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종교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리”

가톨릭 부제들이 이웃종교를 방문해 각 종교의 교리와 역사 등을 듣고 나누며 이해를 넓혔다.

천주교 주교회의가 마련한 ‘2019년 가톨릭 부제들의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의 자리에서다. 올해로 12번째인 이 자리는 18-19일 열렸으며, 전국 14개 교구, 베트남과 몽골의 2개 교구, 국내 9개 선교 및 수도회 소속 부제 95명이 참여했다.

부제들은 3일 동안 서울에 있는 천주교 주교회의, 주한 교황대사관,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울중앙성원, 불교 조계종 화계사, 구세군 대한본영, 한국정교회 대교구를 방문했다.

18일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참사관 마리오 코다모 몬시뇰은 부제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제직 수행에 대한 메시지를 강의했다. ⓒ김수나 기자

“교회 안에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가는 사제 되길”

첫째 날 주교회의 방문에 이어 둘째 날 오전 부제들은 주한 교황대사관을 찾아갔다. 참사관 마리오 코다모 몬시뇰의 강의로 교황대사관의 역할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사제직의 의미와 당부를 들었다. 

코다모 몬시뇰은 “부제들이 교황대사관이나 이웃종교를 방문하는 것은 세계적 프로그램이 아닌, 한국만의 특징이고, 사제가 되기 전 의미 있는 행사”라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사제의 삶에 필요한 신학적 토대로 “사제는 누구에게 속하나”라는 물음을 들었다. 그는 교황이 말한 사제직의 특징은 “사제는 하느님, 교회, 하느님나라에 속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열정적 사목으로 이끄는 것은 하느님나라에 속한 사람으로서 지니는 분별력이라면서 “사제는 교회의 관리,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아니다. 기도와 묵상, 진지한 태도는 교황이 누누이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지근한 상태(태도)는 영적인 알츠하이머 상태다. 주님과 내적 만남의 기억을 잃고 자신에게만 빠져드는 것을 경계하라”며 “사제는 사목자로 예수의 삶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우리 삶에서 보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제품을 받는 것은 목표 도달이 아닌 시작으로 기도, 묵상, 성찰을 통해 하느님과의 내면적 친교를 잘 유지하라”면서 “신뢰, 순명, 기도를 통한 하느님과의 결속력, 형제 사제들과의 깊은 관계, 하느님나라를 위한 영원한 사제직”을 강조했다.

천주교에서 부제는 사제와 마찬가지로 성직자에 속하지만, 종신부제가 아닌 한, 사제가 되기 위한 대체로 1년간의 전단계로 여긴다. 

이어진 부제들의 질문에 대해 그는 “세상 밖으로 나가 역동적으로 예수를 전하라. 교회 안에 머무는 사제가 아니라 밖으로 나가는 사제가 되라. 또한 사목자로서 어디에 있느냐(소임지)가 아닌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궁정동에 있는 주한교황대사관을 방문한 가톨릭 부제들. ⓒ김수나 기자

이슬람, 매일 삶을 반성하고 재조명하며 그대로 실천하는 종교

이날 오후에 방문한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에서는 이주화 이맘이 이슬람교의 기원과 현황, 주요 교리와 한국 이슬람교의 역사를 소개했다.

이슬람에서 ‘이맘’은 예배를 주관하고 종무를 수행하는 최고 지도자이지만 이슬람 교리상 '성직자'는 아니다. 이주화 이맘은 한국인 최초의 이맘이며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대학에서 이슬람 신학을 전공한 신학자다. 

그에 따르면,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인 메카와 메디나에서 610년경 무함마드가 오직 한 분이신 알라(아랍어로 유일신 야훼를 뜻함)에 대한 믿음을 선교하며 이슬람이 시작됐다. 그리스도교와 달리 중세에 바그다드와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황금기를 보낸 이슬람교는 기나긴 이슬람 국가의 통치로 인해 근대에 대처하지 못하고 서구문화와 그리스도교 문명에 지배당하게 됐다.

이러한 역사에서도 그는 “이슬람은 전 세계로 전파돼, 현재 전 세계 18억이 이슬람인이며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영향력이 크다”면서 “이슬람이 흔히 아랍권에 국한된 종교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18일 서울 한남동에 있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울중앙성원에 들어서고 있는 부제들. ⓒ김수나 기자

이슬람교의 한국 전파는 선교목적이 아닌 한국전쟁에 터키군이 참전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참전한 신자들이 이슬람을 전하다가, 1970년대 오일쇼크와 중동건설 개발 이익을 위해 박정희 정권이 이슬람교 성원 부지와 조성을 지원했다면서, “한국의 이슬람은 경제적, 외교적 필요가 성장의 계기가 됐다. 신앙보다는 현실적 이유가 컸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서울성원의 공간이 부족해 노동자들이 일터에 만든 예배소가 100여 개, 전국에 성원은 30개다. 내외국인 합해 신도 수는 15만 정도다.

그는 이슬람은 교리상 낭비, 불법적 수익, 이자, 간음, 살인, 술, 돼지고기 등을 금하며, “단식, 기도, 성지순례가 일상이다. 실천의식은 회개의식과 같다. 순수저축금의 2.5퍼센트는 사회에 희사해야 한다. 단식을 통해 자기회개와 성찰을 해야 한다. 매일 반성하고 자기 삶을 재조명하면서 삶에서 그대로 보여 주는 신앙”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부제들은 입교의식, 성직제도, 이슬람의 종교적 상징, 이슬람인을 대할 때의 주의사항 등을 물었다. 그에 따르면, 이슬람은 가톨릭처럼 특별한 입교의식은 없지만 한 분이신 알라를 믿는다는 확신을 보여 줘야 하고, 예배, 단식, 희생, 성지순례 등 실천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고, 성직제도는 따로 없는 수평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또 어떤 상징도 교리적으로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슬람 관련 건물에 그려진 달과 별은 사막문화가 반영된 것이지 이슬람의 종교적 상징은 아니며, 이슬람인을 대할 때는 술이나 돼지고기를 권해서는 안 되며, 예배시간을 엄수하는 종교적 특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종파간 갈등에 대해서는 언론에 보도되는 것과 달리 실제로 이슬람인들 사이에서는 종파를 크게 구분하거나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8일 서울중앙성원에서 이주화 이맘의 강의를 들은 뒤 한 부제가 질문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이날 부산신학대 김동윤 부제(율리아노, 마산교구)는 “오전에 주한 교황대사관 몬시뇰께서 신학생들의 종교간 대화 시도가 한국에만 있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고, 이 과정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며 “적극적으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 자리인 것 같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주교회의에 따르면, 이 행사는 사제품을 받기 전 단계인 부제들에게 주교회의의 임무와 역할을 소개하고, 교황청과 지역교회 간의 일치와 소통, 그리스도교 교파들의 차이점과 접점, 다른 종교의 면모를 살피도록 기획됐다. 해마다 전국의 가톨릭 신학대학의 1학기가 끝나는 때에 진행한다.

한편 수원교구 부제들은 교구 사정상 이번에는 빠졌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