있는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생명의 길입니다. ©️장영식

1) 김종철,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녹색평론사, 2019. 422-425쪽 참조.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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