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경찰서 목사 등 13인 소환장···목회자들 "명백한 종교 탄압"

▲ 혜화경찰서(서장 김원준)는 문대골 목사(예수살기 상임대표)를 비롯한 목회자 11인과 평신도 2인이 불법집회에 참석했다며 소환을 통보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을 넘어 종교 자유까지 침해하고 있다. 신앙 수호를 위해 순교적 자세로 대응하겠다.”

혜화경찰서(서장 김원준)는 문대골 목사(예수살기 상임대표)를 비롯한 목회자 11인과 평신도 2인이 불법집회에 참석했다며 소환을 통보했다. 경찰은 이들이 6월 11일 한미FTA 반대·시국기도회와 5월 7일 재능교육 농성장에서 열린 촛불을켜는그리스도인들 현장예배에 참석한 걸 문제삼고 있다.

두 기도회를 주최한 촛불을켜는그리스도인들(집행위원장 방인성)과 한국기독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정상복),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상임의장 정진우) 관계자들은 7월 2일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과 정부를 규탄했다. 기자회견 후 혜화경찰서로 이동해 기도회를 열고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소환장을 반납했다.

이들은 경찰의 소환장 발부를 ‘종교의 자유 침해’라고 규정했다.

경찰이 사회를 공안정국으로 몰고 간다는 지적도 했다. 목회자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할 무렵, 용산참사 현장에서 기도하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은 현 정부를 향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걸 넘어 종교 자유까지 침해한다. 초헌법적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이 설교와 기도의 순수성 판단?

▲ 문대골 목사(예수살기 상임대표)가 받은 소환장. ⓒ뉴스앤조이 김은석

박철수 목사(분당두레교회)는 “이명박 장로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인 거 같다. 장로가 하는 일에서 성경적 세계관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집트의 바로처럼 점점 완악해져 간다”고 비판했다. 그를 지지하는 보수 교회를 향해서도 “수구적 DNA를 갖고 있다. 나단과 아모스 같은 선지자는 어디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이들이 회개하고 돌아오길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진에서 올라온 이명남 목사(당진제일교회)는 “‘사진에 찍히기만 하면 벌금 나온다’는 농담을 들었는데 내 이야기가 됐다.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환 통보를 받은 목회자 중 혜화경찰서장이 발부한 소환장을 받은 이는 7인이다.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뜻을 모은 목회자들은 소환장을 반납하고 항의서한을 전달하고자 혜화경찰서로 이동했다. 먼저 경찰서 앞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경찰서 관계자 여러 명이 나와 기도회를 지켜봤다.

김동한 장로(정의평화기독인연대)는 “민주주의의 요체는 표현의 자유, 비판의 자유인데 이 정권은 쓴소리를 하면 싸잡아서 정치적 발언이라며 재갈을 물린다. 듣지 않는 나약한 정권이다”라고 지적했다. 방인성 목사는 “영국 경찰은 시민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으려고 길에서 뛰는 것도 삼간다. 우리나라는 공권력이 국민을 두렵게 한다. 정권에 대한 과잉충성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종교적 권위가 무너진 시대를 살아간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무너진 이스라엘을 회복시킨 성경의 기록을 기억하며 소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도회를 마치고 정문 안으로 들어섰다. 목회자들은 김원준 서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경찰서 측은 부재중이라고 전했다. 이혁 경무계장이 서한을 대신 받겠다고 하자 목회자들은 서장실 앞에 가서 전달하겠다며 경찰서 내부로 들어가려고 했다. 경찰 측은 출입문을 잠갔고 들어가려는 목회자들을 저지했다. “이런 식으로 오면 어떡하나. 약속을 잡고 다시 오라. 우리 처지도 이해해달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목회자들은 “소환장은 마음대로 발부하면서 시민을 위한 경찰서는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고 맞섰다. 약간의 실랑이가 이어진 끝에 정상복 목사와 목회자 대표 2인이 들어가 최광용 정보과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소환장을 반납하며 “종교 행사를 두고 소환을 통보한 것은 종교 탄압이다. 결코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뜻을 전했다.

▲ 혜화경찰서 관계자들은 목회자들의 내부 진입을 막으며 "이런 식으로 오면 어떡하나. 우리들의 처지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문 잠그고, 차벽 세우고

8인은 서울지방경찰청에도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방문했지만 정문을 통과하지도 못했다.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을 정문 왼편 인도에 차 벽과 병력을 배치, 로비에서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는 목회자들을 막아섰다. 현장을 통제하던 한 경찰관계자는 “정문은 출석요구를 받거나 회의차 참석하는 사람 등 출입이 인정되는 사람만 출입증을 받아서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원접수는 민원실에서 하면 되는데 굳이 로비에서 전달한다고 해 막은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의 과잉대응은 목회자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30분가량 길을 열어 달라고 요구하던 목회자들은 결국 항의서한 전달을 포기하고 경찰 관계자들에게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경찰은 끝까지 길을 터주지 않았다. 경찰이 목회자들을 감금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목회자들이 돌아가려는 길도 막아선 것. 목회자들이 강하게 사과를 요구하자 병력을 통솔했던 배석우 경감이 나와 “상황 판단을 잘못했다”며 사과했다. 방인성 목사는 "이런 과잉대응이 용산참사 같은 사건을 일으킨 것"이라고 꼬집었다. 

▲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 정문 왼편 인도에 차 벽과 병력을 배치, 로비에?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는 목회자들을 막아섰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소환 통보를 받은 목회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 김성윤 목사(평화의교회), 김영철 목사(새민족교회), 문대골 목사(예수살기 상임대표), 박득훈 목사(언덕교회), 양재성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이명남 목사(당진제일교회), 이필완 목사(당당뉴스), 조정현 목사(기독사회선교연대), 조헌정 목사(향린교회), 최헌국 목사(평화교회), 이은영 총무(전국감리교청년선교회), 배성진 씨(한신대) 이다.

이 가운데 이필완 목사는 현장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혜화경찰서 관계자는 “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 본인 확인 후 참석하지 않은 게 드러나면 문제 될 일이 없다”라고 말했다. 소환장을 받은 이들이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경찰은 세 번까지 출석요구를 한다. 최광용 정보과장은 “최종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방문 수사를 하거나 체포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다. 다양한 방법이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평화와 정의를 외치고, 고통당하는 이들 곁에서 예배하고 기도한 모든 일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일 수 있었다"며 경악했다. 또 “‘경찰이 순수한 예배를 드리고 순수한 기도를 드리라’고 한다. 언제부터 경찰이 하나님의 자리에 앉아 설교와 기도의 순수성을 판단하는가”라며 분개했다. <기사제공: 뉴스앤조이>

▲ 경찰이 서울지방경찰청 앞을 차벽과 병력으로 막아 선 모습. ⓒ뉴스앤조이 김은석

▲ 목회자들이 "감금했다"며 항의하자 병력을 통솔한 배석우 경감이“상황 판단을 잘못했다”며 사과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 정상복 목사(한국기독교협의회 정의평화위원장)이 대표 2인과 최광용 정보과장을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소환장을 반납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 혜화경찰서 관계자들은 문이 열린 틈을 타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끌어내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 목회자들은 기자회견 후 혜화경찰서로 이동해 기도회를 열고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소환장을 반납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 혜화경찰서 소속 경찰이 출입문을 잠그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김은석

▲ 목회자들은 기자회견에서 "평화와 정의를 외치고, 고통당하는 이들 곁에서 예배하고 기도한 모든 일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일 수 있었다"며 경악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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