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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소비로 사는 희망의 징표”주교 현장체험, 충북 영동 백화마을
이날 마을을 방문한 주교들을 맞아 준 마을주민들과 주교들. ⓒ김수나 기자

천주교 주교들이 ‘주교 현장체험’으로 7일 생태적 건축과 에너지, 경제 자립을 통해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는 충북 영동군 황간면 백화마을을 찾아갔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마련한 이날 주교 현장체험에는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 제주교구 문창우 부교구장주교, 대구대교구 장신호 보좌주교가 참석했으며,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 백종연 신부 등이 함께했다.

백화마을은 지난해 제13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을 받은 곳으로, 당시 상을 준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이 마을이 “자연, 이웃과 상생하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동선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쓰고, 지구를 살리려고 협력하기가 쉽지 않은데, 생활 전반에서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는 백화마을은 희망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강 주교는 “우리는 소비에 매우 익숙해서 소비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울 것처럼 여기지만, 백화마을은 최소한의 소비로도 살 수 있음을 보여 주는 희망의 징표 같다”면서 “전국의 신자 가정도 새로운 비전으로 교종이 강조하는 신음하고 울부짖는 지구를 살리는 길을 함께 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백화마을의 집들은 22-35평 크기며, 벽은 짚을 가운데에 40센티미터 넣고 안팍 5센티미터씩 황토가 발라져 있어 단열이 좋다. ⓒ김수나

이날 조영호 마을대표(루카, 청주교구 황간 본당)는 마을주민과 주교 등이 모인 가운데 백화마을의 조성 과정과 현황, 특징과 문화, 규칙 등을 소개했다.

조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2012년 만들어진 백화마을에는 지금 40가구, 주민 100여 명이 볏짚과 황토로 지은 집에 살며, 집마다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추고 폐목재를 땔감으로 하는 ‘펠릿 보일러’를 쓴다. 40가구 가운데 7가구가 가톨릭 신자다.

그는 “단열과 습도 조절이 우수한 볏짚으로 만든 ‘스트로 베일 하우스’는 가습기나 제습기가 필요 없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지붕을 뺀 나머지는 폐기 뒤에도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우수한 단열과 태양광 발전으로 백화마을의 집들은 전기 소비량과 생산량이 비슷한 수준으로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있다. 조 대표의 집은 매달 평균 전기 소비량이 280킬로와트로 전기요금은 3000-5000원 정도다.

또 백화마을은 태양열을 이용한 요리, 자전거 발전, 지구온난화에 대한 교육 등 청소년을 위한 ‘그린에너지 체험학교’를 운영하며 매년 1000여 명 정도가 찾아온다.

폐목재를 태워 열을 내는 ‘펠릿 보일러’.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는 친환경 난방 시스템이다. ⓒ김수나 기자

조 대표는 생태건축 등 친환경 생활 실천과 더불어 백화마을은 절기 행사, 공동텃밭,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마을주민이 함께 어울리고, 만장일치제로 의사를 결정하는 등 공동체 문화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마을회관에는 공동식당, 강당, 도서관, 아나바다 나눔터, 공방 등 공동생활이 이뤄지는 공간이 있고, 일 년에 1번 주민총회, 한 달에 1번 운영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제로 의사를 결정한다.

이를테면 공동텃밭에서 나온 작물이나 각자 나누고 싶은 식재료를 마을회관의 냉장고에 넣고 마을 단체대화방에 알리면 필요한 집에서 가져다 쓴다. 안 쓰는 물건도 마을회관에 있는 아나바다 장터에 가져다 두면 어떤 물건이든 1000원만 내고 가져갈 수 있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은 환경단체나 지역의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한다. 개인 자동차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일상에서 카풀을 실천하고, 일회용 물건도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조 대표는 “친환경적 삶은 미래세대보다는 자신을 위한 것이고, 개인이 행복해야 마을도, 공동체도 건강하다”면서 “마을행사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왜 안 나오느냐고 묻지 않는다. 공동체적 삶이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을이 시작된 뒤로 10가구 정도가 떠나고 새로 왔지만, 마을의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이라 크게 문제 되는 일은 없으며, 현재 이 마을에 빈 가구는 없다. 전체 가구의 삼분의 일 정도는 직장 때문에 주말에만 마을에 온다.

마을 운영위원회는 장기적, 안정적 거주자를 받고, 별장처럼 쓰는 경우는 지양하기로 결정했다. 이 마을에는 2살 아이부터 70대 노인까지 있으며 평균 나이는 50대다. 이날 현장체험을 마무리하며 참가 주교들은 느낀 점을 마을주민과 나눴다.

마을회관 안에 있는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나누는 곳. 누구나 1000원만 내면 원하는 물건을 가져다 쓸 수 있다. 옷, 책, 가방, 살림도구 등 다양한 물건이 있으며, 안쪽에는 책을 볼 수 있는 공간과 식재료를 공유하는 냉장고가 있다. ⓒ김수나 기자

먼저 장신호 주교는 “앞으로도 공동체의 협력하는 정신과 지구를 보존하려는 마음을 지키면서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어 조환길 대주교는 “사람마다 자연 속에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용기가 없거나 먹고 사느라 실천하지 못한다”면서 “이렇게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것이 대단한 용기이자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주교는 “올해 가톨릭 환경상을 받은 경북 안동 쌍호마을이 고향인데, 젊은 사람들이 없어서 걱정”이라며 “이 마을을 보니 지금도 사람들이 찾아들고, 행복하고 활기가 있어 희망 차 보인다”고 말했다.

문창우 주교는 “마을에 사는 한 분 한 분이 불편함이나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도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면서 “친환경적 마을 제도만이 아닌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공동체의 제도가 살아 숨쉬는 것 같아 든든하고 훈훈했다”고 말했다.

한편 ‘주교 현장체험’은 주교들이 사목현장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2014년부터 시작됐으며, 그동안 사회복지시설, 소공동체, 4대강 현장, 송전탑 피해지역, 하나원, 수도권 매립지, 노원 에너지 제로 마을 등을 방문했다.

조영호 마을대표(왼쪽)가 주교들에게 마을의 공동텃밭을 소개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조영호 마을대표가 주교들에게 마을의 공동텃밭을 소개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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