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호두탕국/ 두부표고호박구이/ 시금치된장나물/ 무청영양밥

시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투박하지만 감칠맛이 있었어요. 아무렇게나 나물을 무쳐도, 간단하게 산적을 졸여도, 무하고 쇠고기, 그리고 버섯만 넣고 탕국을 끓여도 정말 맛이 있었는데, 그 비결이 간장과 된장 맛에 달려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어요.

무와 버섯에 간장과 참기름만 넣어 맛이 배도록 다글다글 볶다가 물을 붓고 호두와 밤을 넣어 푹 끓인 시원한 무호두탕국도시어머니께 전수받은 거예요. 같이 곁들인 시금치나물은, 철마 산에서 살던 어느 추운 겨울날 찾아온 손님 밥상에 올릴 게 없어서 혹시나 하고 밭에 나갔다가 빨갛게 언 작달막한 시금치 몇 포기를 발견하고, 살짝 데쳐서 된장과 산야초 효소를 넣고 조물조물 무쳐낸 적이 있는데, 착 감기는 달착지근한 맛이 입맛을 당겨준다고 인기가 많았습니다.

쉽고 간단하면서 맛있게 만들기, 그래서 그냥 살짝 익혀 햇살에 잘 익은 간장을 곁들이는 것으로 끝낸 요리, 그것이 바로 두부표고 호박구이고요. 새송이를 보탠 건 새송이로도 이렇게 할 수 있다고 보여주기 위한 것이니 굳이 상에 다 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이 밥상에서의 핵심은 밥이에요. 햇살과 바람에 잘 말린 무청 시래기를 삶아 된장을 넣고 무칩니다. 이것을 불려놓은 잡곡과 함께 밥솥에 안쳐요. 맛과 영양과 생기를 보태줄 대추, 밤, 잣, 버섯, 은행이 있으면 더 좋고요. 내가 이 밥을 할 때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밤이나 은행의 속껍질을 벗기지 않는 것을 보고는 한마디씩 합니다. “이대로 먹는 거예요?” “그걸 깎아내지 않고 그냥 넣으면 먹을 때 껄끄럽지 않나요?” 그러면 나는 일단 해서 먹어보자고 이야기해요.

사실 약재 파는 곳에 가면 밤의 속껍질을 약으로 팝니다. 위를 보호하고 해독 효능이 있거든요. 우리가 일상에서 먹을 수 있는 약인데 이것을 깎아내느라 힘들고, 나중에 병나면 돈 주고 다시 그것을 사 먹는 것은 좀 어리석은 일 아닌가 싶더군요. 무엇보다 요리할 때 힘든 기억들이 생기면 부엌에 들어가는 일이 덜 즐거워져요. 실제로 이렇게 한 밥을 먹으면서 밤 껍질을 뱉어내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살짝 거칠긴 하지만 충분히 먹을 만하고, 또 너무 큰 껍질이 보이면 그때 골라내도 되거든요.

이 밥을 할 때의 포인트는 된장인데, 먹으면서 ‘된장이 들어갔나?’ 싶은 느낌이 들 만큼 표가 나지 않게 적은 양을 숨겨 넣어야 합니다. 이때 쓰이는 된장은 조미료 역할임을 잊지 마세요. 곱게 빻은 깨에 간장, 참기름, 다진 청양고추를 넣은 매콤한 양념장을 곁들여 비벼 먹어도 좋아요. 입맛을 상큼하게 하려면 식초를 약간 넣어도 좋습니다. 이렇게 차린 이 밥상은 비타민과 칼슘이 가득합니다. 아, 이 밥은 전기밥솥 말고 압력솥이나 냄비에 지어보세요. 포만감과 행복감을 선사할 숭늉을 덤으로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무호두탕국 

재료
무 1/3개, 연근 1/3개,
말린 표고버섯 4개, 느타리버섯 2줌,
밤 4개, 호두 4개, 다시마 1조각,

양념
집간장 3~4큰술, 참기름 1큰술

1 먼저 말린 표고버섯과 다시마를 찬물에 불렸다가 건져서 1cm 크기로 썰고, 우린 물은 버리지 않고 국의 맛물로 사용한다.

2 무, 연근, 밤, 느타리버섯도 같은 크기로 썬다.

3 썰어놓은 무, 연근, 밤, 느타리버섯, 표고버섯을 냄비에 넣고 센불에서 참기름과 간장으로 볶는다. 간장이 스미면서 재료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중불로 낮춰 국물이 자작자작해질 때까지 충분히 볶아준다.■■

4 1의 맛물을 붓고 푹 끓인다. 재료에서 나온 국물이 연한 갈색이 나기 시작하면 호두와 다시마를 넣고 떠오르는 거품을 잘 걷어내줘야 맑은 국이 된다. ■■■

TIP■ 국, 찌개에는 생표고버섯보다 말린 표고버섯을 넣어야 국물 맛이 깊어진다. 양송이버섯도 다른 종류의 버섯보다 국물 맛을 깊게 하니 양송이버섯이 있다면 써도 좋다.

