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조각한 이무깃돌, 성당 벽 장식

독일 쾰른 대성당을 찾아가는 이들이 그 멋진 고딕 출입구 위에 자그마하게 새로 추가된 조각이 있음을 알아차리기에는 약 1주일이 걸렸다. 이무깃돌처럼 앞으로 몸을 길게 내뻗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돌조각이다.

이 조각은 웃는 얼굴이고 입에서 물도 전혀 뿜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유럽 전역의 유명한 옛 대성당 벽에 불쑥 나온 이무기 모양의 중세 배수구도 닮지 않았다. 대신에, 이 물건은 이 건물을 구석구석의 틈마다 있는 다른 작은 조상들처럼, 작은 장식물일 뿐이다.

쾰른 대성당은 독일에서 가장 큰 고딕 성당으로, 라인강변에 있는 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지배하는데, 사람을 놀라게 하는 조각들과 상징으로 건물을 장식하는 전통이 있다.

지붕에는 멀리 아래의 광장에서는 볼 수 없는 넓은 공간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존 케네디 미국 대통령,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공산당 서기장,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 그리고 해럴드 맥밀런 영국 총리가 모여 비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조각상들은 떠들썩하게 카니발 행진을 하고 있는데, 쾰른 시는 해마다 사순절 직전에 카니발 행사를 한다.

또 카니발에서 발을 높게 들어 올리며 춤을 추는 여성 댄서들 가운데 하나인 “탄츠마리헨”(Tanzmariechen)이 풍만한 몸매를 뽐내고 있고, 지역 출신의 유명한 권투선수, 그리고 축구선수 여러 명, 게다가 쾰른 팀의 마스코트인 숫염소도 한 마리 있다.

쾰른 대성당 측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번에 새로 붙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석조상 사진을 싣고 그 위에는 “아직 몰랐어요? 쾰른 대성당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을!”이라고 써 올렸다.

쾰른 대성당의 건축 책임자인 페터 퓌세니히는 10월 하순, 지역신문인 <엑스프레스>에 “약 1주일 전에 쾰른 대성당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조각으로 넣어 불멸의 삶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저 장식이다. 진짜 이무깃돌처럼 나오는 물이 전혀 없다.”

독일 콸른 대성당 출입구 위에 새로 추가된 프란치스코 교황 조각상. (사진 출처 = NCR)

이 조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래로 지나는 행인들에게 오른손을 들어 인사하는 자세로 웃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 왕의 큰 조각상이 있고 그 어깨 위에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 밑의 군중을 보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무깃돌은 솔로몬 왕 위에 놓은 돌 캐노피에 붙여져 있다.

쾰른 대성당은 평상시에도 늘 100명가량의 예술가를 고용해 성당의 예술작품들을 정비하고 있는데, 오랜 세월 동안 비와 눈, 매연 때문에 스러진 외부의 조각상과 시설 등의 복제품을 만들어 바꾸는 일을 하는 석공도 10여 명 있다.

이들이 수리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이곳에는 쾰른 대성당의 일이 끝나는 날 세상도 끝날 것이라는 전설도 있다. 대성당은 1248년에 착공해서 1473년에 공사가 중단됐다가 1880년에야 완공됐다.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는 고딕 양식 대성당에서는 성경의 여러 장면과 성인들은 물론, 천국과 지옥의 여러 모습을 보여 주는 멋진 조각과 그림들을 늘 설치해 왔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대성전 입구 위에 걸려 있는 최후의 만찬 장면 석조물을 자랑하는데, 싱글거리는 악마들이 죄인들을 쇠사슬로 굴비처럼 엮어 지옥으로 끌고 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들에게 잡혀가는 포로 중에는 부자, 주교, 그리고 왕도 하나씩 있다.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의 남쪽 입구 위에는 한 악마가 한 벌거벗은 창녀를 등에 이고 가는데,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바닥에 닿도록 흘러내리고 있다.

또한 일부 대성당의 주 제대 앞에 있는 나무로 된 성가대석 의자들을 잘 살펴보면 좌석 아랫면에 일상생활의 여러 모습이 숨겨져 있기도 한다.

접이식 좌석을 당겨 세우면 “미제리코르”(misericords, 자비의 의자들)라고 알려진 조각들이 드러나는데, 천사들에서 꽃들, 괴물들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들이나 성교를 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거의 모든 일상생활이 담겨 있다.

'자비의 의자' , 좌석을 접고 서 있을 때 이 약간 튀어 나온 조각 부분에 엉덩이를 가볍게 기댈 수 있어서 피곤을 덜 수 있다.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쾰른 대성당 대변인인 마티아스 데믈은 대성당의 북쪽 입구는 제2차 대전 때 폭격을 맞았는데, 수리 작업을 맡은 석공들이 지붕에 온갖 가지 작은 조각상을 만들어 놓기 시작했으며,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 지역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중세 시대부터 19세기까지, 건물을 장식하는 조각 대부분은 식물, 특히 이파리를 많이 묘사했다. 2차 대전 뒤, 복구 작업은 그보다 더 창조적이 되었고.... 석공들은 더 큰 재량을 갖고 이런 조각상들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을 조각해 넣은 석공들도 있었다.

한 건축 책임자는 자기의 핸드폰을 들고 이야기하는 모습으로 조각되었다. 대성당은 (그 뒤) 세속적인 모습의 조각상들이 늘어나는 것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기가 높은 덕에 예외적으로 허용되었다.

<엑스프레스>는 “날마다 약 2만 명의 방문객이 서쪽 주 출입구를 통해 대성당 안으로 들어간다”면서, “이제는 방문객들은 조심해야 한다. 드나드는 모든 사람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고 있다”고 했다.

이 새 조각상을 누구나 다 좋아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완고한 전통주의 가톨릭 블로그 사이트인 <노부스 오르도 워치>는 쾰른 대성당에 축구선수, 카니발에서의 주정꾼, 구소련 지도자인 니키타 흐루쇼프 등의 조각상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각상이 덧붙여진 것을 두고) “그로테스크하다”고 했다.

“진짜, 프란치스코 교황은 거기에 딱 맞는다.”라고 비난하듯 평했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world/pope-francis-gargoyle-now-watches-over-cologne-cathed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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