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8000명 주민 제압, 미사 제대와 제구 탈취

정부가 4월 26일 새벽, 경북 성주 소성리 골프장에 사드 포대 장비를 기습적으로 운반,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이 다쳤으며, 경찰은 현장에서의 미사를 방해하고 제대와 제구를 뺏어 가기도 했다.

이에 주민들은 “합의문도, 절차도 없이 자행된 불법”이라며 격렬 항의하고 있다. 운반을 위해 주민들을 막기 위한 경찰병력 8000여 명이 투입됐으며, 이를 막는 이들과 충돌을 빚어 주민과 원불교 교무 등 12명이 다치고, 1명이 연행됐다. 앞서 20일부터 관련 시설 운반이 시작돼 이를 막는 과정에서도 주민과 원불교 교무 2명이 연행됐다.

사드배치 현장은 원불교의 정산 종사가 태어난 원불교 성지 뒤편에 있으며 직선거리로 2.2킬로미터 떨어져 있어서 원불교가 크게 반대하고 있다.

경찰, 미사 강제 중단하고 제구 탈취
주민과 원불교 교무 등 12명 부상, 1명 연행

경찰은 또 현장에서 봉헌되던 미사를 방해하고 제대와 제구를 탈취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황동환 신부(왜관 베네딕도회)는 새벽 3시쯤 주민과 활동가 등 30여 명과 회관 앞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영성체가 끝나자마자 경찰이 제대와 신자 사이를 분리, 고립시킨 뒤, 미사를 강제 중단시키고 제대와 미사도구를 탈취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밝혔다.

황 신부가 여러 번 요구했지만 이들은 2시간이 넘은 뒤에야 제구를 돌려줬으며 사과도 하지 않았다.

한편, 천주교 주교회의는 2016년 7월 사드 배치로 한반도가 새로운 냉전체제의 중심이 되는 것을 걱정하며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남녀 수도회는 지난 3월 15일부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평화 미사와 기도회’로 사드배치 반대를 위해 연대에 나섰다. 미사와 기도회는 매주 수요일 오후 1시 성주군 소성리 평화계곡 피정의 집 성당에서 봉헌된다.

▲ 4월 20일 봉헌된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 앞 미사. (사진 제공 = 사드저지천주교종합상황실)

26일 자정 사드 배치 속보가 뜨면서 마을 주민들과 활동가, 원불교 신자, 성직자 등은 모두 마을 앞 도로로 집결했다. 원불교에서는 법회를 열고 있었지만 25일 오전부터 대기 중이던 경찰 수천 명이 주민들과 법회 장소를 둘러싸고 주민들을 고립시켰다.

주민들이 모여든 새벽 2시 경 경찰은 마을회관 앞 도로를 전면 통제하고 원불교 법회에 참여하려는 주민은 물론, 집에 가겠다는 고령의 주민들까지 막아, 주민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우리를 밟고 가라”며 항의하는 원불교 성직자들과 주민 등이 강제로 끌려나오고 주민들이 길을 막기 위해 주차한 차량이 파손, 견인됐다. 장비가 들어오기 직전인 새벽 4시쯤에는 6명이 탈진, 실신, 갈비뼈 부상 등으로 병원에 후송됐고 새벽 7시쯤 박희주 김천시의원은 연행됐다.

26일 새벽 4시 45분, 6시 45분에 각각 차량 8대 분량으로 운반된 장비는 경기도 오산에서 왜관으로 옮겨 보관했던 것으로 이동식 발사대 6기와 X밴드 레이더, 요격미사일, 발전기, 냉각기 등으로 파악된다.

경찰의 호위 아래 운송되는 장비를 보며 주민들은 “미국의 속국이 됐다”, “평생 이 마을에 살던 주민들을 짓밟는다”며, 분노와 억울함을 토해 냈다.

