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 정평위, '정권 20년 평가와 전망' 심포지엄

김대중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까지.... 지난 20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새 시대를 전망할 것인가?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정권 20년 평가와 전망’ 심포지엄을 진행한다.

심포지엄은 ‘언론’, ‘노동사회’, ‘관료사회’, ‘시민사회’ 등 네 개 주제로 이어지며, 첫 주제인 ‘언론’은 지난 6월 5일 광주대교구 정평위 ‘함께하는 세상을 위한 미사’와 함께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은 애초 12월 대선 전 새로운 정부를 선택하기 위한 논의의 장으로 기획됐다. 정평위원장 이영선 신부는 “사회문화, 교육, 환경, 경제, 국방 등 인간 삶의 각 영역이 정권에 따라 어떻게 흘러왔는지 확인하고 새 정부의 나침반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밝혔다.

이 신부는, 독재 이후 진정한 정권교체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약 20년간 하느님이 어떻게 이 사회를 이끌어 왔고 또 축복했는지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그리스도교회의 역사관에 따라 지난 20년의 사건과 흐름이 우리를 어떻게 이끌었고, 우리가 어떤 예언자의 역할을 했는지 성찰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지난 정권 20년을 돌아보는 심포지엄을 마련하고, 6월 5일 첫 순서로 '언론' 편을 진행했다. (사진 제공 = 광주대교구 정평위)

“민주, 반민주 정권 20년의 경험, 언론의 나아길 길은 어디인가?”
언론 개혁 시도한 민주정부 10년과 그 10년을 지우고자 한 9년 

6월 5일 시작된 심포지엄 첫 주제인 ‘언론’을 맡은 김서중 교수(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는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의 언론 민주화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언론 개혁,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의 반민주화와 저널리즘 퇴보 등의 역사를 정리하고, 현재 언론개혁의 과제는 “저널리즘의 가치의 재발견과 회복”이라고 제시했다.

“올바른 저널리즘 체계를 정착하기도 전에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로 저널리즘 자체가 붕괴할 위험에 처했다.”

김 교수는 1987년 민주화운동 뒤 노태우 정부는 물론 문민정부를 자처한 김영삼 정권도 비공식적으로 많은 통제를 가했다고 평가하고, “(이 시기부터) 언론의 권력화, 보수화가 진행됐으며, 자본의 언론 개입도 광고주, 언론사 직접 소유와 더불어 언론의 기업화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 시기, 언론 민주화운동의 산물이자 언론자유 수호의 내부 동력이었던 언론노동조합은 시장 과점 신문들 안에서는 점차 그 힘을 잃었고, 언론사주들은 기자들에게 언론의 공적 가치보다 ‘기업의 생존’을 강요했다. 그 결과로 언론사 내부 견제가 사라졌고, 주요 선거 때마다 언론은 더욱 쉽게 권력을 옹호하거나 우호적 권력 창출을 위한 편파 보도를 이어갔다. 이 시기 언론민주화의 걸림돌은 정치적 요인보다 경제적 요인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김대중 정부는 방송개혁위원회 구성을 통한 방송 개혁, 언론사 세무조사를 통한 신문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른바 조중동 등 과점 신문들의 반발과 저항으로 언론 개혁은 실종됐고, 당시 23곳의 언론사가 1조 3594억의 소득을 탈루한 혐의가 드러났지만 과점 신문의 여론 호도와 정치공세로 “신문시장의 불투명성이라는 현실, 언론 편집권 독립의 중요성”을 드러낸 채 완성되지 못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 역시 독과점 신문에 맞서고 언론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조치했다. ‘기자실 개방’, 정간법 폐지와 신문법 제정 등 주로 언론의 관언유착 관행 개선과 신문 시장 정상화 등 신문 개혁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 역시도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서중 교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언론개혁 노력은 “그 정권의 선택”이었을 뿐, 제도화되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일례로 노무현 정부의 방송법 상 편성권 독립 조항은 “편성규약이 갖춰야 할 구체적 조건을 명시하지 않았고, 사실상 경영진이 편성 자율권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는 여지를 뒀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권이 임명한 사장의 성향에 따라 독립권이 침해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겼으며, 실제 이명박 정부가 방송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노골적 언론 장악...공영방송과 사영방송 장악 그리고 종편의 탄생

