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내 종교 일치도

증가하는 가족 내 종교 일치

종교인구 증가와 함께 가족 내 종교일치 비율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최근 통계개발원에서 인구센서스 자료의 2% 표본 원자료를 재분석하여 가족 내 종교 구성의 변화를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약 90%의 가구는 부부간 종교가 일치하며, 가구 내 종교 일치비율 역시 이보다는 낮으나 2005년 현재 78.9%에 이른다. 물론 따로 떨어져 살면서 독자적인 주거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부모, 형제들까지 모두 고려하면 다양한 종교로 이루어진 가정이 많지만, 거주를 함께 하면서 생활하는 집단인 가구 개념으로 좁혀서 보면 동일한 종교를 믿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셈이다.

가족 내 종교 일치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가구 내 종교일치 비율은 1985년부터 2005년 사이에 10% 이상이 증가하였다. 가구 내 종교일치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은 전반적인 종교인구 성장과도 관계가 있지만, 한 가구 내 가족구성원 수가 줄어드는 사회현상과도 관계가 있다.

[표 ] 가족 내 종교 일치 비율 (1985~2005년)
(단위 : % / 자료 : 통계청, 해당년도 인구주택총조사 2% 표본 원자료 / 출처 : 통계개발원 2008)

종교별로 비교해 보면, 무종교와 불교인 가정의 일치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불교 가정의 경우 부부간 일치도는 매우 높지만, 가구 내 일치도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사회학자 은기수 교수는 1997년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 의식’ 조사의 원자료를 분석하여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종교 일치 정도를 분석한 바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종교가 무종교나 개신교, 천주교로 일치할 경우 응답자도 같은 무종교(71.0%)이거나 개신교(71.7%), 천주교(75.4%)로 일치하는 비율이 모두 70% 이상이지만, 부모가 불교로 일치하고 응답자도 불교를 믿는 경우는 38.9%에 불과하고 무종교 상태인 경우가 49.8%로 더 두드러졌다. 이처럼 불교는 부부의 종교일치도와 달리, 부모-자녀 세대 간 종교일치도는 낮다. 천주교는 부부간과 가구 내 종교일치 비율이 모두 계속 늘고 있다.

한편, 부부간 종교불일치 비율은 계속 감소추세이며 불일치하더라도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은 무종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부간 서로 다른 기성종교를 믿는 경우는 1.2%로 매우 낮아, 가정에서 종교간 갈등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가구 내 종교불일치 비율 역시 무종교와 기성종교가 결합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천주교만이 가구 내 종교 불일치 비율이 유일하게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천주교 신자가 늘어나면서 일어난 불일치의 증가로 보인다.

[표 ] 가족 내 종교 불일치 비율 (1985~2005년)
(단위 : % / 자료 : 통계청, 해당년도 인구주택총조사 2% 표본 원자료 / 출처 : 통계개발원 2008)

가족 내 종교일치 강화, 양날의 칼

천주교 교세통계에서 가족 내 종교 구성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는 혼인성사 관련 통계인데, 최근에는 전체 혼인성사 비율 중 성사혼이 꾸준하게 늘고 있어 교세통계상으로도 가족 내 종교 일치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성사혼의 비율은 약 40% 가량이고, 관면혼의 비율이 훨씬 더 높다.

2008년말 거행된 관면혼의 경우 15,343건에 달하는데, 매년 1만 5천여 명이 외짝교우로 가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외짝교우 가정이 얼마나 되는지는 교세통계에서 집계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원교구 복음화보고서를 참고로 하면 약 20% 안팎으로 추산된다. 수원교구 복음화보고서에 따르면 본당별 외짝교우 비율이 2003년 20.0%, 2004년 18.4%, 2005년 16.2%로 매년 외짝교우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그림 1] 혼인성사 건수 중 성사혼 비율 변화 추이 (자료 : 천주교 교세통계)

그리고 최근 교회에서 진행된 신자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신자의 65% 이상이 가족 종교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가톨릭신문사 80주년조사(2007) : 가족 모두가 신자 67.1%, 전주교구 70주년조사(2007) : 배우자의 종교 천주교 65.4%, 대구대교구 시노드조사(2007) : 가족 모두가 신자 68.3%)

천주교 가정 내 종교일치가 높은 것은 입교 과정에서부터 가족의 종교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교과정에서 유아세례나 가족의 권유로 입교한 경우가 절반 이상이다. (가톨릭신문사 80주년조사(2007) : 유아세례 22.3%, 가족의 권유 32.3%, 전주교구 70주년조사(2007) : 유아세례 19.2%, 가족의 권유 38.2%, 대구대교구 시노드조사(2007) : 유아세례 18.8%, 가족의 권유 31.4%, 수원교구 조사(2008) : 유아세례 21.2%, 가족의 권유 29.9%) 특히 대구대교구 시노드조사에서는 가톨릭을 선택한 이유로 “가족의 종교일치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27.7%로 가장 많았다.

가장 가까운 가족을 통해 신앙에 눈을 뜨고, 또 한 가족이 같은 신앙 안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러나 그것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의 종교일치를 위해 강요될 때는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 내 종교갈등은 불교·무속신앙과 개신교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두드러지지만, 최근 가족 종교정체성이 강화되면서 가족 내 종교갈등도 심화될 위험이 있다.

이런 갈등은 주로 새로운 가족관계가 맺어지는 자녀의 결혼 때 두드러지는데, 앞에서 언급한 은기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위-처부모의 종교일치도보다 며느리-시부모의 종교일치도가 훨씬 높게 나타난다. 이를 은교수는 가부장적인 성격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며느리가 갖추어야 할 조건의 하나는 가족의 종교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동일한 종교를 지녀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하였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의 의향보다 가족주의라는 집단적 가치가 지배적이다보니, 가족의 종교정체성은 선교에 양날의 칼이 되고 만다. 혼인성사를 위해 입교했다는 이들이 있지만, 반대로 결혼 후 시댁의 종교에 따르느라 냉담하거나 개종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현실인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