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보다 나아. 공짜로 이렇게 기분좋게 먹으니"

 

▲ 10시 반이면 대부분 자리가 손님들로 가득차고, 국수 한 그릇과 막거리 한 사발, 그리고 안주로 나오는 잡채 등 정성스런 음식에 기뻐한다.

"이렇게 친절하고 음식도 맛이 있으니...자식들보다 나아. 공짜로 이렇게 기분좋게 먹으니." 시흥시 정왕종합사회복지관 1층 식당에서 국수를 먹고 나오던 민소자(71세) 할머니의 이야기다. "고맙고 감사하다. 노인들한테 이렇게 사랑을 주고 있으니...나도 언젠가 뭔가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김옥자(젬마, 70세) 할머니의 말이다. 현관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식후(食後)정담을 나누고 있던 정재필(72세) 할아버지도 연신 기쁨을 얻어 누리고 있다고 말을 거든다. 

문간에서 정도영(토마스) 씨는 국수를 먹고 돌아가는 분들에게 "행복하게 잘 사세요"하면서 떡과 요구르트를 나눠준다. 떡은 어버이날을 즈음해서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다. 아버지 친구 소개로 여기 와서 봉사를 하게 되었다는 중학교 1학년생인 우윤재 군과 그 친구가 손님들에게 커피를 따라 준다. 이 커피를 들고 사람들은 복지관 이곳저곳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한다. 경로당이 따로 없고, 밥 먹으러 와서 친구도 만나고 행복한 한 때를 보낸다. 그러니 한 주라도 이곳을 거르면 서운하기 이를 데 없다. 현관에서 한 중년사내가 핸드폰을 들고 말한다. "빨리 이리로 오라니까. 여기서 밥도 먹고 이야기 좀 하자고. ..그럼 그럼 맛있어."

이곳엔 장애인들도 많이 찾아온다. 3급 장애라는 안병창 씨(65세)는 "한 끼라도 아끼려고 이곳에 온다. 이곳에 오면 기분이 업(Up)된다"고 말한다.  

▲ 수원교구 시화바오로성당 신자 가운데 예수살이공동체에서 제자교육을 받은 이들이 두레를 만들어 지역의 가난한 이들에게 무료로 국수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아직 제자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봉사자로 나선 이들도 많았다.

이곳에서 예수살이공동체(대표 박기호 신부) 시화바오로  두레 국수봉사회는 매주 토요일마다 명절에도 쉬지 않고 어려운 지역민들에게 국수를 제공한다. 시흥시는 작고한 제정구 전 의원이 활동하던 지역으로, 빈민운동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서 복지분야의 서비스가 비교적 잘 시행되고 있다. 

예수살이공동체에서 제자교육을 받은 시화바오로 성당 두레(대표 박병구 안드레아) 회원들은 어떻게 하면 예수의 가르침대로 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2007년 4월부터 국수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근에 있는 장애인복지관에서 천막을 치고 시작하다가 지금은 정왕사회복지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에는 7-8명이 시작했지만 지금은 봉사자들이 스무 명이 넘는다. 자녀들도 커피 따라주고 음식을 나르는 일을 거든다. 그들 중엔 예수살이 회원이 아니지만 뜻이 좋다고 참가하는 이들도 많다.

벌써 3년째 들어가는데, 복지관에서는 평일에만 급식을 하기 때문에 이들이 토요일에 점심을 제공하지 않으면 굶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10%는 된다고 차현국(미카엘 46세) 씨는 말한다.  차현국 씨의 음식 솜씨를 믿고 국수봉사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쑥수러워한다. "처음엔 역앞에서 노숙인들에게 음식을 제공하자는 말도 나왔지만 결국 노인들과 장애인, 이런 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국수를 제공하기로 했다. 첫날에는 15명이 찾아왔는데, 왜 거저 주냐고 속내를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 요리와 설겆이는 남성들 몫이다. 여성 제자들은 주로 음식을 나르는 일을 도맡는다.
지금은 하루150명 정도가 국수집을 다녀간다는데, "어르신들은 국수 한그릇 문제보다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한다. 서슴없이 "엄니, 엄니.."하며 사람 좋은 웃음으로 말을 붙여주는 정도영(토마스) 씨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어르신들은 아침 9시부터 복지관에 찾아오기 시작해서 10시쯤이면 좌석이 꽉 차고 12시면 거의 대부분이 식사를 마치고 요쿠르트와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물론 좀 늦게 오는 손님에겐 음식 대신 라면을 끓여주는 기지도 발휘한다. 그냥 돌려보내는 법은 없다. 아침을 안 드시고 오는 분들이 있어서 문 여는 시간을 늦출 수도 없다.

