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농민회 인증 기준 높지만, 생태축산 확대는 먼 일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계란에서 검출돼, 정부가 TF팀을 꾸려 1239개 농장 전수 조사에 나선 지 3일째인 1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결과와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는 1239개 농장 가운데 모두 49개로, 일반 농장은 556개 가운데 18개, 친환경농장은 683개 가운데 31개다.

또 검사 과정에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외 피프로닐, 비펜트린,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 피리다벤 등 5개 성분이 추가로 검출됐다. 시료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드러난 121개 농장은 재조사했으며, 이 가운데 2개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추가로 검출됐다.

농식품부는 피프로닐이 검출된 8개 농장은 기준치 이하라도 회수, 폐기하기로 했지만, 적합 판정을 받은 1190개 농장의 계란은 바로 유통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친환경 인증기준만 어긴 37개 농가에 대해서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친환경 인증 표시를 제거하고, 일반계란으로 유통을 허용한다고 밝혀 친환경농산물 관리와 관련,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부적합 농장주에 대한 엄중 조치와 계란 전량 회수 및 폐기, 2주 간격의 추가 검사, 부적합 판정 계란의 유통 차단, 가공식품에 대한 추가 수거와 검사, 그리고 국내와 수입 계란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전반적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생산자 책임 강화, 유통과 판매 단계의 안전성 관리 강화, 산란일자 표시, 친환경 인증제 개선과 친환경 동물복지농장 확대, 농식품부와 식약처 등 관계기관 간 협력 강화 등이다.

▲ 농산물은 공산품이 아니다. 기른 이들과 먹는 이들의 생명을 연결해야 하는 그 무엇이어야 한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친환경인증 남발, 정부의 관리감독 부재....올 것이 온 것

검사 결과와 대책이 발표됐지만 8월 14일 처음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뒤, 소비자들의 부정적 반응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검출된 농장이 ‘친환경 농장’이라는 것에 “친환경 농산물도 믿을 수 없다면 무엇을 믿으라는 것이냐”며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가톨릭농민회 양계 농가들은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친환경농가에도 여전히 케이지 사육을 허용하고, 인증을 남발해 온 것이 결국 문제를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가톨릭농민회 한 회원은 “케이지 사육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인증기관들이 친환경인증을 남발하고, 온갖 혜택을 주면서 마치 축산의 미래가 여기에 있는 것처럼 말해 왔다”며, 애초 친환경인증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친환경농산물 인증은 올해 6월부터 100퍼센트 민간기관이 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 63개소가 있다. 이들 민간기관의 관리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이 맡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3000마리 이상 사육하는 1060개 농장 가운데 73퍼센트인 780곳이 친환경인증 농장이며, 전체 양계 농장의 54퍼센트, 계란 생산량은 전체 생산량의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에도 관리감독은 부실해 농식품부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민간업체가 인증을 맡은 2016년 부실인증 적발 건수는 2734건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고시한 친환경축산물 인증 부가기준에 따르면 친환경축산물은 유기축산물과 무항생제축산물로 나뉘며, 동물복지인증이 2012년 산란계부터 시작해 돼지, 육계, 한우와 육우, 젖소 등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친환경축산물은 사육장 및 사육 조건, 지급 사료 기반, 가축의 선택과 번식 방법 및 입식, 사료 및 영양관리, 동물 복지와 질병관리, 도축과 가공, 분뇨 처리 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먼저 사육장 조건과 환경이 친환경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친환경축산인증은 살충제를 비롯한 어떠한 약품도 질병이 있을 때 외에는 쓸 수 없고, 무항생제인증의 경우 사료에 항생제류와 호르몬제 등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계사나 축사의 환경이 자연스럽게 위생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에 검출된 살충제 성분은 닭 진드기 등을 없애기 위해 축사 주변에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닭은 흙목욕을 함으로써 스스로 진드기를 없애지만, 축사 밀도가 높고 흙을 밟을 수 없는 환경이 되면 불가능하다.

그러나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축사 밀도와 환경을 보면, 산란성계를 기준으로 유기축산은 3.305제곱미터(1평) 당 15마리, 무항생제축산은 케이지의 경우 같은 넓이에서 82마리, 평사는 30마리까지 허용된다.

자체 유기농인증 기준을 갖고 있는 ‘가톨릭농민회’와 비교해 보면, 가농은 3.305제곱미터(1평)당 13마리로 계사 밀도를 제한하고, 계사 형태는 방목장이나 개방형 평사를 기본으로 한다. 자연스럽게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닭을 키우기 위해서다.

동물복지인증 계사 기준이 다단 구조물의 경우 1제곱미터 당 9마리 이하로 제한해 친환경축산 기준보다 훨씬 나은 형편이지만 다단 구조물이 아닌 개방형 평사나 방목장을 고집하는 가톨릭농민회 자체 기준은 사실상 동물복지인증 기준을 웃도는 셈이다.

가톨릭농민회의 이 같은 노력은 그동안 농법의 노하우를 쌓고, 보다 더 안전하고 생태적인 먹거리 생산 흐름을 만들기 위한 운동으로서 가능하다. 그러나 들어가는 비용이 큰 만큼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판로 개척이 여의치 않아 생태적 축산의 확장은 여전히 어렵다.

광주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이성호 부장은 “생명과 환경이 기준이 되는 진짜 공생과 순환의 생명축산 장려가 시급하다”며, “NON-GMO 표기법 개악 등 (식품, 농산물에 대한) 대자본의 권력 행사를 보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소한 먹거리에서 만큼은 얄팍한 자본주의적 생각을 몰아내기를 바란다. 이런 사태마다 이리저리 쏠리는 소비자들의 심리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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