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인권위 변연식 위원장 등 4명, 1인 시위 중 연행돼..
-경찰, 용산문제는 평화로운 항의조차 용납 안 해..

▲송파경찰서 구치소에 갇힌 변연식 위원장은 비교적 밝은 모습으로 면회 온 천주교인권위 관계자들과 방문객을 창 너머에서 맞이했다.

지난 10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변연식(레지나)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 등 4명이 경찰에 연행되어 송파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11일 저녁 8시경 만 24시간 만에 석방되었다.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순천향병원에서 명동성당 영안실로 자리를 옮긴 용산범대위의 남경남 의장과  박래군·이종회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용산참사 문제가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타개해 나가고, 정부의 무시전략을 넘어서 서울시 및 정부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9일부터 11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 ‘50인 1인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9일 첫날에는 1인 시위가 시작되는 6시경 이미 광화문 일대는 1500명에서 2천명 정도 되는 경찰병력이 투입되어 있었으며, 피켓만 들어도 경찰이 포위하여 시민들로부터 고립시켰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종각에서 피켓을 들었다가 1시간 가량 경찰에 포위되었으며, 변연식 위원장은 동아일보사 앞에서 80여 명의 경찰에 둘러싸여 1시간 가량 고립된 바 있다.

10일 변연식 위원장은 구호를 A3 크기의 용지에 적어왔으나 펼치기도 전에 빼았겼으며, 다시 A4 용지에 매직으로 "용산문제 추석 전에 해결하라."고 써서 들고 있다가 가방에 넣고 저녁 7시경에 시위를 마무리 하면서 잠깐 광화문 광장 계단에 잠시 앉아 있는데, 여경들이 뒤에서 덮쳐 강제연행했다. 한편 우연히 퇴근 길에 변연식 위원장을 만나서 잠깐 앉아 있던 이미희(마리아) 씨도 여경 10여 명에 의해 사지가 들린 채 연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경들이 이미희 씨 등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 이미희 씨는 담담하게 자신이 어제오늘 겪은 일을 말해 주었다. 더 열심히 일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이며..

이날 연행된 사람은 변연식 천주교인권위 위원장, 주거연합의 신동우 씨, 김민자 씨와 이미희 씨등 4명이며, 이들은 11일 오후 2시경부터 조사를 끝내고 면회가 허락되었다.

무엇보다 발이 시렵다는 이미희 씨는 "퇴근 후 우연히 만나 추워하는 변 위원장에게 옷을 입혀주고 있었는데, 피켓도 없는 사람을 함부로 잡아갔다"며 "나는 온몸을 던져 항의하지도 못했는데, 열심한 선배 옆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잡혀오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여기 경찰서 와서 정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민주주의에서 후퇴했는지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희 씨는 당일 저녁 친구 모친상에 갈 예정이었으나 연행되어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면회를 청했던 박순희 대표(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는 이미희 씨가 연행 중 여러 차례 경찰에게 꼬집혔다는 말을 듣고 "여경들 손톱부터 깍아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용산 참사 유가족들도 연행과정에서 여경들에게 자주 꼬집혀서 손톱자국이 사방에 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거야 말로 종교탄압이다. 이웃이 억울하고 비통한 일을 당하고 있는데 신자들이 가만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 이웃사랑을 못하게 막는 것이 바로 종교탄압이다"라고 말했다.

▲변연식 위원장
한편 변연식 위원장은  경찰서 면회실에서 "평화로운 1인 시위를 못 하게 막는 것은 불법이라며 변호사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며 "함께 끌려온 김민자 씨가 연행 도중에 많이 다쳐서 어깨에 통증이 심하며, 나도 가만히 계단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뒤에서 잡아끄는 바람에 허리에 무리가 갔다"고 진술했다. 또한 주거연합 신동우 씨의 경우엔 경찰이 지난 1월부터 채증한 사진자료를 모두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박순희 대표는 "정부와 경찰이 용산문제만 나오면 바퀴벌레 보듯이 난리"라고 비판했다.

다행히 이들 4명은 연행 하루 만인 11일 저녁에 모두 석방되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잠깐 경찰서에 들어가 있었지만 이전 정부 때보다 인권상황이 훨씬 나빠졌다"며 "우리를 부르는 용어도 마치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었다"고 고발했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11일 오후 방문객들이 연이어 연행된 이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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