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자들 만류에도 "단식 결정 존중해 달라"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에 올라간 지 422일째 되는 홍기탁, 박준호 두 노동자가 6일 무기한 단식을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스타플렉스(파인텍)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이 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앞서 22일째 연대단식 중인 나승구 신부와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 민주노총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이 두 사람에게 전화로 단식을 멈춰 달라고 촉구했으나 설득하지 못했다.

기자회견에서 공동행동은 4차 교섭까지의 파행 책임이 파인텍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이사에게 있음을 밝히며, 김세권 대표가 2015년에 합의한 고용, 노동조합, 단체협약 보장 약속에 대해 법적인 의무를 다 하고 전향적인 태도로 교섭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또 나승구 신부는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스타플렉스의 김세권 사장이 합의했던 것들을 지키지 않아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처음에 누가 이 일을 시작했는지, 누가 저들을 굴뚝까지 올렸는지, 풀 수 있는 자가 풀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이 전화로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단식을 중단할 것을 울먹이며 촉구하고 있다. ⓒ신재용 기자

파인텍 노동자들과 스타플렉스는 2015년 1차 고공농성 뒤 스타플렉스의 자회사 파인텍으로의 고용과 노동조합, 단체협약 보장을 합의한 바 있다.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단식하는 것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며 “하나는 최후 통첩이라는 말이고, 또 하나는 다시 한번 자신들을 보듬어 안아 달라는 절규”라고 말했다.

이어 고공농성 노동자들과 통화 내용을 밝히며 그들이 “위원장님 판단이 틀리진 않으나 우리를 존중해 달라”고 했다며 설득하지 못했음을 밝혔다. 또, “내일 의사들과 함께 굴뚝에 올라가지만 단식 중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며 “가장 빠른 방법은 김세권 사장의 판단이다. 그 판단을 만들기 위해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금속노조 이승렬 부위원장은 교섭 경과를 밝혔다. 그는 “12월 27일부터 1월 3일까지, 4번의 교섭에서 스타플렉스 대표이사 김세권이 고용을 책임질 것을 요구했지만 김세권 대표는 단 한 번도 회사의 안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1월 3일이 돼서 안이 나왔고, 일부 진전도 있었으나 김세권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답변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고용과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한 책임을 전제조건으로 합의의 최종 당사자로서 자연인 김세권이 아닌, 스타플렉스 대표이사 김세권으로 서명하라고 요구했으나 김세권 대표는 책임지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노동조합과 교섭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파인텍지회 차광호 지회장이 목이 메여 발언을 잠시 멈추고 있다. ⓒ신재용 기자

파인텍지회 차광호 지회장은 목이 메어 잠시 발언을 잇지 못했다.

그는 “(2014-15년에) 408일을 굴뚝에 올라가서 싸웠고, 그래서 노사 합의로 만든 회사가 파인텍이다. 그런데 합의한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면서 “최소한 함께 살아야 한다.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져야 하며, 이런 약속이 일방적으로 무너지는 것은 노동자에게는 죽음이다”라고 했다.

또 “노동자로서 민주노조를 제대로 하면서 권리를 찾겠다는 이유로 혹독하게 살아야 하느냐”며 “촛불로 집권한 문재인 정권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보다도 더 길게 농성을 해야 하나. 지난 시간 동안 정부에서는 무엇을 했느냐”고 말했다.

공동행동 김소연 공동대표도 “대한민국 대부분의 국민이 노동자다. 노동자가 받는 처우의 바로미터가 바로 파인텍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연대단식 중인 송경동 시인은 “한 사람의 기업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느냐”며 “고공단식과 시민사회계의 단식이 중단될 수 있게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1월 7일 스타플렉스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참가자들이 굴뚝농성장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재용 기자

그는 “반인도적, 반인권적인 기업 활동에 대해 스타플렉스의 해외 바이어들에게 폭로하고 알리는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베트남 현지 공장에 원정 투쟁도 갈 것”이라고 했다.

또, 시민사회단체들과 고발장을 접수하는 기자회견, 토론회, 김세권 대표이사가 사는 일산 집 앞에서 문제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밝혔고, 김세권 대표가 1월 13일부터 15일까지 해외 출국 일정이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그 안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출국저지 투쟁도 벌일 것임을 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정치권에는 국회 긴급 청문회와 반사회적인 기업가들을 단죄하고 규제할 수 있는 사회적, 법적 장치를 요구할 것임을 밝혔다.

파인텍은 차광호 씨의 408일간 고공농성 끝에 고용, 노동조합, 단체협약을 승계한다는 합의를 하며 만들어진 스타플렉스의 자회사다. 그러나 김세권 대표이사가 아닌 강민표 전무가 파인텍의 사장이 됐고,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홍기탁, 박준호 두 노동자가 2017년 11월 12일부터 목동 에너지공사 굴뚝에 올라가 있다.

파인텍 노동자들은 파인텍의 대표이사를 김세권 대표가 맡을 것, 파인텍이 폐업한다면 스타플렉스로 고용과 노동조합, 단체협약을 승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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