본래 주변에 개신교회에서 운영하던 무료밥집이 있었다. 여기선 차로 사람들을 태워오기도 하고 손님들에게 2,000원씩 차비도 주었다는데, 순전히 선교 목적으로 하는 바람에 30분동안 이어지는 목사의 설교 에 염증을 낸 사람들이 하나둘씩 시화바오로 두레에서 하는 국수집으로 오기 시작해서 지금은 아예 문을 닫았다. 시화바오로 국수집에선 반주로 딱 한 잔씩 대부도 막걸리를 주는데, '막걸리에 약을 탄다'는 농담이 생길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인다.

정왕종합사회복지관에서 복지사로 일하는 최달용 씨는 "어르신들이 주말에는 여가 차원에서도 여기에 오는 것 같다"면서 "복지관에서 신경 안 써도 국수봉사가 스스로 잘 돌아간다"며 고마운 표정을 지었다. 

국수 봉사자로 일하는 조미선(실비아) 씨는 "여기 오시는 분들 가운데는 이렇게 대접받지 않아도 될만큼 형편이 되시는 분들도 있는데, 물질적으로 넉넉해도 정신적으로 굶주린 분들이 와서 국수 한그릇 나눠 먹고 행복해 하신다"고 말한다. 이곳에서는 손 내미는 사람들은 누구나 소찬이지만 대접하고 함께 나눈다는 것이다. "여긴 차별이 없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어디서는 65세 이상이면 안 되고 ...누구는 안 되고, 하는 제한이 있지만 여기선 그런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 정도영씨는 현재 예수살이공동체 남성제자단의 부대표를 맡고 있으며, 식당 문간에서 주로 손님을 접대한다.
정도영 씨는 "예수살이공동체는  삶 속에서 영감을 찾아가는 운동이다. 사람들은 뭔가 나누고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못 한다. 이렇게 남에게 봉사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국수라도 나누고 나면 문제가 달라진다"면서 선교운동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그저 본당 안에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가서 세상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매일미사가 열리는 용산참사현장에 가면 항상 신부들이 있고, 예전에 냉담했던 사람들이 그곳에서 미사를 다시 봉헌하게 되고 고해성사도 본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고, 사랑으로 믿음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손님들이 다 빠져 나간 식당에 이번엔 설겆이까지 마친 예수살이공동체 회원들과 봉사자들이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무리를 하고 있다. 이참에 자녀들 이야기도 하고, 오늘 하루 봉사를 소곳이 정돈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시화바오로 국수봉사는 성당의 후원 없이 두레회원들과 봉사자들의 쌈짓돈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수봉사에 후원을 원하시는 분은 이리로 하면 된다.  -국민은행 163201-04-2 허직 (예수살이공동체)   

 

○ 일시 / (남성) 2009. 6. 11(목) - 6. 14(일)(3박4일) 40명
○ 장소 / 서울 마포 합정동 마리스타교육관 ◆ 전 화 : (02) 3144-2144
○ 대상 / 장년 남녀 교우 신자
○ 회비 / 12만원 (입금계좌 : 국민 031-01-0414-569 예수살이)
○ 내용 /
① 소비사회에서 예수 제자되기 ② 좌선 명상
③ 기도와 성사생활 틀짜기 ④ 부르심과 직업윤리
⑤ 그리스도론 ⑥ 공동체 신학 ⑦ 복음주의 자녀교육
○ 강사 / 예수살이공동체 길벗 사제단
○ 문의 및 접수/ T.02-3144-2144, 2442 (팩) 334-2144
www.jsari.com e메일 : othyll@hanmail.net

*준비물 : 신약성서, 묵주, 필기도구, 세면도구, 명상하실 때 입으실 편한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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