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폭력 사건 여파

제22회 전주인권영화제가 11월 20일 끝났다. 영화제는 상영작 수 등 규모에서는 지난해와 별다를 바 없었으나 주관단체 수가 크게 줄어드는 등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21회 영화제 기간 중에 있었던 영화제 관계자에 의한 자원봉사자 성폭력사건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이다.

전주인권영화제 조직위가 주최한 이번 영화제는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전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전북인권교육센터 등 세 단체만 주관단체로 참여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아래로부터 전북노동연대, 익산 노동자의 집, 전북 평화와인권연대 등 네 단체는 이번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조직위의 공식 페이스북에 따르면, 올해는 영화 11편이 4일간 전주와 남원에서 상영되어 지난해와 규모가 같다. 주말상영은 이번에는 없었다.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입장을 묻자 “할 말이 없다.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곧이어 전화를 걸어와 “자중하고 있고, 천주교 신자로서 그런 부분들이 죄송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4월 21일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전북지역 여러 여성단체들은 지난 4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혐의자가) 지역사회에서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후 술에 취한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하면서 모텔로 데리고 가서 발생한 성폭력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전주지검이 이 사건에 대해 "피해자 조사도 한번 하지 않은 채 피해자가 만취상태가 아니었을 것이고, 피해자가 보인 행동으로 보았을 때 성폭력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으로 무혐의 처분을 했는데 이는 ”성폭력 피해자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피해자의 행동에 대한 통념이 전제되었을 뿐 아니라 가해자의 입장에서만 판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전북 평화와인권연대, 아래로부터 전북노동연대 등도 이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그리고 가을 들어 22회 영화제 개최 소식이 알려지자, “전북도청 전 인권팀장 성폭력사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대책회의”는 11월 9일 영화제 조직위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이 사건에 대한 조직위의 입장과, 성폭력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밝힐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11월 12일 “사건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피해 당사자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리고”, 영화제 운영진은 물론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사전 인권교육을 하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조직위원장은 송년홍 신부(전주교구)다.

그리고 다시 대책위는 16일 이 답변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영화제 준비과정이 아닌 공개질의서 전달 이후인 점, 영화제에 대한 피해자의 의견 청취 등이 없었으며, 인권침해 예방교육 등이 준비 단계에서 없었고 실제로 21회 조직위 관계자와 관련된 2차 가해 문제 등이 여전히 22회 조직위에도 남아 있는 등, 조직위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비롯해 지역사회의 의견을 영화제 준비과정에 반영하지 않아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3년째 전주인권영화제 기획, 총괄, 실무를 맡고 있는 전북인권교육센터 김미현 프로그래머는 “사건을 알게 되고 나서 곧바로 회의를 열어 가해 당사자를 단체에서 제명했다”면서 “최근 영화제 조직위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대책회의’의 공식질의에 성실히 응답하면서, 조직위 차원에서도 가해 당사자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제22회 전주인권영화제의 개막작은 '안녕 히어로', 폐막작은 '공범자들'이었다. (포스터 출처 = 전주인권영화제 페이스북)

한편, 전북도청 인사팀 관계자는 성폭력 사건의 당사자인 “인권팀장은 지난 1월 파면됐다”면서 이후에 “인사위원회 징계에 불복해 소청 심사를 제기했으나 기각됐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21일 밝혔다.

또한 대책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성폭력예방치료센터의 황지영 소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피해자는 검찰의 결정에 불복해 지난 7월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 신청이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결정에 불복하는 이들이 법원에 기소에 대한 직접 판단을 청하는 제도로, 법원이 받아들이면 공소가 된 것으로 본다.

이번 영화제는 “다름은 옳다”는 주제 아래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 마’, ‘천에 오십 반지하’, ‘안녕 히어로’(개막작), ‘씨씨에게 자유를’, ‘망각과 기억2’ 등 다큐멘터리 11편이 상영됐다. 폐막작은 ‘공범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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