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3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17일 제3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담화문을 내고, 가난한 이들의 물질적 필요를 넘어 누구도 친교와 연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할 그리스도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 시대의 가난은 “교만하고 불경한 자들이 가난한 이들을 괴롭히며 그들의 얼마 안 되는 재산마저 갈취하고 노예로 삼던” 시편 저술 당시의 가난과 다르지 않으며, 우리의 현재는 하느님 심판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젊은이와 어린이를 예속하는 수많은 형태의 새로운 노예화, 난민 가정, 고아, 실업에 처한 청년, 매매춘과 마약 거래와 같은 온갖 폭력의 피해자들, 노숙자와 소외된 이들, 이민자들을 언급하고, “가난한 이들 자신이 쓰레기더미의 일부가 되고, 쓰레기 취급을 받는, 이러한 치욕에 공모한 이들은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으며, 가난한 이들은 그들의 가난조차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위협적인 존재 또는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진다고 해도 가난한 이들은 스스로 위축되거나 좌절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19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로고. (이미지 출처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이들은 모든 면에서 투명인간처럼 되어 버렸고 사회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거나 무시당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철저한 배제와 소외 문제를 지적하고, “하느님의 위대하심은 하느님께서 가난한 이와 관계 맺는 방식에서 알 수 있으며, 하느님의 창조 권능은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해 주시는 것으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교황은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루카 6.20)에서 이르는 참행복은 하느님나라가 가난한 이들의 것임을 뜻하며, 수 세기가 흘렀지만 이 참행복의 메시지는 더욱 역설적인 듯 여겨진다면서, “그러나 가난한 이들을 중심으로 당신 나라를 세우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하고자 하신 말씀은, 당신 제자들인 우리에게 당신 나라를 이끌어 갈 임무와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책임을 더불어 맡겼다는 것이며,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이 책임을 결코 간과해서은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교황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해야 할 교회의 임무를 강조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교회는 자신이 한 백성임을 깨닫게 되고, 교회는 구원여정에서 그 누구도 자신이 이방인이거나 버림받았다고 느끼지 않게 보장하라고 부름받은 한 백성”이라고 말했다.

“올해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이하여, 그리스도인들은 특히 일상생활 안에서, 지원 사업에 그저 동참하는 수준을 넘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지원사업에서 더 나아가 모든 이가 온갖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 각자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도록 격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그들의 물질적 필요에 멈추지 말고, 그들 내면의 선함을 발견하고 그들의 배경과 표현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 참된 형제적 대화를 시작하라”고 권고했다.

또 “가난한 이가 겪는 최악의 차별은 영적 관심의 부족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가난한 이들은 우리의 업적과 계획을 과시하고자 인용하는 통계 수치가 아니며, 가난한 이들은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가난은 하느님께서 주신 그들의 존엄을 그들에게서 빼앗지 않으며, 가난한 이들은 하느님께서 몸소 그들의 존엄을 온전히 회복시켜 주시리라는 확신 안에서 살아 간다”며, 그 확신을 직접 보여 줄 교회의 역할을 확인하고, “더욱더 많은 사람이 효율적으로 협력해 어느 누구도 친교와 연대에서 소외되었다고 느끼지 않도록 도움을 주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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