“정권을 교체하면 방송을 손보겠다”는 당시 한나라당의 입장공언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공영 방송을 비롯한 공공미디어 시스템을 해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상임고문을 맡았던 최시중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한 뒤 가장 먼저 이뤄진 일은 KBS 사장 교체였다. 또 특보 출신 구본홍 씨가 YTN 사장이 된 뒤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던 기자 6명 해직을 비롯해 33명이 징계를 당했다. 그 외에도 MBC PD수첩 고발과 경영인 교체, 각 언론사 프로그램 출연자 퇴출 등 이명박 정부는 전방위로 정권에 유리한 언론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2009년 7월 미디어 관련법 날치기 통과로 이어졌고, 이 법은 결과적으로 신문사나 대기업이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김서중 교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언론 장악은 “단지 보수정권으로 교체가 아니라 정권의 영속성을 위한 조치를 기획하고 실행한 것”이라며, “생존을 앞세운 무한경쟁의 압박으로 언론 종사자들이 저항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본-정치-언론의 기득권 삼각동맹구조가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언론은 독재정권의 탄압으로 민주적이고 공정한 저널리즘 관행을 정착시킬 기회가 없었고, 반민주적 행태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지 못했다”고 진단하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언론이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기반이 되기 위해서는 자본과 정치, 언론의 삼각동맹을 해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서중 교수는 디지털 생태계는 가짜 뉴스가 번성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문제는 전통적 저널리즘의 복원, 저널리즘 붕괴 위기

이어 김 교수는 저널리즘이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급격히 변화하는 매체 환경도 우려했다.

그는 뉴스 수용 형태가 전통적 매체에서 포털, SNS, 모바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저널리즘의 복원이나 구현을 위한 논의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인식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극복하고 민주주의 소통방식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전통적 매체의 올바른 저널리즘 정착과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의 민주주의적 체계, 숙의 민주주의의 구축”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문제는 저널리즘이고,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는 저널리즘 가치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며, “전통적 매체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고, 새로운 매체 환경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킬 필요가 없어 총체적으로 저널리즘이 붕괴의 위험에 있다”고 우려했다.

또 대부분의 언론이 광고에 의존하는데, 광고비가 새로운 매체로 이동하면서 영향력도 같이 이동하게 된다며, 모바일이 뉴스의 형식을 넘어 내용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모바일의 수익 창출 모델은 바이럴(구전) 마케팅인데, 이는 신뢰할 수 없는 정보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국에서도 화두로 떠오르는 ‘가짜 뉴스’다. 디지털 생태계는 가짜 뉴스가 번성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역으로 새로운 매체 환경이 품고 있는 신뢰성 결핍이라는 한계는 오히려 전통적 매체의 저널리즘 가치를 복원할 필요성을 부각시킨다”며, 그 가운데 하나로 “탐사보도”를 강조했다. 그는 올바른 저널리즘 구현을 위한 조건은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 다양성과 함께 뉴스 소비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저널리즘 복원의 핵심은 저널리즘 가치를 지키는 신문의 생존력을 높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떠한 대안도 언론인이 걸어가야 할 길을 꽃길로 만들어 주지 못한다”

토론을 맡은 김영선 수녀(광주가톨릭대)는 언론 개혁에 대해 다소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그는 구약성경에서 언론의 역할을 맡은 이들은 ‘예언자’였으며, 이들은 끊임없는 탄압과 박해를 받았다며, “구약성경의 예언직에 바탕을 두고 오늘날 언론의 문제를 보면,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의 역할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은 기존의 세력을 비판하고 부정의를 들춰내야 하며, 우리가 가야할 길을 가리켜야 하는 존재라면서, “언론이 자본과 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길은 자본과 권력이 아니라 언론인 자체의 정체성 인식에 있다. 언론인은 스스로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며, 먼저 언론인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김 수녀는 그렇다고 모든 짐을 언론인 개인의 어깨에 지워 놓고 모든 박해를 감수하라고 무책임하게 부추길 수 없다면서, “언론이 지속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정치권력이나 그들의 비호세력이 아니라 대중이다. 언론은 일반 대중의 지원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그 활력을 유지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대교구 ‘정권 20년 평가와 전망’ 심포지엄은 앞으로 7월 3일 ‘노동’, 9월 4일 ‘관료사회’, 10월 16일 ‘시민사회운동’ 등의 주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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