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받을 없는 특권 수녀들도 받지 않겠다고 결의
수정의 트라피스트 요세파 수녀, 전국의 가톨릭 수도자들에게 기도와 지원 긴급호소

▲ 마산교구청 앞 천막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트라피스트 수녀들. 

6월 10일 장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수녀원 원장 장 요세파 수녀가 KTX조선기자재 공장 수정만 유치를 반대하는 다른 동료 수도자들을 대신해서 각 수도회에 기도와 지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발송했다.  

장 요세파 수녀는 수정주민들과 트라피스트 수녀들이 피난처를 찾아 마산 교구청으로 들어온지 6일째가 되었다고 밝히면서, 마산교구청 식구들의 따뜻한 환대로 주민들의 가슴에 꼭 맺힌 멍이 풀리는 듯 하다고 말을 시작했다. 

▲ 장 요세파 원장 수녀
장 수녀는 고향을 잃게된 수정 주민 천여 명의 처지를 공감하며 다른 수도자들에게 "하늘에 닿는 기도와 관심"을 부탁했다.  

주민 몰래 불법으로 380세대 주택지 한복판에서 엄청난 공해 사업을 벌였던 STX와 마산시와 싸움을 한지도 벌써 1년 하고도 9개월이 되었으며, 경찰들로부터 “이렇게 집회해서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뇌하고, 묻고, 서로 토론하며 그 기나긴 터널을 지나왔다고 말하는 요세파 수녀는 "터널을 빠져나오자 더 깊고 어둡고 긴 터널이 지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그동안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 전문가 6명과 경제학자 1명의 도움 그리고 국회의원 8명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국회 토론회 2회, 마산교구청 토론회 1회로 STX와 마산시의 주장이 거짓된 것임이 만천하에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정주민과 수정 트라피스트 수녀들의 혼신의 힘을 다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정절차는 착착 진행되어버린 데 분노했다.

지난 6월5일 있게 될 마지막 행정절차인 수정산업단지 승인 심의위원회를 앞두고, 마산시, STX는 각각 100p가 넘는 자료를 제출하고, 2주 전에는 30여 명의 심의위원들 앞에서 브리핑을 했으며, 심의위원회에 출석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였으나, "그 동안의 모든 문서, 증거, 발언들이 거짓으로 일관되어왔음을 철두철미하게 분석,증명해온 우리로서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면서, 심사위원들은 그들의 거짓된 자료와 정보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리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또한 심의위원회가 열릴 때 단 10분이라도 좋으니 주민이 설명할 기회를 줄 것을 간곡히 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요세파 수녀는 더 이상 강구할 수 있는 방안조차 없는 상황 속에서 주민들과 수녀들은 마산교구청으로 피난처를 찾아 들어와 있는데, 이는 "그대로 조용히 수정마을로 돌아가는 것은 멀지 않은 미래에 모든 것을 잃게 됨을 뜻하기 때문"에 취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산 교구청 사람들과 수많은 뜻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호의 속에 불편한 잠자리와 주거환경에도 불구하고 주민들과 트라피스트 수녀들은 가난함의 복됨을 오히려 만끽하고 있다"면서 다시 한번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을 호소했다. 

마지막 수단으로 대표자 4명이 공문을 들고 경남도청을 찾았지만 수십 겹의 경찰들은 주민측 대표자들을 들여보내 주지 않았고, "울분이 목에까지 찬 허리굽고 다리 불편한 어르신들은 통제불가능한 패닉 상태에 빠졌고 심지어 윗옷을 벗은 채 경찰의 통제망을 뚫고자 온몸으로 돌진하여, 2명이 실신하고 1명은 갈비뼈가 부러졌으며, 다른 한 명은 척추뼈에 금이 가는 처참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 경남도청에서 길을 막는 경찰들을 밀어내기 위해 달려드는 수정마을 할머니.