황동환 신부는, “대한민국 경찰은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데,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마을을 지키려는 주민들을 거대한 공권력과 물리력으로 제압했다”며, “주민들을 제압하기 위해서, 전쟁수행무기인 사드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경찰이 동원됐다. 미국의 전쟁무기를 지키는 경찰은 어느 나라 경찰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신부는 “최소한의 주민 설득과정, 예고, 합의도 없었다. 도둑놈처럼 야밤에 기습 운반하는 것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행위라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며, “한미 소장급 장성이 구두 합의한 것뿐, 합의서 한 장 없다. 이는 원천 무효며, 효력없는 합의에 따라 진행된 모든 과정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기습적 사드 장비 반입에 대해 사드저지평화회의 등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냈다.

이들은 “사드장비 반입은 합의서, 주민 동의, 국회 논의조차 없이 강행된 불법이며, 즉각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기습적이고 폭력적 강행은 대선 전 사드 대못박기를 통해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것으로 규정하며, 이를 강행한 한미당국을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사드 반입을 막지 못했지만 사드 저지, 철회라는 주민들의 의지를 꺾지 못할 것이라며, “한 달 이상 걸리는 공사 진행이 되지 못하도록 결연히 투쟁할 것이다. 성주 땅에 사드 레이더와 발사대가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 이들은 사드배치 강행에 머슴 역할을 한 대한민국 국방부에 항의하고 한민구 국방장관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26일 운반이 끝난 뒤, 국방부와 미 국방부는 입장을 내고 “북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 등으로 안보위협이 가중돼 조기 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국방부는 “사드 일부 전력을 우선 배치해 작전 운영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국방부도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조속히 진행한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 국민과 한미동맹 전력을 방어하기 위한 핵심 조치”라고 입장을 밝혔다.

마을회관 앞에 모인 주민들은 “사드 장비 철거 투쟁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며, 오전 7시부터 도로를 점거한 채 농성 중이다. 오후 1시부터는 미사와 마을회관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 26일 새벽 4시 45분쯤 골프장으로 반입되는 사드 장비. X밴드 레이더로 추정. (사진 제공 = 사드저지천주교종합상황실)

부지 공여도 국유재산특례제한법 위반
대선 주자들 반응 엇갈려

한편 이번 사드 장비 기습 배치 과정과 절차에서도 불법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먼저 환경영향평가와 관련 국방부는 지난 21일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뒤 시설공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21일)현재 시설 공사는 포대 설계가 나와야 할 수 있어 공사 관련 준비만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다. 국방부는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26일 현재는 장비 일부만 배치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드배치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일반 환경영향평가, 전략 환경영향평가에 비해 가장 짧은 시간이 걸리며 주민의견수렴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또 대상면적이 33만 평방미터 이하일 때 가능한데, 사드부지는 약 30만 평방미터다.

이와 함께 부지공여 불법성도 제기됐다. 사드 배치에 따른 한미주둔군협정(SOFA) 상 부지공여 절차는 한미합동위원장 승인으로 협상 두 달 만인 4월 20일 완료됐다.

사드부지를 미군에게 무상 공여하는 것에 대해 지난 4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부지공여 절차가 위법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1년 3월 공포된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따르면 SOFA 협정에 따른 주한미군 부지공여는 국유재산특례가 가능한 200개 예외 상황에 포함되지 않는다. 민변 측은 “위법한 행정은 무효며, 부지공여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민변 측은 특히 부지공여승인이 난 것은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에 미칠 영향 평가가 끝나지 않은 시점이라는 부분도 지적했다.

현재 성주와 김천 지역 주민들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부지공여승인 무효처분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낸 상태며, 판결 전 공여 효력이 발생되지 않도록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26일 새벽 사드 장비 기습 반입에 대해 대선 주자들의 반응은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강력한 유감이며, 국민의 의사와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유감”을 표하며, “한미 정부 간 합의에 따라 국내법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원천 무효이며,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환영한다”고 했다.  

▲ 경찰은 25일 오전부터 병력을 재배치하고 무장시켰다. 500명의 주민을 막기 위해 8000명의 병력이 지원됐다. (사진 제공 = 사드저지천주교종합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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