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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고공농성 408일 넘길 수 없다"나승구 신부 등 종교, 시민사회계 무기한 단식농성 시작

고용승계 합의를 지키라며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 박준호 씨가 75미터 고공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402일째인 18일, 종교와 시민단체 대표자들이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동조 단식에 참여한 이들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나승구 신부, 박승렬 목사(NCCK), 박래군 소장(인권재단사람), 송경동 시인이며, 이날로 파인텍지회 차광호 지회장이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 지 9일이 됐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18일 단식농성장이 있는 서울 목동 스타플렉스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굴뚝 위에 있는 홍기탁, 박준호 씨가 무사히 내려올 수 있도록 끝장 투쟁을 벌이면서 시민사회 대표가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천주교 측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남자수도회장상협의회 사도생활단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등이 참여했다.

공동행동은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 노동부 등 관계부처, 국회가 고공농성 408일이 지나기 전에 답을 내야 한다며, “지금 한국사회의 인권 전체가 허물어지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오만하고 부패한 기업주 한 사람 때문에 한국사회가 이토록 많은 갈등과 분쟁의 비용을 치르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노조활동을 하기 때문에 고용할 수 없다”는 김세권 대표의 입장에 대해, “십수 년째 일할 권리라는 최소한의 정의를 외치며 위장폐업한 공장을 지키다가, 길거리를 헤매다 결국 높은 굴뚝 위로 두 번째 올라간 저들이 강성(노조)인가”라고 물으며, “책임을 방기하고 단 한 번의 교섭에도 응하지 않는 김세권은 무슨 특권이며, 어떤 권력인가. 진짜 도려내져야 할 강성, 악성 종양은 김세권 사장”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12월 24일이면 고공농성 408일째다. 그 전에 문제가 해결되어 그들이 내려오고, 무기한 단식은 중단되어야 한다”며, “최소한의 희망이 바로 세워지기를 바란다. 그 최소한의 희망이 좌절된다면 더 거대한 사회적 분쟁과 갈등의 책임은 온전히 김세권 사장과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8일 서울 목동 스타플렉스 서울사무소 앞에서 사회단체 대표자 무기한 단식농성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제공 = 공동행동)

공동행동과 연대하는 이들이 넘길 수 없다는 408일은 차광호 씨의 고공농성 기간이다.

그는 스타케미칼이 한국합섬을 인수하면서 5년간 공장을 지키던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와 단체협약 승계 약속을 지키지 않고, 1년 8개월 만에 공장부지와 설비, 기술을 팔고 위장폐업을 하자 다시 해고됐다.

이에 맞서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으로 올라간 차광호 씨는 2015년 7월 8일, 408일이라는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세우면서 내려왔지만, 자회사 고용을 약속한 스타케미칼은 모양만 회사인 ‘파인텍’에 해고자들을 몰아 놨다. 결국 다시 고용 승계와 단체협약 승계를 요구하던 홍기탁 씨와 박준호 씨는 2017년 11월 11일 새벽,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 위로 올라갔다. 오는 12월 24일 성탄 전야는 이들이 75미터 굴뚝 위에 고립된 지 408일째 날이다.

18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남자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위원장 박상훈 신부(예수회)는 “노동은 자본보다 오래 됐고, 자본보다 고귀하고 그 어떤 것보다도 인간이 갖고 있는 양심과 각자의 역량을 발휘시키는 아주 중요한 삶의 근본 양식”이라며, “이것을 지지하고 이런 노동 조건을 마련하기 못하는 정부는 쓸데없다. 왜 이런 사태를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 부패한 자본, 방관하는 정권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광호 지회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굴뚝에 있는 이들은 해결될 때까지 내려올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도 없다. 김세권 사장의 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여러 고민을 한 끝에 굶어서 해결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심경으로 단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명의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최소한 일할 수 있는 조건이 없어진 상황에서 스타플렉스로 고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이렇게 큰 죄인가라고 물으며, “사측은 교섭은커녕 문전박대하고 있고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정부가 보호해 주기 때문에 사측이 꿈쩍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스타플렉스는 신입사원을 채용하지만 해고자 5명은 고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이는 명백한 “노조혐오 때문”이라며, “반드시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 더 나은 세상으로 갈 것이다. 이 사태를 방치한다면 그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말했다.

12월 18일 차광호 씨의 9일째 단식과 함께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서울 목동 스타플렉스 서울사무소 앞 단식농성 천막. ⓒ정현진 기자

나승구 신부는 “단지 빨리 굴뚝에서 두 사람이 내려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단식을 시작한다”며, “그 긴 시간 사람이 굴뚝 위에서 지낸다는 자체가 우리 사회의 부끄러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이 단식은 참회다. 강도 만난 이웃을 보고 바쁘다고 황급히 길을 돌아간 사제와 바리사이의 모습이 바로 나였음을 고백하는 참회”라며, “이 기도를 통해 하늘에서 해결되는 인간의 갈등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는 너무나도 당연히 인간과의 관계에서, 서로를 애틋이 아끼는 인류애와 함께 살 수밖에 없는 공동체의 방식으로 해결되는 세상이 오기를 빈다”고 했다.

함께 단식에 참여하는 송경동 시인은 “두 번이나 약속을 어긴 김세권 사장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고통스럽고 아파야 한다는 것이 기가 막힌다”며, “노조를 이유로 고용할 수 없다는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야말로 반사회적이다. 굴뚝 위의 두 사람이 또 한번의 겨울을 지나지 않고 내려올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과정으로 단식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7일에는 스타플렉스 김세권과 문재인 정부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원로들이 비상상시국선언에 동참했다.

문정현 신부, 명진 스님 등 종교계와 학계, 문화예술계, 법조계 등 사회원로 140여 명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행사를 이유로 노동자를 탄압하는 기업주, 그 기업의 입장을 옹호하고 방관하는 정부라면 두고 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야만의 고공농성 408일이 넘으면 이제 우리 모두가 합심해 끌어내리는 것은 김세권 사장이 될 것”이라며, “저 비장한 극한의 굴뚝이 비수가 되고, 포탄의 끝에 매달린 분노의 뇌관이 되어 현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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