이어 "지금 이 나라는 민주주의 후퇴라는 사실을 앞에 두고 대학교수, 학생, 시민단체, 뜻있는 사람들의 시국선언, 항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수정마을 사건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권력의 지팡이”이며, 공무원들은 도민, 시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대기업의 기생”이라는 오명을 쓰더라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요세파 수녀는 경찰이 "가난한 사람들의 요청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지만 공권력과 기업의 요청에는 120% 충성을 다한다"고 비판하면서 "가난한 이들의 피눈물은 하느님의 피눈물이요, 그분의 마음을 세상에 알리는 통로"라고 말했다. 

한편 트라피스트 수녀원 총장에게도 상황을 알리고 탄원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서 요새파 수녀는 "만약 이대로 떠난다면 곧 조선소 건설작업이 수정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므로 주민 전체와 수녀들이 교구청으로 피신처를 찾아" 들어가게 되었음을 밝혔다.  

이 편지에 따르면, 천주교 마산교구에서는, 교구청에 일하는 사제들이 주민들을 위해 잠자리로 강당사용을 허가하고, 텐트를 제공하며, 문서작성과 보도자료를 위해 컴퓨터 사용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또한 교구장인 안명옥 주교가 통로역할을 하라고 지명한 사회복지국 백남해 신부는 마산시와 STX에게 “어떤 조처를 취하라. 이것은 너무 심한 사태가 아닌가? 이제 우리도 더 이상 참지 않겠다.”라고 이야기를 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백 신부는 그래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안명옥 주교가 직접 나서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밝혔다. 

요세파 수녀는 편지를 통해, 교구청 농성은 장기화될 것이라 예상되며, 수녀들도 교대로 이 농성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공동체에 남아있는 수녀들은 정상적인 수도생활을 영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주민들이 단식을 시작하게 되면, 수녀들은 교대로 단식하는 주민들 곁에서 기도로 지원을 하며, 단식에는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민들은 행정소송 내지는 고발이 가능한지 변호사와 검토 중이나 현재 한국에는 거의 모든 영역에 특별법이 제정되어 일반법이 효력을 지니지 못하는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사실 법정소송으로 가더라도 긍정적인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교구청 장기 농성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은 “주민들이 받을 수 없는 특권은 수녀들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대원칙아래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지킬 것이며, 복음적 가치와 예수 따름이라는 대원칙은 상황이 나빠질수록 더욱 우리 수녀들의 마음에 깊이 자리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고향 잃은 수정 주민 천여 명 이제 어디로?

하늘에 닿는 기도와 관심을 보내주십시오


주민 몰래 불법으로 380세대 주택지 한복판에서 엄청난 공해 사업을 벌였던 STX와 마산시와 싸움을 한지도 벌써 1년 하고도 9개월, 경찰들로부터 “이렇게 집회해서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뇌하고, 묻고, 서로 토론하며 그 기나긴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하지만 터널을 빠져나오자 더 깊고 어둡고 긴 터널이 지금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 해양수산부를 비롯하여 6개 공공기관에서 주민민원부터 해결하라는 조건을 붙였지만 이 조건이란 얼마든지 조작과 거짓이 가능하고, 이 조건을 내건 공공기관조차 우리의 호소와 증거제시에도 불구하고 이 조작된 자료를 인정해주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한국 최고의 환경영향평가 전문가 6명과 경제학자 1명의 도움 그리고 국회의원 8명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국회 토론회 2회, 마산교구청 토론회 1회로 STX와 마산시의 주장이 거짓된 것임이 만천하에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정주민과 수정 트라피스트 수녀들의 혼신의 힘을 다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정절차는 착착 진행되어버렸습니다.

마지막 수단으로 이주보상 문제에 달려들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이주보상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STX회사 사장 및 간부로부터 수차례 확인, 녹취까지 했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버젓이 26개 조항을 반드시, 성실히 지키겠노라고 확언, 장담하고 있는 가공할 행동을 눈도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지르고 있습니다.