TIP■■ 볶을 때 음식 맛이 결정되는데 간장과 참기름 향이 재료에 스며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TIP■■■ 우리나라의 대표 국물 요리인 국의 맛을 잘 내는 비결은 재료와 장맛의 어울림이므로, 국물 안에서 서로 어우러질 수 있게 충분히 시간을 들여 끓이는 게 중요하다.


두부표고호박구이

 

재료
두부 1모, 애호박 1/2개, 표고버섯 5개,
새송이버섯 1~2개, 솔잎 조금

양념
구운 소금 1큰술, 현미유 2큰술,
집간장 1큰술, 식초 1/2큰술,
참기름 1/2큰술, 통깨 조금


 

 

 

 

 

 

 

 

 

 

1 두부는 도톰하게 10조각으로 썰고 애호박은 2~3mm 두께로 썬다. 표고버섯은 물기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미끌거리므로 물에 씻지 않고 어슷하게 저며 썰고, 새송이버섯은 모양대로 얇게 썬다.

2 버섯은 기름을 두르지 않고, 수분을 없애주는 정도로 노릇하게 구워 소금과 참기름으로 살짝 버무려준다.

3 애호박도 같은 방법으로 굽고, 두부는 물기가 많아 잘 구워지지 않으므로 현미유를 약간 두르고 소금을 뿌려 노릇하게 구워준다.

4 준비한 두부와 애호박, 표고버섯을 보기 좋게 담아 간장, 식초, 통깨를 넣은 소스를 뿌려주고(이때 다진 청양고추를 조금 넣어줘도 좋다) 솔잎을 깔고 새송이버섯을 곁들인다. 새송이버섯은 곁들이라 없어도 상
관없다.■■

TIP ■ 유기 농가에서 재배한 버섯은 깨끗해서 물에 씻지 않아도 되니 바로 굽는다. 쫄깃한 버섯의 향과 맛을 살리려면 기름을 두르지 않고 구워야 한다.

TIP ■■ 음식은 맛도 맛이지만, 보기도 좋아야 식욕을 더 돋운다. 대나무 잎이나 솔잎 등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나뭇잎을 이용해 좀더 입맛 당기는 음식을 만들어보자.



시금치된장나물

 

재료
시금치 2줌

양념
산야초 효소나 매실 효소 1~2큰술
(산야초 효소 만드는 법은 213쪽 참조),
된장 1큰술, 들기름 1큰

1 시금치를 끓는 물에 데쳐서 차가운 물에 재빨리 씻어 건져 물기를 짠다.

2 된장, 효소, 들기름을 넣고 무친다. 통깨를 조금 뿌려주면 더 맛깔스럽다.■■ 
 

TIP ■ 데친 나물은 물기를 짤 때 너무 꼭 짜면 뻣뻣해지니 주의한다. 나물이 제 몸의 촉촉함을 잃으면 맛이 없어진다. 무칠 때도 살살 곱게 무쳐야지 거칠게 주무르면 물러지거나 풋내가 난다. 시금치 대신 봄에 나는 자운영, 머위 싹, 두릅, 냉이, 민들레, 취 등 산나물을 써도 좋다. 무치는 방법은 시금치와 같다.

TIP■■ 데친 시금치에 물기를 짠 두부와 소금, 들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도 맛있는 시금치나물이 된다.


 
무청영양밥

재료

말린 무청 2줄기, 밤 4개 ,
대추 5개, 표고버섯 2~3개,
잣 1큰술, 오분도미 1.5컵,
보리쌀 2큰술, 차조 2큰술,
기장 2큰술

양념
된장 1큰술, 참깨양념장
(참깨 조금, 집간장 2~3큰술,
식초 1/2~1큰술,
다진 청양고추 조금)

1 밥 지을 쌀은 씻어 불려둔다. 하루 전날부터 미리 불려둔 무청을 삶아 깨끗이 씻은 다음 잘게 썰어서 밤, 잣, 대추, 표고버섯 썬 것과 된장을 함께 넣고 밥을 짓는다.■■

2 깨 양념장을 되직하게 준비해서 곁들인다. 깨 양념장 만들 때는 볶은 깨를 아주 곱게 갈아서 쓰고, 향이 너무 강한 식초는 쓰지 않는다.

TIP■ 밤은 겉껍질만 벗겨내고 속껍질째 준비한다. 속껍질은 위를 보호하며 해독 작용을 해 숙취에도 좋다.

TIP ■■ 쌀을 안칠 때 물의 양을 미리 가늠해서(잡곡일 경우 백미보다 5~10% 정도 더 넣는다) 안치고, 위에 무청과 다른 재료를 넣은 만큼 3~4 큰술 정도의 물을 더 보태주면 알맞게 밥이 지어진다. 무청 대신 봄나물이나 가지, 호박, 호박잎, 아욱 등을 넣고 밥을 지어도 별미인데, 말린 재료가 아니고 생것일 땐 밥이 지어지면서 밥물이 늘어나므로 처음에 물의 양을 약간 줄여서 넣는다.


- 문성희의《평화가 깃든 밥상》중 ‘내 가족의 건강을 살리는 열두 밥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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