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도 교회의 특권에 저항이 커져 간다

로마에 휴가차 온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곳의 유명한 트레비 분수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알고 있다. ‘애천’(Three Coins in the Fountain, 1954)이라는 영화를 봤든 안 봤든 말이다. 소원을 빌며 분수에 동전을 던져 넣는 것이다.

지난해, 이 분수에 던져진 동전의 값어치는 대략 19억 원이었다. 그런데 이 분수에서 이 전통적 행위를 하는 이들이 아마도 몰랐을 일은, 지난 2001년 이후로 이 돈은 가톨릭교회에 기부되어 로마에서 자선활동을 하는 데 쓰인다는 것이다. 시당국과 이 분수를 관리하는 전력회사 ACEA, 그리고 가톨릭교회의 자선기관인 카리타스 간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카리타스는 이 돈을 로마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직접 활동에 쓰는데, 무료급식이나 임시보호소, 또는 가난한 가정을 위한 주거시설 등이다. 카리타스의 1년 예산의 약 15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런데 로마 시는 오는 4월 1일부터 이 돈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섰다가 교회가 반발하자 철회했다. 로마 시정부는 현재 좌익 포퓰리즘 정당인 “5성 운동”이 집권하고 있으며, 시장은 비르기니아 라기다. 그는 이 돈을 카리타스에 주지 않고 시가 관리하면서 ACEA가 청구하는 분수 관리비는 물론 “사회적 사업들”과 “문화 유산의 일상적 관리”에 쓰겠다고 했다.

로마 시는 언제나 적자 상태다. 2016년에 공공부채는 140억 달러(약 15조 7000억 원)이었다. 트레비 분수와 관련된 움직임은 새 수입원을 찾으려는 여러 노력 가운데 작은 하나다.

지난 17년간, 관광객들이 이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ACEA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동전을 모아서 자루에 담은 뒤 카리타스 직원들에게 넘겼다. 그러면 카리타스 직원들은 이 동전을 가져와 말린 뒤 하나하나 세어 은행에 예금한다. 카리타스는 1년에 3번 이 돈이 얼마나 모였다고 시에 보고하는데, 지난 여러 해 동안 100만 달러(약 11억 원)가 넘었다.

애초에 시가 이 돈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서자, 이탈리아 주교회의의 공식 신문인 <라베니레>는 한 언론인이 쓴 글을 실어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결론적으로, 트레비 분수 덕에 실행됐던 카리타스의 자선 활동 전체는 (곧바로 빈민 구제에 쓰였기에)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시로 넘어가면 오래지 않아서 비용이 많이 들 것이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사적 사회사업에서는 사실상 거의 모든 자원이 원래 목적된 일에 쓰인다. 그런데 이 돈이 공공기관을 통하게 되면, 그 비율이 정반대가 되는 경우도 많고, 가난한 이들에게 가는 돈보다 관료조직의 행정에 낭비되는 비율이 크다.”

하지만 트레비 분수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이탈리아가 그간 교회가 누려온 전통적 특권을 취소하고 마땅히 내야 할 자신의 몫을 지불해야 한다고 여러 차원에서 갈수록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트레비 분수. (사진 출처 = angelusnews.com)

지난 2012년에 당시 총리인 마리오 몬티는 이탈리아에서 (1931년의 라테라노 정교협약에 따라) 가톨릭교회가 누리고 있는 면세 지위를 박탈할 계획을 추진했다. 특히 수도원 같은 가톨릭 기관들이 포도주를 만들거나 남는 공간을 간이 유료 숙박시설(B&B)로 내놓는 등 상업 활동에 대한 것이다. 그 뒤로 이탈리아 정부는 집권세력의 정치적 성향이 어떻든 간에 모두 다 이런 조치를 지지해 왔다.

그리고 2018년에 유럽재판소는 교황청이 2006-11년간의 (면제받은) 세금 450억 달러(50조 원)를 반납해야만 한다고 판결했다. 실제 그렇게 되리라고 진지하게 믿는 관측통은 거의 없지만, 이는 교회에 대한 특별대우라고 여겨지는 것에 대한 정치권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또 하나의 징표다.

트레비 분수 분쟁은 이 경향을 보여 준다. 최근에 이탈리아 상원 재무위원장은 유럽재판소의 판결을 칭찬하며, 가톨릭교회가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교회 소유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도 집권당인 오성운동 소속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성운동은 거의 29퍼센트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연정 파트너인 “연맹”은 31.5퍼센트를 받고 있다. 합쳐서 60퍼센트가 넘는데, 대부분의 정부 정책에 대한 의회의 다수 지지를 얻기에 넉넉하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에서 가톨릭교회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크게 줄어들 위험은 전혀 없다. 이탈리아는 각 개인이 내는 소득세의 8/1000을 교회에 내는 교회세 제도(otto per mille, 8/1000)를 통해 해마다 1조 1200억 원이 넘는 상당한 수입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교회에 대한 공공 지원을 제한하려는 것이 (어떤 정치세력에게나) 정치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인식된다는 사실에서 21세기 초 가톨릭교회는 두 가지 사실을 볼 수 있다.

첫째, 다양한 추문에 대한 대응 전반에서, 제도 교회는 신뢰를 크게 잃었다. 프란치스코 교황 개인에 대한 지지만으로는 이것을 메꾸기 충분치 않다. 그렇기는커녕, 프란치스코 교황 때문에 이 신뢰 문제는 더 나빠졌을지도 모른다. 그는 반 기득권이고 교회 관료조직을 싫어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대중 지지를 잃었다는 것은 이탈리아 같은 전통적으로 강한 가톨릭 국가들에서조차 교회활동을 하는 데 공공재원에 의존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더 적은 재원을 갖고, 사인들이 자원해서 내는 기부에 더 많이 의존하면서 생존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쉽게 말해, 교회는 (정부 공공자원 배분에 영향력을 가진 상층이 아니라) 일반 신자들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할 것이다. 이는 아마도 이러한 일반 신자들의 관심사와 어려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그저 사목적으로 절대 과제일 뿐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갈수록 그렇다는 뜻이다.

기사 원문: https://angelusnews.com/news/john-allen-jr/the-deep-meaning-of-romes-three-coins-in-the-fountain-contretem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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