지난 6월5일 있게 될 마지막 행정절차인 수정산업단지 승인 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주민과 수녀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산시, STX는 각각 100p가 넘는 자료를 제출하고, 2주 전에는 30여 명의 심의위원들 앞에서 브리핑을 했으며, 심의위원회에 출석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의 모든 문서, 증거, 발언들이 거짓으로 일관되어왔음을 철두철미하게 분석,증명해온 우리로서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대로 둔다면 심사위원들은 그들의 거짓된 자료와 정보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리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경남도청 담당자들과 30여 명의 심사위원, 마지막으로는 만나주지 않는 경상남도 도지사를 벌떼처럼 졸라 겨우겨우 면담까지 하며 이러한 사정을 일일이 설명, 자료들을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심의위원회가 열릴 때 단 10분이라도 좋으니 주민이 설명할 기회를 줄 것을 간곡히 청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기만적인 것이었습니다. 심사 당일 주민, 수녀, 사제, 벗 250 명은 구호조차 외치지 않고 회의하는 건물 앞에서 미사와 기도로 애절하고 통절한 기도를 바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분 발언의 기회를 다시 요청하는 대표자 두 명을 무엇이 두려운지 경찰마저 수십 겹으로 제지해주어 30여 명의 심사위원들을 도피시켰습니다. 결과는 조건부 승인인데 6가지 조건이라는 것이 주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기가 막힌 것이었습니다. 6가지 중 주민을 위한 것은 단 한 가지 “주민민원을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한 후 사업을 시행하라.”인데 도청 담당자들에게 그 동안 마산시와 STX가 얼마나 기만적이었는지를 그렇게 호소하고 증거자료를 제출하였건만 똑같이 같은 조건을 달아 승인함으로써 이제 수정주민은 이주보상금의 희망조차 없는 상황에서 주거지와 생계수단을 모두 잃은 절박한 처지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강구할 수 있는 방안조차 없는 상황 속에서 주민들과 수녀들은 마산교구청으로 피난처를 찾아 들어와 있습니다. 그대로 조용히 수정마을로 돌아가는 것은 멀지 않은 미래에 모든 것을 잃게 됨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마산 교구청 사람들과 수많은 뜻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호의 속에 불편한 잠자리와 주거환경에도 불구하고 주민들과 트라피스트 수녀들은 가난함의 복됨을 오히려 만끽하고 있습니다. 100여 명이 갑자기 몰려와 전쟁 피난처처럼 되었음에도 교구청 직원들은 오히려 도와주지 못함에 가슴 아파 하는 것을 보며 가슴 속 쓰린 상처가 아물어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갈 길은 너무도 아득합니다.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어떻든 승인 사실이 공식화되기 전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대표자 4명이 공문을 들고 경남도청을 찾았지만 수십 겹의 경찰들은 대표자 4명조차 들여보내주지 않았습니다. 울분이 목에까지 찬 허리굽고 다리 불편한 어르신들은 통제불가능한 패닉 상태에 빠졌고 심지어 윗옷을 벗은 채 경찰의 통제망을 뚫고자 온몸으로 돌진하여, 2명이 실신하고 1명은 갈비뼈가 부러졌으며, 다른 한 명은 척추뼈에 금이 가는 처참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지금 이 나라는 민주주의 후퇴라는 사실을 앞에 두고 대학교수, 학생, 시민단체, 뜻있는 사람들의 시국선언, 항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정마을 사건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권력의 지팡이”이며, 공무원들은 도민, 시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대기업의 기생”이라는 오명을 쓰더라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상황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요청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지만 공권력과 기업의 요청에는 120% 충성을 다합니다. 가난한 이들의 피눈물이 전국 곳곳에서 흘러 강을 이룰 지경입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이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기보다 이들과 같은 동네에 살다가, 같은 일을 겪고, 똑같이 기만을 당하며 함께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가난한 이들이라는 복된 자리에 있음을 오히려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피눈물은 하느님의 피눈물이요, 그분의 마음을 세상에 알리는 통로입니다.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
원장 장 요세파 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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