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는 추모미사 거행돼
-“용산에 불어온 폭풍을 날려버리자"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반 년, 7월 20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도시빈민사목위원회 주최로 용산참사현장에서 용산참사해결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 앞서 참사 반 년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과 위령제 등에서 많은 시민들은 이명박 정권의 반인륜적 행태에 더이상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국민의 분노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날 저녁 7시에 봉헌된 미사에는 70여명의 사제와 20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석했다. 특히 수많은 수도자들의 물결이 인상적이었다.

▲이 시대의 골고타 언덕, 용산 남일당 현장에 많은 수도자와 신자들이 모였다.

이 날 주례를 맡은 김용태 신부(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는 “우리의 무능과 불성실, 무책임을 통감하고, 우리의 마음을 바꿔주시길, 불쌍한 사람들의 마음을 감싸 안고 치유해주시길, 평화의 그 날이 올 때까지 우리 모두가 함께 사랑을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기도하여, 이 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임용환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는 강론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어려운 때를 보내고 있지만, 어떤 날씨도 생명을 향한 열정을 꺽지 못한다. 부산과 완도에서 이곳에 함께 하기 위해 여기에 온 사람들이 있다”고 서두를 꺼냈다. 그는 용산참사현장에는 ‘유가족들과 함께 했다는 기쁨’과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슬픔’이 동시에 있다면서 “처참한 이곳을, 떠나야 할 이곳을 기쁨과 평화의 자리, 위로와 용기의 자리로 변화시킨 우리 모두가 바로 생명의 힘”이라고 말했다.

임신부는 “지금은 투쟁을 위한 꼭대기에 있지만, 이제 해결을 위한 내리막길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면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것을 빼앗지 말라고 나탄이 다윗을 꾸짖은 것처럼 우리도 힘을 합쳐 함께 외치자”고 말했다. 더불어 "정치권력은 하느님과 국민에게서 온 것이므로 정부는 하느님과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당장 용산참사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어 임신부는 정호승 시인의 '폭풍'이란 시를 읽으며 “용산참사의 폭풍을 두려워하거나 이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오히려, 마음을 모아 손과 발을 모아 사랑과 평화와 정의의 바람으로 폭풍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미사에는 성직자와 수도자 뿐만 아니라 어린 초등학생들과 젊은 청년 등, 모든 계층과 연령을 뛰어 넘는 범국민적 미사로 진행되었고, 반 년이 지난 세월 동안 아직도 냉동고 속에 안치되어 있는 고인들에게 바치는 흰 국화꽃과 촛불봉헌은 경건한 가운데 길게 행렬을 지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초 봉헌을 하는 아이는 지금여기 무엇을 보고 생각할까.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 하는 소년의 손이 예쁘다.

▲노래 '청계천 8가'의 박자에 맞춰 수녀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인천 대학생 연대'의 학생들이 많이 참여해 미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 故윤용헌 열사의 부인 유영숙 님 말씀


<동영상 제공/천주교인권위원회>

●●●영상이 보이지 않으시는 분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 부부가수 김정은 님과 엄광현 님의 공연 "청계천 8가"

 

 

 


<동영상 제공/천주교인권위원회>

●●●영상이 보이지 않으시는 분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임용환 신부 미사강론 전문.

7월 중순, 매미소리는 지금이 한 여름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어느 때보다도 무덥고 힘든 날씨가 계속되겠죠? 지금 우리는 여름의 꼭대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여름은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입니다. 조금 더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그 여름의 꼭대기에서 우리는 용산참사 6개월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곳에 함께 하기 위해 부산과 완도에서 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오늘이 용산참사해결을 위한 투쟁의 꼭대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지치고, 힘들고 어렵겠지만 이제부터는 해결을 위한 내리막길이 되리라 믿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제 마음에는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있습니다.
6개월 동안이나 함께 버텼고 싸워왔다는 기쁨과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슬픔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유가족들의 기쁨과 슬픔에 함께 했습니다. 유가족들이 웃을 때 함께 웃었고 그들이 행복하다고 말할 때 우리도 행복했습니다. 그들이 울 때 함께 울었고 분노할 때 함께 분노했습니다.

며칠 전 미사 중에 문득 하늘을 보았습니다. 잠자리가 무심히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순간 이곳이 다른 어떤 곳보다도 평화로웠습니다. 잠자리 한 마리가 이곳을 평화롭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켜가야 할 생명의 힘이고 소중함입니다.

그렇듯 우리는 이곳 처참하고 끔찍한 현장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이곳을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평화와 기쁨의 자리로 웃음과 위로, 위안과 용기의 장소로 변화시켰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의 힘입니다. 우리의 능력입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철거민 여러분과 유가족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용산참사 6개월을 지내는 오늘, 용산참사해결을 위한 투쟁의 꼭대기에서 우리 다시 시작합시다. 다시 힘을 합칩시다. 예언자 나탄처럼, 당신, 다윗의 왕권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며 따라서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것을 빼앗지 말라고 나탄이 다윗을 꾸짖은 것처럼 우리도 함께 외칩시다.

일찍이 교회는 가르쳤습니다. ‘정치권력은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이며 또한 하느님의 주권에 참여하는 것이므로 하느님의 다스리심을 본받아 행사되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자부적인 배려로써 온 우주뿐 아니라 각개 피조물까지도 보살피시고 다스리신다. 따라서 사회 전체나 일부 구성원들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고 손해를 입게 되는 상황에서 그 침해를 회복하거나 미연에 방지할 만한 별다른 방도가 없을 때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사태 26항)

지금 정부가 갖고 있는 권력은 하느님과 국민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정부는 하느님과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 지금이라도 당장 용산참사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끌어안읍시다. 우리 모두를 끌어안읍시다. 이곳 용산현장을 끌어안고,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 유가족들을 품에 안읍시다. 복음의 사마리아인처럼 생각이나 머리가 아닌 뜨거운 사랑의 가슴으로 함께 합시다.

소포클레스는 말했습니다. ‘삶의 무게와 고통에서 자유롭게 해 주는 한마디의 말 그것은 사랑이다’

더 이상 어떤 의무감이나 이론이나 생각만으로 이곳에 오지 맙시다. 사랑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합시다. 그리고 말합시다. 난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당신들을 사랑하기에 이 자리에 함께 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이겨냅니다.

정호승 시인은 말했습니다.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라는 것을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나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 나뭇잎 사이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 갈지라도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정호승-폭풍)

우리는 용산참사의 폭풍을 두려워하며 이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오리려 우리의 마음을 모아 손과 발을 모아 사랑과 평화와 정의의 바람으로 이 폭풍을 날려 버릴 것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 계시고 이웃이 있고 동료와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해주시는 신부님들 수녀님들 교우와 동지 여러분 그리고 철거민과 유가족 여러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임용환 신부님 강론 "지금은 투쟁의 꼭대기입니다"


<동영상 제공/천주교인권위원회>

●●●영상이 보이지 않으시는 분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