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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포레스타의 성 마리아Santa Maria della Foresta
   
 


라 포레스타의 성 마리아 성지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1225년 눈 수술을 받기 위해 우골리노 추기경이 있는 리어티(Rieti)로 향하기 전에 성 파비아노 성당 주임신부의 초대로 잠시 머물던 곳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성지입구에는 모자이크로 그 상황을 서술한 그림이 있고, 이어서 십자가의 길이 시작된다. 현재 이곳은 약물중독자들을 위한 재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재활 센터에서는 나무 구유와 성상을 제작하여 성지를 방문한 순례자들에게 판매한다.

 

   
 
   
 


우리가 이곳 성지를 처음 방문한 날은 성지주일 화요일(2007년 4월 3일)이었다. 이미 완연한 봄기운에 햇볕의 따사로움을 온 몸으로 느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성지는 한산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전 방문 시간이 끝나서 오후까지 기다려야 했다. 준비해 온 김밥을 차에서 먹고 나서 성지 옆에 있는 작은 동산에 올라가 프란치스코 성인 동상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디선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우리 주위를 잠시 맴돌더니 이내 사람 냄새에 그리웠는지 내 다리에 몸을 비비며 떠나지 않는다. 나는 원래 동물 털이 옷과 몸에 붙는 것을 싫어해서 이내 고양이를 쫓았다.

 

   
프란치스코 성인 동상


오후 개방 시간에는 다행히도 브라질에서 이곳을 순례하러 온 다섯 명의 사복 수녀님 그룹에 끼여서 성지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우리가 안내인의 설명을 듣는 동안 우리 주위를 맴돌던 개 한 마리가 따뜻한 봄기운에 나른해져서 팔자 좋게 풀밭에 드러누웠다.

 

   
성지 내부
   
낮잠 자는 개


안내인의 말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성인은 성 파비아노 성당 바로 옆에 살던 한 농부의 배려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방 하나를 얻었다. 한쪽 귀퉁이에는 포도주를 짜는 웅덩이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포도주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명성을 듣고 밤낮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농부가 포도주를 생산할 수 없다고 푸념하자 프란치스코가 걱정하지 말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고 했다. 그 해 포도주는 어느 해보다 많은 양이 생산되어 사람들은 이를 포도주의 기적이라고 했다. 이 장면이 출입문 입구에 프레스코화로 그려졌는데 불행하게도 이제는 거의 자취를 알아볼 수가 없다.
 

   
성 파비아노 성당 제대

 

   
포도주 기적의 장소

우리가 방문한 날은 하늘이 뿌옇게 흐려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성지 전경을 찍을 수가 없어서 다음 주에 다시 한 번 방문하기로 했다. 부활대축일 이틀 후, 다시 왔을 때는 날씨가 좋아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도 걸쳐 있어서 전경을 찍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번에는 우아하게 점심을 먹으려고 식탁보도 준비하여 그 위에 김밥, 야채 그리고 포도주와 잔을 올려놓았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과 유리잔에서 찰랑이는 붉은 포도주를 눈으로 먼저 맛보니 입안에 절로 군침이 돌았다.

 

   
성지내부 순례


점심 식사 후 성지 입구에서 전경 사진을 찍고 있는데 멀리 보이는 ‘테르미닐로’ 산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는 할아버지 한 분(파씨 알베르토)이 계셨다. 베드로가 성지 사진을 찍으면서 나에게 성지를 배경 삼아 할아버지 사진 한 장을 찍고 싶다고 말해달라고 했다. 마침 할아버지 자동차가 현대차여서 ‘우리는 한국 사람인데, 할아버지 자동차가 한국산이라는 것을 알고 계신지’ 물어보니, 알고 있다고 하셔서 서로 말문이 터졌다. 할아버지는 잠시 차로 가더니 사진, 신문기사, 잡지를 들고 왔다. 알베르토 할아버지는 배우였던 자신의 첫사랑 마르첼라가 벨기에로 영화촬영을 하기 위해 탔던 비행기가 ‘테르미닐로’ 산 정상에서 추락하여 사망하였다고 하면서 당시의 신문기사를 보여주었다.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그 옛날의 사랑하는 여인을 잊지 못해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과수원을 하고 계신 그분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이곳에 왔고 잠시 후에 다시 일하러 간다며 작별인사를 했다. 우리는 지금 찍은 사진을 부쳐주겠다고 하며 할아버지의 집주소를 적었다. 애절하게 끝나버린 옛 사랑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는 알베르토 할아버지에게 과거는 그냥 과거가 아니라 현재 속에 살아있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거의 두 달이 지나서야 할아버지에게 그 때 찍은 사진을 보냈다.
 

   
알베르토 할아버지


/최금자 김용길 200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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